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과 경쟁관계냐 동반자냐 의견 나뉘어
비트코인의 행보를 지켜보는 증권가에서 복잡한 속내가 읽히고 있다. 금리 인하로 인해 증시에 흘러가야 할 자금이 비트코인 투자로 쏠릴 수 있는 반면 가상자산 관련 논의에 불이 붙어 비트코인 현물 ETF 상품 출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29일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오전 8시 22분 기준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1BTC(비트코인 단위)당 1.45% 상승한 1억104만5000원에 거래됐다.
비트코인의 상승세는 최근 들어 지속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ETF(상장지수펀드) 현물 상품 상장을 승인한 영향이다. 이들 ETF는 상당 부분을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형태다. 비트코인에 투입되는 투자자금의 규모가 늘어났다는 의미다.
반감기도 상승세를 거들고 있다. 반감기는 비트코인 채굴에 따르는 보상이 줄어드는 시기를 말한다. 공급 감소로 가격이 오를 수 있다. 공급 감소로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는 것을 노려 수요는 늘어나게 된다. 가격 상승에 이어 유동자금 흡수라는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비트코인이 제도권 입성에 성공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현물 ETF 상장으로 투자자산으로 가치는 입증됐다는 것이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상장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판단은 시기상조지만 분명 자본시장의 화두가 됐다는 것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국내에서는 비트코인을 둘러싼 시각이 엇갈린다. 금리 인하기 증권업 호황에 따른 수혜를 덜 받게 할 수 있다는 경계론이 나온다. 비트코인이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으로 자리 잡으면서 시중 유동자금의 유입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비트코인과 주식이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KB증권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유동성 완화 시기에 가격 상승세가 나타나고 지정학적 리스크, 시스템 리스크가 부각될 때 안전자산의 역할을 하기도 했고 나스닥 등 성장성 높은 시장과도 유사한 흐름을 보여왔다”면서도 “반감기, 현물 ETF 출시, 미카법 시행 예정 등 변수들로 인해 주식시장과의 상관도가 줄어들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저금리가 본격화된 후 비트코인이 상승한 바 있다. 불확실성이 높아졌을 때 대표적인 금 가격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기도 했다.
장기적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에서는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와 해외 비트코인 현물 ETF 중개가 금지돼 있다.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어서다.
다만 미국 시장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의 상승추세가 지속되면 국내 도입을 놓고 논의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이 경우 국내 증권사의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가능성도 높아진다. 국내 자본시장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가 활성화되면 증권사는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관관계는 분명치 않지만 비트코인의 흐름이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확실하다”며 “앞으로 성공 가도를 걸을지 언제 상승세에 한계를 보일 지가 관심사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위키리크스한국=강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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