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개입·블랙리스트 작성' 등 혐의 전부 무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개입·블랙리스트 작성' 등 혐의 전부 무죄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4.01.26 22:23
  • 수정 2024.01.26 2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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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67)·고영한(69) 전 대법관 전부 무죄
검찰 기소한지 4년 11개월 만에 판결, 文정부의 정치적 수사 역풍 주목
법원, 재판개입,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 비자금 조성 등 47개 혐의 전부 무죄
이른바 '사법농단' 재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출처=연합]
이른바 '사법농단' 재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출처=연합]

지난 5년간 법조계와 정치권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이른바 '사법농단' 사태에서 사건 최고 책임자인 양승태(76) 전 대법원장과 관련자들이 전부 무죄를 받아, 당시 문재인 정부와 김명수 전 대법원장 휘하에서 '보수 죽이기'를 위한 정치적 무리한 수사가 자행된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올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1(이종민 임정택 민소영 부장판사)26일 늦은 저녁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역시 함께 기소된 박병대(67)·고영한(69) 전 대법관에게도 무죄가 선고했다. 법원의 이날 판결은 검찰이 기소한 지 1810, 411개월 만의 일이다.

앞서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징역 7, 박 전 대법관 징역 5, 고 전 대법관 징역 4년의 구형한 바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19월 취임 후 임기 6년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박·고 전 대법관 등에게 반헌법적 구상을 보고받고 승인하거나 직접 지시한 혐의로 2019211일 구속기소됐다.

이른바 '사법농단' 재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박병대 전 대법관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출처=연합]
이른바 '사법농단' 재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박병대 전 대법관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출처=연합]

양 전 대법원장은 각종 재판개입,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 헌법재판소 견제, 비자금 조성 등 47개 범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죄명 기준으로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무상비밀누설,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직무유기, 위계공무집행방해, 공전자기록위작 및 행사,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등이 공소장이 적시됐다.

부당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는 재판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손해배상청구소송,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 확인 소송 등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임종헌 전 차장 등 하급자들의 직권남용죄 등 혐의가 대부분 인정되지 않고, 일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지시·가담 등 공범 관계가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이른바 '사법농단' 재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박병대 전 대법관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출처=연합]
이른바 '사법농단' 재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박병대 전 대법관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출처=연합]

특히 '법관의 독립' 측면에서 관심을 모았던 재판개입에 대해서는 '재판에 개입할 일반적 직무권한'이 없어 직권남용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예컨대 양 전 대법원장이 20146월 강제동원 재상고 사건 주심 대법관에게 원고 청구기각 의견을 전달한 행위에 대해 재판부는 "전원합의체의 재판장 지위가 있는 대법원장으로서 일반적 직무권한이 없고,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재판장으로서 주심 대법관과 논의하는 일부라고 보일 뿐"이라며 "독립된 재판권 행사 방해 결과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법관 블랙리스트'로 불렸던 '물의야기 법관' 보고서 작성 지시는 '일반적 직무권한'이 인정되지만, 직권을 남용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른바 '사법농단' 재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출처=연합]
이른바 '사법농단' 재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출처=연합]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 와해 시도를 위한 각종 보고서 작성 지시에 대해서는 임종헌 전 차장이 직권을 남용해 법관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의무 없는 일을 한 것은 맞지만, 양 전 대법관 등의 가담을 인정할 수는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재판은 혐의가 방대한 만큼 시작부터 재판부의 선고까지 무려 4시간27분이 소요됐다. 선고 중간에 이례적으로 10분간 휴정을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재판부가 "각 무죄"라고 말하자 방청석에서는 일부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재판부는 법리적으로 유죄가 입증되지 않아 무죄를 선고한다고 하더라도 선고공판 중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질타를 하는 등 사건을 바라보는 재판부의 시각을 종종 드러내기도 한다.

지난 2018년 5월 31일 오후 법원행정처 사법 거래 파문과 관련해 담화문을 내고 국민에게 사과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퇴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출처=연합]
지난 2018년 5월 31일 오후 법원행정처 사법 거래 파문과 관련해 담화문을 내고 국민에게 사과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퇴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출처=연합]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개별 혐의에 대한 법리적 판단 근거만 상세히 설명하고는 "오랜 기간 출석한 피고인들께 고생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언급한 뒤 재판을 마쳤다. 양 전 대법원장 등 피고인 3명은 선고까지 무표정으로 일관하다가, 무죄 공시 안내문을 받자 비로소 미소를 지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선고 뒤 취재진에게 "당연한 일을 명쾌하게 판단해주신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는 짤막한 입장을 밝혔다. ·고 전 대법관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기소와 공소 유지를 맡았던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선고 직후 "1심 판결의 사실인정과 법리 판단을 면밀히 분석하여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위키리크스한국=최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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