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줌인] 러시아의 인해전술과 병력, 화력 부족에 시달리는 우크라이나 전선
[우크라 줌인] 러시아의 인해전술과 병력, 화력 부족에 시달리는 우크라이나 전선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4.01.27 06:41
  • 수정 2024.01.27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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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국경지대에서 특수부대가 대전차지뢰를 해체한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국경지대에서 특수부대가 대전차지뢰를 해체한 모습 [사진 = 연합뉴스]

CNN은 26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군이 병력과 화력의 열세 속에서도 고군분투를 벌이고 있는 동부 전선을 찾아 우크라이나 전쟁의 현 상황을 점검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다음은 기사의 전문이다.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 걸쳐 있는 작은 마을 아우디우카(Avdiivka)는 우크라이나 전쟁 현 상황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아우디우카를 장악하고는 있지만, 세 방면에서 러시아의 우세한 병력과 화력에 맞서고 있다.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은 아우디우카는 마을 자체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하게 변했다.

무너진 콘크리트 더미들 사이에서도 유독 우뚝 솟아있는 부분은 그 자리가 한때 마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있던 자리였음을 알려주고 있었고, 러시아의 공세를 비난이라도 하듯 마을 교회 꼭대기의 십자가는 폭발로 인해 이중으로 휘어져 있었다.

이 같은 폐허 속에서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은 주로 드론을 이용해 서로를 공격하고 가끔 탱크를 이용한 전투도 벌인다. 양측 모두 많은 사상자를 내고 있지만, 특히 철통 방어를 펼치는 우크라이나군을 상대로 인해전술을 펼치는 러시아군 사이에서 사상자가 눈에 띄게 발생하고 있다.

“인해전술(meat assaults)”이라는 말은 우크라이나군 저격수 ‘베스(Bess)’가 CNN에 이러한 러시아군의 전술을 묘사하면서 내뱉은 표현이다. 그의 콜사인인 ‘베스(Bess)’는 우크라이나어로 악마를 뜻하며, 그가 묘사하는 전투 장면은 지옥을 방불케 한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의 최전선에서 몇 마일 후방에 위치한 한 저택에서 인터뷰에 응한, 오메가 특수부대(Omega Special Forces Group)의 한 장교는 전사한 러시아 군인들의 시신이 얼어붙은 채 그대로 방치되어있다고 들려주었다.

“아무도 시신들을 수거해가지 않아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들은 특별한 임무도 띠지 않은 채 그냥 가서 죽으라고 투입된 것 같습니다.”

아우디우카에 배치된 우크라이나 드론 정찰 부대 사령관 ‘테렌(콜사인)’은 “우리가 러시아 군인들을 하루에 드론으로 40~70명씩 죽인다고 해도 그들은 다음 날 병력을 재편성해서 공격을 계속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18개월 동안 마을 주변에서 전투를 벌이면서 ‘110 기계화 여단’의 드론 조종사들이 적어도 1,500명의 러시아 군인들을 죽였다고 주장했다. 그래도 러시아 군인인들 계속해서 오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의 사상자 수는 엄격한 보안 사항이지만, 전투가 지루한 소모전이 되면서 겉보기에 혼란 상태에 빠진 러시아군의 공격과 우크라이나군의 병력 및 화력 부족이 막상막하를 이루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해 12월 말 아우디우카를 전격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 고장의 전투를 “격전(激戰)”으로 묘사하면서 이곳에서의 승패가 여러 면에서 “전쟁의 전반적인 과정을 결정지을 수 있다”고 덧붙였었다.

2023년 바흐무트 방어 작전 실패에 대한 비판을 의식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지도부는 큰 전략적 중요성이 없는 지역을 사수하는 것과 군인들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 사이의 명백한 갈등을 인정했다.

이와 관련해서 발레리 잘루주니 육군 참모총장은 “우리 땅의 어디도 우리에게 소중하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라고 말하면서도 아우디우카에서는 “굳이 쇼를 연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BMP-3 보병 전투차에 탑승한 우크라이나군 장병들 [사진 = 연합뉴스]
BMP-3 보병 전투차에 탑승한 우크라이나군 장병들 [사진 = 연합뉴스]

전투 장비들

그러나 군인들의 생명은 무기와 화력에 달려있다.

