[월드 투데이] 사문화되고 있는 섭씨 1.5도의 목표와 기후 전문가들의 논쟁
[월드 투데이] 사문화되고 있는 섭씨 1.5도의 목표와 기후 전문가들의 논쟁
  • 유진 기자
  • 승인 2024.01.21 06:55
  • 수정 2024.02.18 0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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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로 뜨거워지는 지구 [사진 = 연합뉴스]
지구온난화로 뜨거워지는 지구 [사진 = 연합뉴스]

최근 몇 년 동안 지구 기후 변화와의 싸움은 1.5라는 숫자로 상징되었다.

2015년에 세계 국가들이 지구 온난화를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섭씨 1.5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한다는 목표에 합의한 이후, 이 숫자는 재앙 수준의 기후 변화를 막는 것과 동의어가 되었다.

하지만 인류가 이 싸움에서 이미 패배했다면 어떻게 될까?

일부 저명한 과학자들은 벌써 그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하며 진실을 호도하는 것은 무책임하기까지 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른 전문가들은 이 주장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이런 견해는 “위험”하기까지 하다고 말한다.

세계 각국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설정한 온난화 제한선인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기온 1.5도 상승’이 내년에 뚫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CNN방송은 이 문제와 관련된 논란에 대해 보도했다.

이 논쟁을 촉발한 사람은 유명한 기후 과학자 제임스 한센 교수이다. 지난해 11월 그는 1.5도 제한이 “이미 사문화된 지 오래됐다”고 선언하면서 과학계의 문제는 “정치인들에게 상황을 명확히 밝히지 않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기자회견에서 지구 온난화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세계는 1.5도를 넘어설 것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물리학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것을 알 것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한센 교수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그는 1980년대에 기후 변화에 대해 공개적으로 경종을 울린 최초의 과학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다른 과학자들은 그의 주장에 강하게 반발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기후 과학 분야 연구를 이끌고 있는 마이클 만 교수는 한센 교수를 언급하면서 “나는 물리학 학위를 3개나 보유하고 있지만 한센 교수가 틀렸다는 것을 분명히 밝힐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물리학이 아니라 정치라고 그는 CNN에 말했다.

“그리고 정치적 장애물은 극복될 수 있습니다.”

임피리얼칼리지 런던 ‘그랜샘 연구소(Grantham Institute)’의 기후 과학자인 프리데리케 오토 연구원의 반응은 더욱 퉁명스러웠다. 그녀는 지난해 11월 기자들에게 “바보 같은 소리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1.5도는 도달 가능한 목표이며 그렇지 않은 척하면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그녀는 이렇게 주장했다.

기후 과학 분야에서 의견 차이는 드문 일이 아니다. 우리 지구는 매우 복잡한 시스템이며, 일반적으로 합의는 동의하지 않는 과학자들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가 폭염, 사이클론, 심지어 미국 일부 지역을 휩쓸었던 맹렬한 겨울 폭풍 과 같은 극단적인 날씨를 부채질함에 따라 1.5도의 미래에 대한 논쟁은 유난히 열기를 더하고 있다.

이상 고온

현재 미국과 유럽의 많은 지역이 북극 한파와 씨름하면서 2023년이 얼마나 더웠는지 잊어버렸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작년 여름에는 지구가 전례 없는 고온에 시달리면서 전 세계가 더위 기록을 갈아치우는 한 해였다.

지구 평균 기온을 높이는 자연 기후 현상인 엘니뇨가 장기적 추세인 지구 온난화와 충돌하면서 2023년은 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됐었다. ‘코페르니쿠스 기후 변화 서비스(Copernicus Climate Change Service)’의 데이터에 따르면 작년은 1.5도 목표에 거의 육박했다.

과학자들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수년에 걸친 장기적인 온난화에 대해 가장 우려하고 있지만, 2023년의 기록적인 더위는 엄연한 경고 신호였다. 만약 장기적으로 세계 온도가 1.5도 이상 올라가면,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의 영향이 인간과 생태계의 적응 능력을 초과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한다.

1.5도에 이르기까지의 미세한 온도 상승이라도 중요하며 기후 혼란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프리데리케 오토 연구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1.5 이전에는 모든 것이 괜찮지만 1.5가 넘어서자마자 소행성이 우리 머리에 떨어질 것 같은 호들갑을 떨어서는 안 됩니다.”라고 주장했다. 기온을 1.5도 이하로 유지하는 것은 물리적 한계가 아니라 정치적 목표일 뿐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불과 몇 년 만에 세계는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섭씨 1도 높았던 것이 현재는 약 1.2도까지 상승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미세하지만 엄청난 기온 상승으로 해석될 수 있는 수치이다.

한센 교수에게 최근의 지구 더위는 1.5 목표가 이미 사문화되었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로 작용한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이 점에 있어서는 굳이 논쟁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이 우리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지요.”라고 말했다.

