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트럼프 재선을 위한 거래인가? 북미 외교 새로운 돌파구인가? 미국 정치권-지식인들 사이에 가열되는 논쟁
[WIKI 프리즘] 트럼프 재선을 위한 거래인가? 북미 외교 새로운 돌파구인가? 미국 정치권-지식인들 사이에 가열되는 논쟁
  • 이희수 기자
  • 승인 2019.07.03 07:14
  • 수정 2019.07.03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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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30일 판문점에서 만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30일 판문점에서 만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전격적으로 판문점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회동한 것에 대해 미국 정치권과 지식인들 사이에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단순한 정치적 이벤트에 그칠 수도 있었을 이번 회동을 둘러싸고 논쟁이 확대되는 것은 트럼프의 이번 ‘악수’가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가 세계의 마지막 남은 독재자의 손을 들어줬다.” “사실상 핵 보유국으로 격상시키려 한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반면 공화당의원들과 친트럼프 성향의 정치권 인사들은 “장기간 교착상태에 빠질 우려가 고조됐던 북미협상이 새로운 돌파구를 맞게 됐다”고 트럼프 행정부를 두둔하고 있다.

지식인들의 평가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진보주의자들은 대체적으로 트럼프의 판문점 이벤트에 후한 점수를 주는 반면 보수주의자들은 ‘트럼프가 2020 대선을 앞두고 북한 정권과 검은 거래를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법조인이자 칼럼니스트인 나단 박(S. Nathan Park)과 신보수주의 저널리스트 제니퍼 루빈(Jennifer Rubin)이 대표적이다.

나단 박의 경우 트럼프-김정은 회동에 긍정적 의미를 부여한 반면 제니퍼 루빈(Jennifer Rubin)의 이번 회동이 '트럼프의 사진찍기용 행사일 뿐'이라고 혹평했다.

변호사인 나단 박은 워싱턴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법조인이자 칼럼니스트이다.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스트,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한반도 이슈에 관한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인 제니퍼 루빈은 위클리 스탠다드, PJ 미디어, 휴먼 이벤트, 코멘터리 등 미디어에서 활동했다. 최근에는 폴리티코, 뉴욕포스트, 뉴욕데일리뉴스, 예루살렘 포스트 등 칼럼니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후 판문점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남쪽으로 넘어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후 판문점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남쪽으로 넘어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트럼프-김정은 판문점회담 ‘북미외교 재개의 신호탄’ 

나단 박 [CNN 칼럼]

이번 트위터 초대는 트럼프식 기준으로 봐도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지난달 29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북한 김 위원장이 이를 본다면 그냥 국경/DMZ에서 만나 악수하고 헬로(?)라고 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48시간도 채 안 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나 악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분계선을 몇 걸음 건너면서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외교를 다시 가동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싱턴 외교가에선 회의적인 비판의 목소리가 대부분이다.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실무회담이 없었던 점을 문제로 제기했다. 너무 갑작스럽고 즉흥적이어서 정상회담은 단순한 사진 촬영용으로 보여진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성급한 정상회담은 대북제재를 약화시키는 역할만 할 뿐 북한의 비핵화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판문점 회담은 몇 주 전부터 진행될 것이라는 징후가 충분히 있었기 때문에 그저 즉흥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지난 6월 10일,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고,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흥미롭다’고 표현했다. 북한 관영매체 KCNA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트럼프의 회신에도 똑같이 ‘흥미롭다’고 표현한 바 있다. 트럼프는 지난달 24일 김 위원장을 DMZ 회담에 초청하기로 확정했으나 안보 문제를 고려하여 백악관 측에서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스티븐 비건 특별대표 등 북한문제 협상단을 서울로 불렀다. (특히 당시 극단적 매파 (ultra hawk)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턴은 몽골에 있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 전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고, 두 사람은 모두 김 위원장의 대화 의지에 동의했다.

