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투데이] 중국-인도 국경 분쟁의 화약고에 뚫린 고산지대 인도 터널
[월드 투데이] 중국-인도 국경 분쟁의 화약고에 뚫린 고산지대 인도 터널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4.03.24 06:31
  • 수정 2024.03.24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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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아루나찰 프라데시주 셀라 터널 공사 모습 [사진 = 로이터]
2021년 아루나찰 프라데시주 셀라 터널 공사 모습 [사진 = 로이터]

인도 동북부 아루나찰 프라데시주는 인도의 실효적 지배 하에 있지만 중국과의 국경 분쟁이 단속적(斷續的)으로 이어지고 있는 곳이다. 중국은 이곳을 중국식 명칭인 짱난(藏南/남티베트)으로 부르면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최근 이곳 고산지대에 터널이 개통되었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최근 이 터널 개통식에 참석하자 지난 11일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짱난은 중국 영토”라며 “인도는 허가 없이 중국 짱난을 개발할 권리가 없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여기에 미국까지 인도 편을 들자 중국의 반발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 CNN방송은 23일(현지 시각) 이 터널이 인도-중국 분쟁의 발화점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다음은 이 보도의 전문이다.

인도 북동부의 고산지대에 건설된 터널이 또 한 번 뉴델리와 베이징 사이 국경 분쟁의 발화점이 되고 있다.

이달 초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개통식 테이프를 끊은 셀라 터널(Sela Tunnel)은 해발 약 3,900미터에 히말라야를 뚫고 건설되면서 인도 토목 기술의 위업이자 인도군의 전략에 이바지하는 성과로 인도에서 찬사를 받고 있다. 인도 입장에서는 중국과 국경 분쟁을 겪는 가운데 해당 지역에 군대를 더 빨리 투입할 수 있는 길이 뚫린 것이다.

이 터널 개통은 인도와 3,379km에 걸쳐 국경을 맞대며 오랫동안 국경 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사건으로, 핵 강국인 중국, 인도 양국은 최근 몇 년간 해당 지역의 영유권을 놓고 충돌하는 모습을 보였다.

2020년 양국의 서쪽 국경에 해당하는 악사이 친-라다크(Aksai Chin-Ladakh)를 지키는 양국 군인들끼리 백병전이 벌어져 최소 20명의 인도군과 4명의 중국군이 사망했다.

그리고 수십 년 전에는 양국의 국경 분쟁은 끝내 전쟁으로 이어지기까지 했다.

중국은 이번에 터널이 건설된 인도 아루나찰 프라데시주를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지역은 오랫동안 인도 영토로 실제적인 기능을 해왔다.

최근 중국 관리들은 뉴델리가 국경의 평화를 훼손하는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터널 프로젝트와 모디 총리의 아루나찰 프라데시주 방문을 비난했다.

“우리는 인도 측에 국경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는 모든 행동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중국군은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에 추호의 경계도 늦추지 않을 것이다.”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주, 중국에서는 ‘짱난’이라 불리고 남티베트에서는 ‘아루나찰 프라데시(Arunachal Pradesh)’라 불리는 이 지역을 언급하며 이렇게 경고했다.

그러자 인도는 화요일 중국의 터무니없는 주장을 비난하며 이 지역은 “언제나 절대적이고 양도할 수 없는 확고한 인도 영토의 일부”라고 말했다.

여기에 수요일 미국 국무부도 기자회견을 통해 아루나찰 프라데시에 대한 인도의 영유권을 지지하면서, 사실상의 양국 국경에 해당하는 ‘실질 통제선(LAC)’을 무력화하는 “침략이나 침범을 통해 영토 주장을 확대하려는 일방적인 시도”에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중국도 미국이 “​​지정학적 이득을 노리고 타국의 갈등을 도발하고 이용하려는 노력을 삼가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

