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대기업 엔비디아의 기대이상 설적발표가 日 반도체주 매수 견인
엔화 약세로 수출 기업들의 실적 호조세, 중국에서 빠져나온 자금 日에 유입
일본 증시가 34년 만에 역사적 최고점을 돌파했다. 이는 사실상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30년’으로 불리는 침체기에서 완전히 벗어났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도쿄 증권거래소는 22일 오후 대표적인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의 당일 종가가, 전일보다 2.19% 오른 3만9098로 장을 마감했다고 밝혔다. 닛케이지수가 3만9000선을 넘은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날 장중 한때는 3만9156까지 치고 올라갔다.
이로써 닛케이지수는 거품 경제 때인 1989년 12월 29일 기록한 장중 사상 최고치(3만8957)와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3만8915)를 단번에 모두 갈아치웠다.약 34년 2개월 만의 최고 기록 경신이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닛케이지수의 급등한 요인으로, 미국 반도체 칩 설계업체 엔비디아의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은 실적발표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대기업 엔비디아가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 발표가 나자, 엔비디아의 새벽(일본시간) 시간외 거래가 급등 했다. 이는 일본 증시에 막강한 영향을 행사하는 반도체 관련주에 직접적으로 작용해, 매수세가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닛케이지수를 끌어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닛케이지수는 올해 들어 16%가량 상승하는 등 강세 흐름을 보여 왔다. 미국 증시가 상승세를 잇는 가운데 일본은행의 완화적인 통화정책 영향으로 전개된 엔화 약세로 수출 기업들의 실적이 호조세를 보이면서 투자심리를 자극한 영향이 컸다.
이에 힘입어 중국 증시에서 빠져나온 외국인 자금이 일본 증시에 유입됐다. 여기에 상장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확대 등 당국의 주주 중시 경영 유도책과 올해 개편된 일본의 소액투자 비과세제도(NISA) 등도 주가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일본 증시의 추가 상승세에 대한 기대감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최근 노무라증권은 연말 닛케이지수 전망치를 40,000으로 종전보다 5%가량 올려 제시했고 야마토증권도 전망치를 43,000으로 8.6% 상향 조정했다.
앞서 닛케이지수는 일본 경제의 자산 거품이 터지기 직전인 1989년 말 장중 38,957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38,915로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 역시 사상 최고치였다.
이후 이 지수는 거품 경제의 붕괴와 리먼 쇼크에 따른 금융위기 등 영향으로 2009년 3월에는 7,054까지 추락하는 등 한동안 바닥권을 헤맸다.
그러다가 '아베노믹스'의 한축으로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이 시행되면서 서서히 오름세를 탔다.
다만 닛케이지수가 34년 만에 전고점을 돌파하는 동안 미국 뉴욕 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4배 수준으로 상승했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오명을 가진 한국 증시의 코스피 지수도 4.7배로 뛰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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