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러시아에 밀리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주민들과 군인들의 불안
[월드 프리즘] 러시아에 밀리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주민들과 군인들의 불안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4.03.08 07:03
  • 수정 2024.03.08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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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격으로 폐허가 된 아우디이우카 [사진 = 연합뉴스]
폭격으로 폐허가 된 아우디이우카 [사진 =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동부 전략 요충지 아우디이우카가 러시아군에 넘어가고, 미국의 대(對) 우크라이나 지원이 보류되면서 전세가 러시아쪽으로 급격히 기울자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을 지키는 우크라이나 군인들과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걱정과 불안이 커지고 있으며, 일부는 러시아군의 진격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며 체념하기도 했다고, 7일(현지 시각) CNN방송이 현지 취재를 통해 보도했다. 다음은 이 보도의 전문이다.

우크라이나군의 T-64 탱크 한 대가 차시브 야르 인근의 참호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주변에서는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 외곽의 작은 마을인 이바니우스케를 점령하려는 러시아군의 공격 소음이 끊임없이 들려왔다. 차시브 야르와 이바니우스케는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이 탱크는 72시간 동안 포탄을 한 발도 발사하지 못했다. 72시간 중 CNN은 1시간 동안 탱크 참호를 방문해 상황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탱크가 이렇게 잠을 자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구소련 시절에 만들어진 포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신 우크라이나 탱크병들은 인근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지원하라는 명령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탱크 부대 사령관 야로슬라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서방 정치인들에게 “매우 멀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전쟁은 우리나라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어요. 전쟁이 당신 문앞에 들이닥친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러면 망설이시겠습니까? 우리에겐 무기가 필요합니다. 적은 화력이 훨씬 더 강합니다. 동맹의 도움 없이는 우리는 살아남을 수 없고, 국가로서 존재할 수도 없을 겁니다. 그러면 우리는 멸망하겠지요.”

그들이 숨어 있는 참호에서는 소음이 끝없이 들려왔는데도 군인들은 오히려 이날은 ‘조용한’ 편에 속한다고 표현했다. 최근 몇 주 동안 러시아의 란셋 자폭 드론이 그들의 위치를 공격했다. 야로슬라프는 현재 미국 의회에서 보류 중인 600억 달러 규모의 군사 지원 패키지가 실행되지 않을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지 깜깜할 뿐이다. 

“내 생각에는 우리 모두 죽을 것 같습니다.” 

야로슬라프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겁니다. 이는 비단 우크라이나만의 문제가 아닐 겁니다. 러시아인들의 다음 목표는 유럽이 될 테니까요.”

근처의 또 다른 지역에서 미국이 기증한 팔라딘 전차를 운용하는 부대원들은 미국이 보내준 포탄의 재고가 남아있었기 때문에 상황은 차시브 야르의 T-64 탱크병들보다 덜 치명적이었다. CNN이 방문한 동안 팔라딘 전차는 포탄을 두 번 발사했지만, 그들 주변의 하늘은 러시아에서 발사된 무기의 끊임없는 폭발로 뒤덮였고, 팔라딘 부대 사령관 올렉산드르는 앞으로의 전투 성과에 대해 의구심을 표시했다.

“우리는 탄약 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포탄 재고를 어느 정도 확보하고는 있지만, 최대한 절약해서 발사하는 중입니다.”

그는 러시아의 화력에 비해 많이 부족한 자신들의 포탄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달 19일(현지 시각) 촬영된 아우디이우카 인근 도시(Selydove)의 주민 [사진 = 연합뉴스]
지난달 19일(현지 시각) 촬영된 아우디이우카 인근 도시(Selydove)의 주민 [사진 = 연합뉴스]

러시아군은 몇 달에 걸친 격전 끝에 두 도시, 즉 2주 전 아우디이우카와 지난해 5월 바흐무트를 점령하면서 복잡하게 전개되던 동부 전선에서 승기를 잡은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바흐무트 바로 서쪽의 이바니우스케 공격에서도 승기를 잡았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더 큰 승리는 아우디이우카 서쪽에서 거둔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러시아가 처음에 점령한 마을 세 지역(라스토키네, 스텝포프, 시에베른)은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우크라이나군이 그들의 방어선은 훨씬 더 뒤쪽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의 새로운 방어선인 고를로프카, 토넨케, 베르디치가 또 다른 축을 통해 러시아의 강력한 공격을 받고 있으며, 친러시아 소식통들은 각 마을의 가장자리에 거점을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군에 밀리는 지역이 점차 늘어나면서 우크라이나군 내부에서는 아우디이우카에서 후퇴한 이후의 군 지도부의 전술 부재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전선 전반에 걸쳐 더 넓은 문제를 시사한다.

