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검사는 진실 말해" '김학의 조사팀' 팀장 법학교수, 이규원 쓴 '윤중천 보고서' 안 읽었다
[단독] "검사는 진실 말해" '김학의 조사팀' 팀장 법학교수, 이규원 쓴 '윤중천 보고서' 안 읽었다
  • 윤여진 기자
  • 기사승인 2021-04-09 08:19:32
  • 최종수정 2021.04.09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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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도 않은 '수천만원 발언' 왜 적혔나... 첩보부터 보고서까지 8팀 누구도 그를 견제하지 않았다

강제수사권이 없는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파견검사인데도 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출금(出禁)' 서류를 작성한 이규원 검사가 조사 과정에서도 조사팀장에게만 허락된 보고서 작성을 독단적으로 진행한 정황이 나왔다. 김 전 차관 출국금지 근거인 '윤중천 면담보고서'가 조사단 파견검사와 청와대 행정관 공모 속 허위사실로 꾸며졌다는 '기획사정(司正)'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2019년 '김학의 성접대 사건' 3차 수사 동력을 만든 조사단 8팀의 조사팀장으로부터 "이규원 검사가 면담보고서를 공유하지 않았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김학의 전 법무차관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지난 2019년 5월 22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건설업자 윤중천씨. [출처=연합뉴스]
김학의 전 법무차관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지난 2019년 5월 22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건설업자 윤중천씨. [출처=연합뉴스]

9일 <위키리크스한국> 취재를 종합하면 이근우 가천대 법대 교수는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변필건)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중앙지검은 지난 1일 이 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을 불구속 기소한 수원지검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 수사 결과를 토대로 '김학의 사건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이다. 수사팀 검사는 김 전 차관에게 성접대를 한 건설업자 윤중천(사진)씨를 조사단에서 면담하면서 조사팀장인 이 교수가 빠진 경위를 물었다. 이 교수는 "이 검사가 (파견검사·수사관인) 자기들끼리 (면담조사에) 가겠다고 얘기했다"고 진술했다고 전화통화에서 기자에게 말했다. 이 교수는 8팀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 면담보고서가 공유됐는지 수사팀 검사 물음에 "줬으면 봤겠는데 (이 검사가) 공유를 안 했다"고 답했다고 했다. 이 교수는 면담보고서가 카톡방에 공유됐는지 본인이 기억하지 못할 가능성은 "그 정도 건이면 심심해서라도 (파일을) 열어봤을 것"이라며 일축했다. 8팀 다른 파견검사와 수사관들과 함께 작성한 면담보고서 초본과 중간본에는 없는 "김학의에게 수천만원 현금을 준 적도 있다"는 윤씨 진술이 이 검사가 작성한 최종본에는 들어간 배경을 외부단원인 본인은 알지 못한다는 취지다. 조사팀은 검사가 맡는 내부단원 2명과 법학교수와 변호사인 외부단원 4명으로 구성됐었다. 

