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25년 전 발걸음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최근 광폭 행보가 묘하게 교차되고 있다. 두 사람 사이에는 현실에 안주하기 보단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해 혁신적인 변화를 택했다는 공통분모가 존재한다.
1993년 6월7일 이건희 회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그룹 주요 임원들을 인근 호텔에 모은 후 ‘신경영’을 선언했다. 이건희 회장의 가치관을 명확히 드러내는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발언이 나온 현장이다.
이때부터 삼성의 변화 속도는 급속도로 빨라졌고 이건희 회장은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흔히 볼 수 없던 그룹 총수의 해외 출장이 연거푸 이뤄졌다. 이건희 회장을 국내서 보는 게 더 힘들다는 말이 우스갯소리처럼 돌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이재용 부회장의 최근 행보는 이건희 회장의 25년 전 모습과 곳곳에서 닮은 구석이 존재한다. 특히 최근 거듭되는 이재용 부회장의 해외 출장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지난달 31일 출국했던 이재용 부회장은 열흘에 걸친 홍콩 및 일본 출장을 마무리하고 지난 10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일본 우시오 전기, 야자키 등 주요 비즈니스 관계자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출장은 이재용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지 100일이 채 지나지 않은 가운데 감행한 세 번째 해외 일정이었다. 한 달에 한번 꼴로 해외 출장이 거듭된 셈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3월 말 유럽과 북미에서 해외 일정을 소화한 바 있다.
혁신적인 신사업 발굴에 심혈을 쏟는 과정에서도 '이건희-이재용' 부자를 잇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이건희 회장의 지휘 아래 삼성전자는 반도체에 집중 투자를 감행했고 1990년대 중반부터 눈부신 도약을 거듭했다. 그결과 그룹의 중추로 거듭난 삼성전자는 어느덧 매출 200조원을 훌쩍 뛰어넘는 글로벌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국내 기업 전체매출의 7.24%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위상은 두말할 것 없이 단단한 상태다.
최근 이재용 부회장은 4차 산업혁명 관련 신사업을 집중적으로 발굴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TV, 휴대전화, 반도체에 이은 삼성의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움직임이다. 이를 위해 하만 인수를 시작으로 전장사업에 대한 투자 의지를 내비친 상태다. 그룹이 지난 2010년 미래 먹거리로 지목한 바이오·자동차 전장·헬스케어 사업과 시너지를 염두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이 과정에서 과거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을 뒷받침하던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에 매출 60조원, 영업이익 15조6000억원 등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뉴삼성 경영 의지와 삼성전자의 호실적이 무관지 않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다만 뉴삼성 기조가 보다 안정적으로 안착되기 위해서라도 이재용 부회장의 국내 경영 일선 복귀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이재용 부회장은 해외에서 활발한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에선 아직까지 공식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뉴삼성으로 대변되는 기조는 혁신을 추구했던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개념의 연장선상에 위치한다. 자기 혁신을 강조한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은 이재용 체제에서 뉴삼성으로 변모했지만 기본 이념은 일맥상통한다”며 ”달리 말하면 삼성그룹이 혁신이라는 가치를 얼마나 중요시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양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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