한 특수부대 병사는 “아우디이우카 후방에 정상적인 진지를 구축하지 않은 것은 우리 군의 실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만약 우리 보병이 아우디이우카 후방에 진지를 구축했다면 우리는 러시아군을 아주 오랫동안 효과적으로 막아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조지아 출신의 미국인 자원병인 개리슨 포스터는 군비 부족에 대해 심각하게 설명했다. 

“올해는 이번 전쟁의 최악의 해가 될 것입니다. 탱크 부족에 시달리는 부대들이 많습니다.”

그는 미국 공화당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딴지를 거는 태도에 분노했다.

“너무 말도 안 되는 상황입니다. 정치는 정말 웃깁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점령하는 것이 미국에게 이익이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은 언어도단입니다. 미국에겐 불행이 될 겁니다.”

CNN은 아우디이우카 인근 최전선에서 러시아의 강력한 공격이 임박한 징후를 목격했다. 러시아군의 공격 루트에서 베르디치 다음으로 심하게 피해를 입은 마을인 오케레틴 주민들은 피난을 떠날 수 없는 처지로 보였으며, 그 중에서 유헨느(32)는 러시아군이 들이닥치면 탈출하려고 준비한 여행 가방 위에 앉아있었다.

“어제 우리는 옷과 필수품 등을 가방에 챙겼습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 군인들과 사이가 좋습니다.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군인들이 물을 구하러 오기도 했습니다. 탈출할 때가 되면 그들이 우리에게 알려줄 거라고 믿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러시아군이 여기까지 쳐들어올 것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상황이 잘 풀릴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는 우크라이나군의 패퇴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달 16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가 공개한 동영상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파괴된 아우디이우카 건물에서 적진을 향해 기관총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지난달 16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가 공개한 동영상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파괴된 아우디이우카 건물에서 적진을 향해 기관총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유헨느의 두 집 아래에는 빅토르가 살고 있었다. 그는 포격으로 인해 지붕에 구멍이 난 것을 계속 수리해야 했다. 

“포격이 멈추길 바랄 뿐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전쟁 전의 오케레틴이 얼마나 번창했던 마을이었는지 씁쓸한 마음으로 회상했다. 

“나는 결혼한 지 52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부부는 이곳에 함께 묻힐 겁니다. 바로 이 도랑에 말입니다.” 

그는 바깥쪽의 참호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지평선 너머로 끊임없는 포격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인근의 젤라니에서는 노인 몇 명이 최종적으로 피난을 선택하고 우크라이나 경찰이 운영하는 ‘화이트 엔젤스(White Angels)’ 대피 프로그램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들이 사는 인근인 아우디이우카에서는 2014년 러시아의 첫 번째 침공이 있은 뒤부터 전투가 계속되었지만, 이제는 상황을 무시하기에는 전쟁이 너무 가까워졌다. 

“집이 이미 네 번이나 흔들렸습니다.”

발렌티나(74세)는 이렇게 말했다. 

“내 집은 진흙과 짚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들의 포탄이 나아올 때마다 이제 마지막이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가장 끔찍한 것은 러시아군이 여기로 쳐들어오는 겁니다.”

그녀는 러시아군에 대해 이렇게 묘사했다.

“손에 피가 묻은 사람은 믿을 수 없습니다.”

그런가 하면 바흐무트에 더 가까운 차시브 야르의 일부 주민들은 카메라를 촬영하지 말라고 간청하면서 러시아군의 진입을 체념하거나 심지어 환영하는 것처럼 보였다.

한 남성은 구호품 배급소 밖에 서서 “어쨌든 평화는 평화입니다. 나는 모스크바에 있는 손녀를 보고 싶습니다. 내 여동생은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에 있어요. 러시아의 절반은 내 친척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나만 여기 혼자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여성은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민간인 지역에 주둔하기 때문에 러시아군이 그곳에 총격을 가하는 것이며, 우크라이나군이 지역 주민들의 물자를 소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도 가스도 전기도 없고, 아무것도 없습니다. 물을 구하러 가면 군인들도 똑같이 물을 찾고 있습니다. 그리고 군인들이 물을 모두 가져가죠.”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사람들이 사는 집으로 곧장 들이닥쳐서는 그곳에서 사격을 합니다. 그들은 민간인들의 등 뒤에 숨어서 싸웁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은 항상 민간인 지역을 피하고, 먼저 주민들에게 떠나라고 요구해 왔다고 주장해왔다.

국가에 대한 충성심과는 상관없이, 러시아군의 진격 소리와 점령지에서의 잔혹 행위에 대한 소문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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