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의 귀환(하) 알카에다 전투요원들에게 '가혹한 심문'
스파이의 귀환(하) 알카에다 전투요원들에게 '가혹한 심문'
  • 최석진 기자
  • 승인 2018.11.01 10:12
  • 수정 2018.11.02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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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전쟁을 벌여온 알카에다. [연합뉴스]
미국과 전쟁을 벌여온 알카에다. [연합뉴스]

9.11 테러가 발생하고 부시 행정부는 ‘강화 심문(enhanced interrogation)’이라고 알려진 가혹한 심문 기법을 알카에다 전투요원에 적용할 수 있도록 인가했다.

C.I.A. 요원들도 혐의자들을 납치해서 제3국으로 이송한 후 외국 정보기관이 그들을 심문하도록 함으로써 반인권적인 처사로 악명을 높이고 있었다. C.I.A.는 그런 방식으로 고문 혐의를 벗어나고자 했다.

요르단 중앙정보부(G.I.D.)는 미국이 벌이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중동 지역의 가장 가까운 파트너이다. 미국은 작전에 돈과 장비들을 제공하며, C.I.A.는 G.I.D.와 테러와의 전쟁 본부를 수도인 암만 외곽에서 함께 운용하고 있다. 인권감시기구(Human Rights Watch)에 따르면 2001년과 2004년 사이에 C.I.A.는 적어도 14명의 테러 혐의자들을 G.I.D.의 수용시설로 이송했다. 혐의자들은 기저귀만 차고 눈이 가려진 상태인 경우가 많았다. 그들 중 일부는 이곳에서 죄를 시인할 때까지 고문을 받았다.

알리 알 샤르카위라는 예맨 출신의 수감자는 수용 중에 비밀일기를 작성했다.

“심문자는 내게 정보를 캐낼 때마다 내가 그 정보를 미국인들에게도 발설했는지를 물었다. 내가 아니라고 답을 하면 심문자는 뛸 듯이 기뻐했으며, 나를 놔두고 그 사실을 상관에게 보고하러 갔으며, 그들은 함께 기뻐했다.” 샤르카위는 이렇게 일기에 적었다.

2006년 스키너는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또 한 번의 파견 임무를 마치고 암만의 C.I.A. 지부로 파견되었다. 그는 부인과 함께 보내며 평화로운 국가에서 활동하도록 배려를 받았다. C.I.A.의 불법 구금시설 활용과 포로 이송, 그리고 고문 등의 혐의가 국내에서 이목을 따갑게 받고 있었으며, 제3국에 집중적으로 의존했던 ‘강화 심문’ 프로그램은 폐지되었다. C.I.A. 감찰관에 따르면 미국은 이러한 고문들을 통해 유용한 정보를 얻어낸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다른 대부분의 케이스 오피서들과 마찬가지로 스키너도 친밀한 인간관계를 통해서 결과를 얻어냈다.

“고약한 인간과도 중요한 관계를 맺을 수 있어요.” 그는 말했다.

“어떤 테러리스트 그룹이라도 역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기와 불만에 찬 사람이 있기 마련이지요. 테러리스트들에게는 그들의 활동이 직업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월급을 받아요. 자신이 과소평가 받고 있다고 불만에 차있는 인물을 찾으면 됩니다. 보수에 불만이 있는 전사를 찾는 거지요.”

  2008년 미국 국가안보국은 암만의 노동자 계급의 사이버 공간에서 활동하는 유명한 지하디 블로거를 추적하고 있었다. 그 블로거는 중요한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것처럼 활동하며 이라크에서 전사한 미군들의 참혹한 사진들을 온라인에 포스팅하고 있었다.
  “온라인에서 그를 열렬히 추종하는 사람들은 그가 사우디 인이며 알카에다 내에서 고위직에 있는 인물이라고 추정하고 있었다.”
  조비 워릭은 이 사건을 세밀히 기록한 책 「삼각 첩보원(The Triple Agent)」에 이렇게 썼다.
  C.I.A.는 이 블로거의 주소를 G.I.D.와 공유했으며, 쉐리프 알리 빈 제이드라는 스키너의 가까운 동료가 이 사건을 맡았다. 제이드는 34살 먹은 요르단 대위였다.

  온라인에 숨어 활동하던 블로거는 요르단 출신의 젊은 의사로, 이름은 휴맘 칼릴르 알 발라위였으며 광신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낮에는 팔레스타인 난민촌에서 여자들과 아이들을 치료하며 시간을 보내고, 밤에는 아내와 딸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는 신앙심이 깊고 매너가 부드러운 내향적인 인물이었다. 그에게는 실제로 지하디와 접촉했다는 어떤 분명한 흔적은 없었지만 온라인 상에서는 자신이 자살공격을 꾸미고 있다는 식으로 떠벌였다.