기온이 섭씨 영하 22도에 머물면서 모든 것이 얼어붙은 1월 어느 날 아침, CNN은 ‘오메가 특수부대’의 또 다른 팀이 아우디우카 주변의 사격 거점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미국 픽업트럭 뒤에 볼트로 고정된 구소련 시대의 로켓 발사기를 급히 설치하던 병사 중 하나가 발사 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욕설이 이어졌다. 발사기가 얼어붙어 로켓이 발사되지 않았던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은 그토록 갈망하는 서구식 무기들이 아닌 기존 무기에 의존함으로써 러시아군에 대한 반격 기회를 놓칠 때마다 아군들의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며칠 후, 보급 트럭이 인근 마린카 마을 주변의 진흙 들판을 어렵게 뚫고 절실한 포탄을 날라왔다.

그러나 하루에 포탄 약 20발, “운이 좋은 날”에는 30발을 공급받는, 미국산 ‘M777 곡사포(M777 howitzer)’는 하루 종일 침묵을 지켰다. 지난 여름 우크라이나의 실패한 대반격에 참가했던 우크라이나군 포병들은 당시에는 러시아군을 향해 지금보다 적어도 두 배 이상의 외국산 포탄(주로 미국산)을 발사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CNN이 방문한, 아우디우카에서 북쪽으로 90분 거리에 있는, 바흐무트 인접 마을 주변의 포병 진지에는 미국이 공급한 ‘Paladin 곡사포(M109 자주포)’의 탄약실이 텅 빈 동굴처럼 비어 있었다. 발사할 포탄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날 늦게 배달된 포탄은 4발이었지만, 러시아군에게 큰 해를 끼칠 만한 것은 없었다. 연막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포병 사령관인 ‘Skyba(콜사인)’는 “M109 자주포에 들어갈 포탄입니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습니다.”라고 CNN에 말했다.

우크라이나군 ‘제93 기계화여단’ 포병 사령관은 CNN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포병 보급품의 차이를 “10 대 1”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들은 낡은 구소련 시스템을 사용하지만, 이런 무기들도 여전히 ​​​​사람을 죽일 수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절실한 포탄을 포함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은 더 이상 보장되지 않는 것 같다. 미래의 원조 패키지는 아직도 미국 국회의원들의 말다툼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원조를 반대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 불확실성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이번 달,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존 커비 대변인은 현 상황에 대해 “우리가 제공하는 지원이 현재 중단된 상태이고, 러시아의 공세는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라고 명확하게 설명했다. 

서방 무기를 사용할 경우 우크라이나군은 아우디우카에서 축하할 일이 훨씬 더 많아질 것이다.

지난해의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이 실패를 맛보았을 당시 군의 선봉을 맡았던 ‘브래들리 장갑차(Bradley Fighting Vehicle)’는 러시아군의 공세를 둔화시키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브래들리 장갑차’는 보병을 지원하기 위해 개발된 전투 차량이다.

“브래들리가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 여기서 당신과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아우디우카 최전선의 후방에서 사령관 ‘바비’는 CNN에 이렇게 말했다.

“브래들리는 정말 무시무시한 놈입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완전 무적입니다.”

‘제47 기계화 여단’의 다른 브래들리 부대가 CNN에 제공한 영상에서 미국에서 훈련받은 승무원이 조종하는 브래들리가 러시아군이 자랑하는 탱크 중 하나인 ‘러시아 T-90 탱크’를 파괴했다. 이 공격으로 러시아 탱크가 무력화되고 포탑이 제 맘대로 회전하다가 우크라이나 드론에서 발사된 폭탄이 탱크 옆면에서 폭발했다.

그러나 미국산 브래들리는 제한적으로 전선에 공급되고 있다.