문제는 조사단 설치 근거인 대검 훈령 '검찰 과거사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대검찰청 진상조사단 운영규정'은 보고서 작성 권한을 내부단원인 검사가 아닌 외부위원을 겸하는 조사팀장에게 부여한다는 점이다. 조사팀의 기능과 임무를 규정한 운영규정 제8조에서 제4항은 "조사팀장은 조사를 종료한 후 신속히 조사결과보고서를 작성한다"고 돼 있다. 이어 보고서 처리 조항인 제9조는 "조사팀장은 제8조의 조사결과보고서를 검찰총장에게 제출하고, 검찰총장은 이를 법무부장관에게 제출한다"고 정한다. 해당 조항에서 말하는 보고서란 조사단 조사범위를 정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검토하는 공식기록을 말한다. 과거사위는 해당 규정을 근거로 사건별 중간보고서, 최종보고서를 보고받았다. 조사단 일부 팀은 나아가 이 규정을 적극 해석해 면담보고서 역시 작성했다. 여건상 조사단 사무실에 상주하는 파견검사가 면담보고서 초안을 잡는다 해도 조사팀장이 최종 검토해서 과거사위에 넘겨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조사단 8팀 조사팀장인 이 교수는 이 검사가 주축이 돼 '윤중천 면담보고서' 초·중간·최종본 어느 하나도 열람하거나 검토한 적이 없다고 실토했다. 수사기록 반출이 현행법상 불가하다는 점에서 과거사 재조사에 검사를 투입하는 대신 조사팀장은 변호사나 법학교수가 맡아 견제한다는 방침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이 교수는 "면담보고서는 본 적이 없다"며 이 검사에게 면담보고서를 제출받지도 못했고 거꾸로 본인이 제출을 요구한 적도 없다고 인정했다. 이 교수는 "(이 검사가) 그걸 보여주지도 않을 것"이라며 '같은 조사위원으로서 검토할 필요성이 있지 않으냐' 질문에 "검토를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 이유로 "(면담조사를 한) 그 사람이 책임지고 (보고서를) 작성해야지"라며 "검사가 검사로서 쓴 서류를 내가 본들 어떻게 대응하겠나"고 말했다. 이 교수는 윤씨 신변 첩보도 이 검사가 자체적으로 인지했으며 그 경위를 확인한 적이 없다고 했다. 심지어 면담보고서 과거사위 제출도 이 검사가 알아서 한 것이기에 언제 어떻게 이뤄졌는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면담보고서에 허위진술이 들어갔는데도 조사팀장이 모를 만큼 재조사가 깜깜이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사실상 조사팀장으로서 역할을 방조 내지는 방기했다는 지적에 이 교수는 "검사가 진실을 말한다고 믿어야지 거짓말을 한다고 믿으면 과거사 진상조사는 불가능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이 교수는 조사팀장 역할을 "진행상황을 체크하고 혼란이 있으면 회의하는 것"이라면서도 첩보를 인지해 면담을 작성하고 과거사위에 보고하는 일련의 절차는 '진행상황 체크' 해당하지 않는다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했다. 이 교수는 "(이 검사가) 첩보를 어떻게 인지했는지 내가 어떻게 아느냐. 자기 친구한테 들었는지 청와대로부터 들었는지 내가 모른다. (이 검사한테서) 그런 소문이 있다고 들은 거지"라고 강조했다. 물리적 한계를 대기도 했다. 그는 "지금 와서 보니까 이 검사가 장난친 것처럼 보이지 그때는 (내부단원) 그 사람들이 매일 나와서 매일 뭘 쓰고, (외부단원) 우리는 일주일에 한두 번도 안 나오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실제 8팀뿐 아니라 다른 팀에서도 수사기록 1회 독(讀)을 한 외부단원은 많지 않다. 8팀 다른 외부단원 3명 중 박준영 변호사는 중간에 조사단을 나와 사건 실체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조사단 총괄팀장을 자임했던 김영희 변호사는 면담보고서 공유 여부를 묻는 말에 "부인도, 인정도 안 한다.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을 피했다. 배진수 변호사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 교수는 당시 8팀 조사가 부실한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에는 "그럼 어설프다고 쓰라"며 일부 자인하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교수는 면담보고서 작성도 팀 내부적으로 결정한 게 아닌 이 검사 판단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그것도 원래 (이 검사가) '안 쓴다'고 그랬다가 '안 쓰면 안 쓴다고 문제 삼지 않겠나. 작성하겠다' 이렇게 얘기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 본인은 "알겠다 써라" 답했다는 것이다. 면담 녹음파일은 윤씨 요구로 없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중앙지검 수사 과정에서 발견된 것 관련해선 "그것도 모르고 녹음하건 말건, 검사가 알아서 처리하는 것"이라 했다. 이 검사에게 면담보고서 작성을 일임하면서 진위를 판단할 수 있는 녹음파일 존재 여부를 챙기지 않았다는 뜻이다. 조사단 면담보고서는 이미 형사소송법상 실체가 없는 것이라는 법원 판정이 나왔다. 이 검사가 작성한 '윤중천 면담보고서'에 김 전 차관과 함께 윤씨에게서 수천만원을 받은 것으로 특정된 윤갑근 전 고검장은 보고서를 인용한 <JTBC>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 1심에서 배상금 7억원 판결을 받았다. 중앙지검 수사는 '면담보고서는 허위'라는 법원 판결에 기초한다. 지난 2월 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김병철)는 "진상조사단 소속 검사가 윤중천과 면담이라는 절차를 가졌다고 하는데, 그 형사절차상의 법적 근거가 분명하지 않아서 적법절차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과거사위 간사였던 이용구 법무차관 역시 기자에게 '면담보고서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속내를 털어놨었다. 법무부 법무실장으로 과거사위원을 겸임한 이 차관은 김 전 차관 불법출금 나흘 전 대통령 공개 수사지시가 있자 다음 날 '대검이 과거사위에 출금을 권고하자' 아이디어를 냈다가 문찬석 당시 대검 기조부장 반대로 뜻을 거뒀었다. 