  2009년 1월의 어느 날 밤 G.I.D.는 발라위의 집을 급습해서 그를 체포했다. 3일 뒤 G.I.D.가 발라위를 풀어주었을 때 그는 거의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다. “자꾸 초조해하고 태도는 음울했으며 정신은 산만해졌다.”고 워릭은 「삼각 첩보원」에서 밝히고 있다.

이어지는 몇 주 동안 빈 제이드는 발라위를 밖으로 불러내 커피와 비싼 식사를 대접했다. 빈 제이드는 발라위가 유약한 인물이라고 생각했으며, 지하디 그룹 내에서의 그의 온라인 신분을 테러와의 전쟁 작전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빈 제이드는, 발라위에게 그의 도움으로 알카에다 최고위급 인물들을 사로잡거나 제거할 수 있게 해준다면 엄청난 보상을 해주겠다고 구슬렸다. 미국은 자와히리에 대한 결정적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에게 2500만 달러의 포상금을 걸어놓고 있었다.

2월에 발라위는 자신이 파키스탄의 부족 지역으로 가서 파키스탄 탈레반과 접촉을 하고 진료소 건립을 요청해보겠다는 제안을 빈 제이드에게 했다. 그러한 위장술을 통해 발라위는 탈레반 지역에서 자유롭게 활동하고 빈 제이드에게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빈 제이드는 발라위의 제안을 스키너에게 전달했으며, 정보 당국은 드디어 이 문제를 정식으로 논의에 올렸다. 발라위는 지하디 내에 신임이 두터웠지만 암호 작성이나 첩보요원으로서 훈련을 받은 적은 없었다. 정보 당국은 발라위가 아마도 발각되어 죽임을 당할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젊은 의사가 어떻게 해서든지 알카에다와 관련된 중요한 정보를 넘겨주기만 한다면 C.I.A.는 드론을 띄워 공습을 감행할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3월 18일, 발라위는 암만을 출발했다. 두 달 뒤 그는 빈 제이드에게 이메일을 통해 탈레반이 자기를 받아들였으며 앞으로 탈레반 지도부에서 주치의로 활동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렸다. 7월에 C.I.A.는 스키너를 바그다드에 있는 미국 대사관에 배치했으며, 발라위의 파일은 그의 동료이자 친구인 다렌 라봉트에게 이관되었다.

8월말, 여러 달의 침묵기를 거친 후 발라위는 자신이 빈 라덴의 최측근과 함께 있는 방의 모습이 담긴 암호화된 비디오 파일을 보내왔다. 요르단 정보 분석가들은 깜짝 놀랐다.

“당신은 미국인들 앞에서 우리가 고개를 높이 쳐들 수 있게 했어요.” 빈 제이드는 발라위에게 이렇게 써 보냈다.

C.I.A.로서는 최초로 알케에다 내부에 접근하게 된 것이다. 곧 이어 발라위는 빈 제이드에게 이메일을 보내서 자와히리가 자신을 지목해서 그의 당뇨병을 치료해달라고 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그 때 빈 라덴은 오랫동안 종적을 감춘 채 숨어있었기 때문에 C.I.A.는 자와히리와 자금 담당 책임자인 쉐이크 사이드 알 마스리가 실제적으로 알카에다를 지휘하고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2002년 이래 자와히리를 분명하게 목겨한 사람은 없었다. C.I.A. 국장인 레온 파네타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발라위의 접촉 사실을 보고하고, 아프가니스탄의 코스트에 있는 미군 공군 기지에 딸린 C.I.A. 지부에서 발라위로부터 직접 대면보고를 듣고자 했다.

12월 초, 다렌 라봉트와 빈 제이드는 20년의 경력을 지닌 베테랑 여성 요원 제니퍼 매튜스와 다른 11명의 C.I.A. 관리들, 그리고 보안 계약자들을 만나기 위해 코스트를 향해 출발했다. 라봉트는 이동하는 자동차의 뒷좌석에서 정보원으로부터 직접 대면보고를 받는 것을 선호했지만 제니퍼 매튜스와 랭글리 본부에 있는 그녀의 C.I.A. 상관들은 발라위에게 대대적인 환영식을 열어주기로 결정했다.

발라위와의 만남 일자가 그의 생일 며칠 뒤로 결정되자 매튜스는 공군기지의 요리사에게 생일 케이크를 굽도록 지시하기까지 했다. 기지에는 아프가니스탄 군인들이 경비를 서고 있었지만 그들이 발라위의 출현 소식을 탈레반에게 발설할까봐 매튜스는 그들을 돌려보내기까지 했다.