판문점 회담이 북한 비핵화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제 3차 트럼프-김 정상회담에 앞서 어떤 실무회담도 없었다는 비판은 현실과 맞지않다. 즉, 실무회담이 정상 궤도에 오르기 위해 이러한 만남 역시 필요했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 2차 트럼프-김 정상회담이 실패로 끝난 것은 북한문제 협상단이 정상회담 전 비핵화 논의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이후 상황은 악화되었다. 북한이 대륙간 탄도 미사일에 대한 실험을 곧 재개할 것임을 암시하면서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 두 달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에 대응해 '화염과 분노 (fire and fury)'를 불러올 것이라고 위협했던 과거 2017년으로 돌아가기보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오는 7월 중순 실무급 회담이 재개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실제 협상이 진전되고 있다. 하노이에 대한 기억이 새롭게 떠오르는 가운데 미국과 북한의 협상단은 타협점을 찾으려는 의욕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그저 북한이 얼마만큼 핵 시설 및 핵 탄두를 무력화 하고 있는지 세기만 하는 것은 근본적인 진실을 놓치게 한다. 과거부터 북한 정권은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것을 두려워하여 핵 무기를 개발하였다. 따라서 비핵화의 핵심은 미국이 북한에 핵 프로그램 폐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양국 관계가 적대적 관계에서 평화적인 상호작용과 신뢰에 기반한 관계로 변화하는 과정의 일환으로 비핵화를 달성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대북제재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신뢰 구축이 필수적이다. 북한이 미국의 제재완화 약속을 신뢰하지 않는다면 대북제재는 비핵화를 위한 지렛대 역할을 거의 제공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제 3차 트럼프-김 정상회담은 획기적이라고 볼 수 있다. 긴 준비 기간 없이도 외교적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충분히 단기간에 회담을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물론 트럼프의 대북 외교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현실을 직시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북한을 다룬 과거 미국 대통령들도 마찬가지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새로운 비핵화 접근법을 채택한 첫 번째 미국 대통령을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지켜볼 가치가 있다.

(판문점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30일 오후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리용호 북한 외무상, 김정은 국무위원장, 트럼프 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리용호 북한 외무상, 김정은 국무위원장, 트럼프 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 트럼프-김정은 판문점 회동은 '끔찍한 거래'

제니퍼 루빈 [워싱턴포스트 칼럼] 

남북을 분리하는 비무장지대에서 김정은 국방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만났다. (동아일보/게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방문하며 ‘영광스럽다’는 표현과 함께 협상을 시도했다. 트럼프의 매우 관대한 거래는 그저 우연일지 혹은 또 다른 대북정책으로 만들어질지 아직 불확실하다.

뉴욕타임스는 이렇게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비무장지대(DMZ)에 들러 인사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제안으로 시작된 이번 회담을 통해 미 행정부 당국자들은 새로운 협상 타결을 위한 토대가 마련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번 회담의 핵심 개념은 핵 동결에 해당할 것이며, 이는 본질적으로 현 상태를 내포하고 있다.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암묵적으로 수용하는 것인데, 미 행정부 관리들은 이를 결코 지지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진촬영용을 통해 그가 마치 ’승리' 했다고 보여지도록 한다. 지난 1월 연방정부 폐쇄를 끝내겠다는 그의 발표에서 이런 전례가 있는데, 민주당원의 승리를 마치 자신의 승리로 보이게 한 바 있다.

이는 공화당 매파들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임기 당시 이란과 맺은 거래에 대해 맹공격했던 사례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존 볼튼 국가안보보좌관은 트위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나는 NYT 기사를 호기심에 읽어보았다. NSC 담당자도 나도 "북한에 의한 핵 동결 준비"에 대해 논의하거나 들은 적이 없다. 이것은 대통령의 외교를 방해하려는 누군가가 시도한 것이다. 충분히 비난 받을 만 하며 이에 따른 결과가 있을 것이다. https://t.co/TTRPQkksza
— 존 볼턴(@AmbJohnBolton) 2019년 7월 1일

민주당 대선 주자 조 바이든 (Joe Biden) 전 부통령은 트럼프를 맹비난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국민을 위한 결과보다 자신을 위한 사진 촬영에 더 관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는 살인적인 폭군인 김정은을 국제무대에서 거의 아무것도 아닌 대가로 승진시켰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이 경우 트럼프가 달성한 것은 실무협상을 다시 시작하겠다는 단순한 약속, 결코 끝내지 말았어야 할 협상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직설적으로 트럼프에게 전략, 과정, 능력 있는 리더십이 부족하다고 꾸짖은 것이다.

그가 지적한 바와 같이 현재까지 북한은 핵 무기를 파괴된 적이 없고,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되었다.

일관성 있는 정책결정 과정이 없고 2020년 재선을 향한 절박한 심정인 트럼프가 무엇을 내놓을지 알 수 없다. 

의회와 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하원은 청문회를 개최해 현재 미국의 비핵화 정책을 다시 한 번 재확인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위키리크스한국=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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