미국은 약 200대의 브래들리를 약속했고, 이 중 수십 대가 전투 과정에서 손상되거나 파괴되었다. 이들 중 일부는 수리되어 최전선에 다시 투입되었을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브래들리 승무원들은 이 장갑차의 성능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우크라이나의 혹독한 겨울을 견디는 능력과 미국이 일부 구형 브래들리를 보낸 사실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러시아군에 비해 열세인 우크라이나의 화력은 최전선의 공통된 주제이다. 인근 드론 정찰 부대 사령관 ‘테렌’은 우크라이나군에게 무기와 장비가 충분하지 않다고 노골적으로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제한된 자원으로 인해 더 뛰어난 조종사가 되어야 하고 더 창의적이어야 할 수밖에 없다고, 그는 말했다.

“전쟁 초기에는 드론 분야에서 러시아군의 우위가 우리보다 10배나 높았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드론에 있어서는 현재는 우리도 충분히 싸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24시간 내내 하늘을 덮고 있습니다.”

CNN은 해당 부대 지휘소에서 드론 부대가 러시아군을 사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과정에서 그 부대의 드론 여러 대가 러시아군 참호 위를 돌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한 드론의 선명한 카메라에는 두 명의 러시아 군인이 이 자살 드론을 겨냥해 필사적으로 사격을 가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들의 소총의 포연과 담배 연기가 차가운 공기 사이로 뿜어져 나왔다. 곧바로 우크라이나 드론이 그들이 포진한 좁은 참호로 뛰어들어 폭발했다.

CNN은 이들 러시아 병사들의 운명을 알지 못하지만, 드론 조종사들은, 해당 지역에서 운용되는 드론의 수를 고려할 때 그들이 살아남았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CNN에 주장했다.

지난 2월 10일 독일 브레머하펜에 도착한 미군 브래들리 장갑차 [사진 = 연합뉴스]
지난 2월 10일 독일 브레머하펜에 도착한 미군 브래들리 장갑차 [사진 = 연합뉴스]

흘러 넘치는 컵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군의 공격은 계속되고 있으며, 이제 아우디우카를 지키는 것은 숫자 싸움이라고 특수부대 저격수 ‘베스’는 주장했다.

“1리터 병이 있다면 그 안에 1.5리터를 담을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러시아군의 우월한 병력과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는 군 장성들의 압박에 당면한 우크라이나 정부는 병력 확충을 위해 50만 명의 추가 병력 투입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편, 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우크라이나 도시들의 생활은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상대적으로 전쟁의 영향을 받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사병 모집 포스터와 고속도로 곳곳에 포진한 군 검문소에서 제복 입은 남자들을 흔히 볼 수 있지만, 전시 제한이나 일상생활에서 명백한 변화를 목격할 수는 거의 없다. 슈퍼마켓에는 상품들이 가득 차 있고, 카페에는 손님들이 넘치고 있다.

하지만 징병은 민감한 주제이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현재 27세 이상으로 제한되는 추가 병력 동원령을 내릴 권한을 갖고 있지만, 그는 이에 대해 의회의 승인을 구하기로 결정했다. 이 법안은 국회의원들의 심사숙고를 거쳐 어려움 없이 절차를 밟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한 6명의 납세자가 군인 각각 1명의 급여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서 전비를 어떻게 마련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키이우에 대한 야망을 숨기지 않는 상황에서도 그의 말수가 줄어든 것은 우크라이나 내 여론을 둘러싼 정치적 민감성을 나타낸다.

러시아 안보리 부의장이자 가장 강경한 러시아 정치인 중 한 명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17일 텔레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존재 자체가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치명적이다.”라고 주장했다.

“왜? 역사적으로 러시아의 영토에 우크라이나라는 독립 국가가 존재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제 우크라이나가 전투를 멈추지 못하는 끊임없는 구실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최전선에서 CNN과 대화를 나눈 우크라이나 군인들의 사기는 높았다.

거의 불만을 나타내지는 않았지만, 피곤을 감추지 못한 병사들은 최전선에 증원 병력이 투입된다면 서로 돌아가면서 휴식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시인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아우디우카에서는 그것은 먼 희망으로 남아 있다.

“우리는 이 전선을 지키기 위해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모든 것을 하고 있습니다.”

‘오메가 특수부대’ 장교 ‘세이어’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우디우카는 버티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땅을 지키고 있습니다. 우리는 잃을 것이 없습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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