발라위와 만남을 갖기 전에 라봉트는 바그다드에 있는 스키너와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라봉트는 자신의 접근 방식을 기껍지 않게 생각하는 C.I.A.에 화를 냈다. 스키너는 그와 입씨름을 벌이고, 이 작전의 위험성을 주장하는 케이블 전문을 암만 본부에 타전했지만 퇴짜 맞았다. 요르단의 정보 당국자도 빈 제이드가 그의 인적자원과 너무 가깝게 밀착되어있어서 냉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지만 그 역시 무시되었다. 오바마 대통령도 발라위와의 만남이 곧 있을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 그러나 아무도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듣고자하지 않았다.

발라위의 차가 공군기지에 이르렀을 때 라봉트는 스키너에게 환영을 위해 나가보아야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잘 해보라고, 제기랄!” 스키너도 답을 보냈다.

발라위가 탄 차는 무인 바리게이트 세 곳을 이리저리 비틀대며 피하더니 기지의 C.I.A. 지부 건물에 접근했다. 그곳에는 매튜스와 라봉테,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발라위를 위한 케이크를 들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발라위는 차에서 내리는 데 좀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기도문을 읊조리고 비틀거며 환영 인파로 다가오더니 팔목에 달린 기폭장치에 손을 뻗었다. 환영인파가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이해할만한 시간은 있었지만 피신할 시간은 충분하지 않았다.

이 자살 폭발로 라봉트와 매튜스를 포함해서 운전자와 빈 제이드 및 7명의 C.I.A. 관리들, 그리고 보안 계약자들이 사망했다.

공격이 있은 후 살포된 순교 비디오에서 발라위는 C.I.A.의 신임을 얻어내기 위해 탈레반과 알카에다 첩보원들과 은밀한 정보를 주고받았다고 털어놓았다.

C.I.A.는 알카에다 목표를 제거하는 데 눈이 어두워 첩보활동의 기본적 원칙을 경시했다. 특정 이데올로기 신봉자는, 발라위 자신이 비디오에서 밝힌 대로, 제아무리 한손에는 해를 쥐어주고 다른 손에는 달을 쥐어준다 해도 변절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강요를 하면 움직이기는 하겠지만 그와 함께 복수를 부르게 된다.
  몇 개월이 흐른 후, C.I.A. 조사 결과는 이 사건을 정보국 내의 ‘전반적인 결함(systemic failure)’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우리는 도저히 물리칠 수 없는 유혹적인 미끼를 좆고 있었던 겁니다. 발라위가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한 수배범인 자와히리에 대해 거짓 없는 진짜 정보를 쥐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우리는 그 진짜 정보에 넘어간 것이지요.” 스키너는 필자에게 이렇게 들려주었다.

“여기서 이렇게 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우리들은 더 잘했기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운이 좋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멈추지 않고 않다. 하지만 테러도 멈추지 않는다. 특히 최근에는 ‘외로운 늑대’라는 자생적 테러리스트들이 수시로 미국 사회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초강대국의 힘을 앞세운 미국 우선주의는 트럼프 정권 등장 이후 더 심화되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뿐만 아니라 국경을 넘는 난민들에게도 유럽,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도 한 치의 양보가 없다. 그 와중에 지구촌은 인류 공동 번영이라는 큰 목표를 상실한 채 신음하고 있다.

미국도 진보와 보수가 반반씩 갈려서 갈등을 겪고, 패권을 주장하는 국민들이 줄지 않고 있기는 하지만, 한 국가가 패권을 앞세우고 군사력 등의 무력과 경제적 힘만을 앞세운다면 지구촌의 항구적인 평화는 멀기 만하다.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미국의 가상 적국인 강대국은 말할 것도 없고 북한이나 탈레반, 알카에다, IS와 같은 세력들이 미국의 패권에 순순히 굴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이 르포기사에서 누차 강조되듯이 미국 내의 안보도 무력과 압박만으로는 달성되지 않는다.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민주당 지지자들을 향한 폭발물 발송 사건이나 유대교 회당의 총기 난사 사건 등이 이를 여실히 입증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미국 리더십의 선택이 지구촌을 쥐락펴락하는 오늘의 세계가 암울한 가운데에서도 국가 간에는 선린우호 관계가 우선시되고, 그 나라의 국민들을 상대로는 공권력의 무자비한 집행보다는 인권의 중요함도 반드시 고려에 넣어야 한다는 작은 목소리들도 있다.

무력과 위력은 강대해지면 반드시 그것을 사용할 길을 찾고자 한다. 총은 총으로 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오늘날의 초강대국들이 잊지 않기를 기대한다. [시리즈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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