아시아의 가장 큰 두 국가 사이의 뿌리 깊은 앙숙 관계를 드러내는 이번 갈등은 인도 총선을 몇 주 앞두고 벌어져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번 인도 총선에서는 힌두 민족주의 이념을 강력히 내세우는 모디 총리 세력이 승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이 2020년 국경에서 심각한 충돌을 빚은 이후 사태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인도 모디 정권 하에서 고조되는 민족주의는 단호한 외교 정책을 앞세우는 시진핑 주석 치하의 중국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모디 총리는 금요일에는 “인도-부탄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부탄을 여행했다고 소셜미디어 플랫폼 X에 썼다. 아루나찰 프라데시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히말라야 지역의 외딴 나라 부탄 역시 중국과 국경 분쟁을 겪고 있는데, 인도는 중국과 부탄이 국경 문제를 놓고 합의를 이룰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2013년 5월 인도 북부 잠무-카슈미르 주 라다크 인근 지역에서 중국군이 "당신은 국경을 넘었다. 돌아가라"는 현수막을 들고 서 있다. [사진 = 연합뉴스]
2013년 5월 인도 북부 잠무-카슈미르 주 라다크 인근 지역에서 중국군이 "당신은 국경을 넘었다. 돌아가라"는 현수막을 들고 서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뿌리 깊은 갈등

이번 달 초 아루나찰 프라데시를 방문하면서 모디 총리는 셀라 터널 완공에 대해 “경이로운 공학적 성과”로 칭찬하는 동시에 국경 인프라를 포함한 다양한 개발 프로젝트를 자랑했다.

이러한 프로젝트는 분쟁 중인 국경을 따라 인도 영토를 개발하려는 모디 정부의 공격적인 정책의 일환이다. 중국이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경고하는 가운데 이루어지고 있는 이러한 국토 개발 드라이브는 험악한 지형을 방치하는 것이 중국의 침략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인도 정부의 오랜 생각을 뒤집는 것이다.

인도 ‘국경 개발 기구(Border Roads Organization)’가 도로, 교량, 비행장 등 인프라 건설을 위해 지난해 시작한 118개 프로젝트 중 절반 이상이 중국과 분쟁 지역인 아루나찰 프라데시와 라다크에서 진행되고 있다.

중국은 인도가 이러한 개발로 “국경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고 국경 지역의 상황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관측통들은 수십 년 동안 중국이 해당 지역들에서 도로 및 인프라 건설을 통해 국경 지역에 군대를 배치하고 수백 개의 이주지를 건설함으로써 인도보다 상당한 이득을 얻었기 때문에 인도가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나서고 있다고 분석하지만, 중국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인도는 이제 국경 인프라 건설의 이점을 인식하고 건설을 가속화하면서 중국을 따라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은 중국과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베이징 또한 인프라 구축 노력을 배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싱가포르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 ‘아시아 및 세계화 센터’의 바이런 총 연구원은 이렇게 분석했다.

아삼주에서 아루나찰 프라데시주의 타왕까지 이어지는 셀라 터널은 ‘실질 통제선(LAC)’ 상에 있는 이 지역의 민감성을 고려할 때 베이징으로부터 특별한 관심을 끌었을 가능성이 높다. 뉴델리는 이 프로젝트가 “인도군의 준비 태세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인도 당국에 따르면 타왕은 2022년 말 양측 간 소규모 분쟁이 벌어진 곳이다. 당시 인도는 중국 인민해방군이 ‘실질 통제선’을 넘어 사실상의 국경에 “일방적으로 변화를 시도하려 한다”고 비난했었다.

그러나 방갈로르에 있는 ‘탁샤실라 연구소(Takshashila Institution)’에서 인도-태평양 연구를 이끌고 있는 마노즈 케왈라마니에 따르면 타왕은 티베트 불교 내에서의 중요성과 영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지위 승계를 둘러싼 중국의 우려를 고려할 때 중국에게 특히 중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88세의 달라이 라마는 1959년 중국의 티베트 통치에 반대하는 봉기가 실패한 이후 인도에서 망명 생활을 하고 있다. 중국은 티베트의 종교 활동을 탄압하고 티베트 불교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려 하고 있다.

이러는 가운데 양국이 국경에서 군사력을 강화하고 중국이 공식적 입장을 통해 영토 주장을 계속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국은 2020년 치명적인 충돌 이후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외교적 노력 또한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8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과 모디 총리는 별도로 만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 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인도군과 중국군은 지난달 열린 가장 최근의 만남을 포함해 국경 회담을 계속하면서 “평화 유지” 약속을 재확인했다.

[위키리크스한국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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