그는 금년 5월까지 지구는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평균 기온이 섭씨 1.6~1.7도 높은 12개월의 기간을 겪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모든 실제적인 측면에서 우리는 1.5도를 백미러로 뒤돌아보게 될 것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상 한파 속에 아이오와 코커스를 하루 앞두고 유세장으로 향하는 지지자 [사진 = 연합뉴스]
이상 한파 속에 아이오와 코커스를 하루 앞두고 유세장으로 향하는 지지자 [사진 = 연합뉴스]

기후변화는 가속화되는 중인가?

한센 교수 주장의 중심에는 지구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온난화되고 있다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주장이 자리 잡고 있다.

그는 태양으로부터 들어오는 에너지와 복사열(heat radiation) 사이의 불균형을 지적한다. 최근 이러한 불균형이 두 배로 늘어났으며 이는 지구 온난화가 심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그는 12명 이상의 다른 과학자들과 공동 집필한 지난해 11월 논문에서 주장했다.

이 논문의 과학자들은 역설적이게도 이는 주로 해상 운송 오염(shipping pollution)을 해결하기 위한 글로벌 노력이 성공한 데에서 기인한다고 믿는다.

선박은 지구 온난화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탄소 배출을 생성하는 화석 연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그러나 선박의 배기가스에는 이산화황도 포함되어 있다.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인간 건강에 매우 위험한 오염 물질은 입자가 지구에서 햇빛을 반사하기 때문에 지구 냉각에 영향을 미친다.

한센 교수의 연구는 세계가 이번 10년 동안 1.5도, 2050년 이전에는 2도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는 세계가 약속한, 기후 변화에 관한 ‘파리 협약(Paris Agreement)’의 핵심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유니버시티 칼리지런던(University College London)의 지구과학 명예 교수인 빌 맥과이어는 기후 변화의 속도에 대한 한센 교수의 우려에 동의한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세계의 에너지가 엄청나게 균형을 잃었다”며 “솔직히 끔찍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다른 많은 과학자들에게는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증거가 전혀 없다. 적어도 아직은 아니다.

영국 리즈대학교의 기후 모델링 전문가인 크리스 스미스 교수는 이러한 주장을 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것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고 주장하려면 이를 뒷받침하는 3~4년 간의 데이터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클 만 교수는 작년의 전례 없는 고온 현상은 엘니뇨가 주범으로 “기후 추세선에는 큰 변화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청정 공기 관련법들(clean air laws)이 대기 오염을 줄임에 따라 1970년대 이후 지구 온난화 속도가 가속화되었지만, 그 이후로 “지구는 대략 일정한 속도로 따뜻해지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실은 충분히 나쁘지만 “과장할 필요는 없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코페르니쿠스 기후 변화 서비스’의 부국장인 사만다 버제스는 2023년의 기록적인 해수 온도를 포함하여 과학자들은 최근 기후 관련 사건들을 이해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헤싱 운송 오염 해소 노력이 지구 온난화에 미치는 중대한 영향에 대한 한센 교수의 경고와 관련해 그녀는 “우리는 그런 신호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작년 지구 기온은 역대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 연합뉴스]
작년 지구 기온은 역대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 연합뉴스]

1.5도가 중요한 이유

세계가 온난화를 1.5도로 제한하는 문제를 놓고 기로에 놓였다는 데에 이의를 제기하는 과학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현재의 기후 정책들에도 불구하고 지구는 거의 3도 정도 온난화되고 있다.

어떤 면에서 전문가들 사이의 논란은 본질적으로 애초에 1.5도 제한의 가치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기후 과학자인 프리데리케 오토는 1.5도 목표가 이미 사문화되었다고 말하면 “많은 사람들은 어쩌면 ‘좋아, 그렇다면 시도해 볼 가치도 없다’고 받아들일지도 모릅니다.”라고 주장했다.

스미스 교수도 “실제로 매우 위험한 치명적 수사”를 남발해 정치 지도자들이 “이제 실패했으니까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고 생각하도록 유도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1.5도 이하로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지만 불가능하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그는 CNN에 말했다.

마이클 만 교수는 세계가 탄소 오염을 실질적이고 즉각적으로 감소시킴으로써 한계점을 넘지 않을 수 있는데도 1.5도 목표가 사문화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맥과이어 교수는 반대 입장을 취했다. 그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거의 절반으로 줄여야 하는 이 제한을 세계가 충족할 수 있는 실행 가능한 방법은 없다고 주장한다. 

“그렇지 않다고 제안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며 우리의 위치에 대한 잘못된 해석을 제시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1.5도를 포기하면 정치인들은 지구 온난화 목표를 1.6도나 1.7도로 제한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대신 2015년 파리 협정에서 약속한 상한선인 2도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는 엄청난 위험이고 정말 재앙이 될 것입니다.”

오토는 이렇게 주장했다.

1.5도에서 2도 사이에는 재앙이 도사리고 있다. 빙상이 녹고 산호초가 대량으로 죽는 등 기후 변화 재앙에서 변곡점에 이를 수 있으며 그 결과 수백만 명의 생명과 생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

오토는 아마도 내년에 지구 평균 기온이 1.5도 상승 목표치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우리가 거기 머물 것인지, 아니면 그 이상으로 얼마나 더 나아갈 것인지는 여전히 정치적인 문제이며 그것을 바꾸는 것은 인류의 몫입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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