지난달 17일 이 검사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이첩한 중앙지검 수사팀은 재이첩 여부 결정 전에라도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소환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이 검사가 조사단에서 김 전 차관 사건을 재조사할 당시 이 비서관은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과거사위 업무를 직접 챙겼다. 조사단 8팀은 윤씨를 총 6번 면담조사했는데 그때마다 이 검사는 이 비서관과 연락한 것으로 수사팀은 이미 통신기록 분석을 마쳤다. 둘은 사법연수원 36기 동기로 2008년 소규모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 일을 같이 시작한 절친한 사이다. 수사팀은 이 검사가 조사단에서 일하게 된 배경에 이 비서관 입김이 있는지 들여다볼 계획이다. 2018년 4월 대검 기획조정부가 법무부 검찰국에 보낸 조사단 파견검사 명단에 이 검사 이름이 없다는 사실은 청와대 등 외부 추천 의혹을 뒷받침한다. 조사단 최초 6개 팀 가운데 파견검사 대부분은 감찰 경험이 있는 일선 청 형사1부장인데 경력이 부족한 이 검사가 발탁된 이유는 석연치 않다. 김 전 차관 사건은 조사단 출범 당시 5팀이 담당했는데 8팀으로 재배당된 과정 역시 깔끔하지 못했다. 5팀이 함께 맡은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 사건' 피해자들이 조사팀 교체를 원하자 김 전 차관 사건 피해자들도 같은 요구를 했는데 이때 몇몇 여성단체가 여론 조성에 기여했다. 그러면서 사건 관점은 '성접대를 뇌물로 처벌할 수 있는데 하지 않은 검경 직무범죄'에서 '성접대를 포함한 뇌물범죄'로 바뀌었다. 재배당으로 사건을 가져간 곳은 이 검사가 핵심인 6팀 위주로 새로 만든 8팀이고, 이곳에서 이 검사는 한 달 만에 윤씨를 면담했다. 이 검사는 윤씨로부터 김 전 차관 뇌물수수죄 공소시효 연장에 필요한 '수천만원 수수' 진술을 받아냈다고 면담보고서에 적었다. 하지만 재수사 끝에 김 전 차관 뇌물 혐의를 심리한 법원 1심과 항소심 모두 '성접대 공소시효는 완성됐다'고 판단했다. 과거사위 주무위원이 임선숙 광주변회 회장에서 당시 변호사이던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 교체된 것도 새롭게 파악됐다. 김 의원은 이 차관이 제시한 '출금 아이디어'를 이 검사에게 전달했으며 '윤중천 면담보고서'를 바탕으로 '김학의 뇌물죄 수사권고'에 핵심 역할을 했었다. 이 차관이 면담보고서 증거능력을 부정했다는 말을 기자가 전했을 때 김 의원은 "사실 그렇다고 해도 말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모호한 입장을 취한 바 있다. 청와대는 지난 6일 "이광철 당시 선임행정관은 (대통령 공개 수사지시 당일) 사건 보고 과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며 기획사정 의혹을 강력 부인했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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