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재학생 자퇴 급증...업계 근심
[단독]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재학생 자퇴 급증...업계 근심
  • 임준혁 기자
  • 승인 2021.05.07 18:48
  • 수정 2021.05.07 1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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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길선 전 현대중공업 회장 “46명 중 20%인 8명 자퇴”
현직 교수 “예년보다 증가 사실...확정된 숫자는 아니다”
설계, 엔지니어링 인재 육성→조선산업 경쟁력 제고 직결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학생들. [출처=서울대 홈페이지서 캡쳐]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학생들. [출처=서울대 홈페이지서 캡쳐]

한국 조선산업 발전에 밑거름이 돼 왔던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학생들이 조선 시황 불황, 의과대학 진학 등의 이유로 자퇴하는 빈도가 늘고 있어 이들의 선배인 조선해양산업 전‧현직 CEO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비록 자퇴, 전과 등을 선택하는 학생들의 비중이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조선해양 부문 설계, 엔지니어링 관련 인재들을 양성하는 최고의 고등교육 기관 서울대학교에서 이러한 사태가 계속될 경우 설계 전문인력이 빠짐으로써 조선 시장 주도권을 한국과 중국에 내 준 일본의 우를 답습할 수 있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최길선 전 현대중공업 회장은 최근 열린 조선해양산업 CEO 포럼에서 기조발표 중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로부터 학생 정원 46명 중 약 20%에 해당하는 8명이 자퇴를 했다는 아주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고 밝혔다.

신입, 재학생을 포함,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학생 전체 인원 중 1~2명이 의과대를 가겠다며 자퇴한 경우는 최근 몇 년간 꾸준히 나왔지만 공식 석상에서 8명이 한꺼번에 1학기를 채우지 못하고 학교를 떠나는 경우가 입에 올랐다는 사실은 매우 이례적이란 해석이다.

이처럼 공식 석상에서 구체적인 자퇴 인원이 명시된 것 또한 업계와 학계에 던지는 충격파가 큰 모양새다.

최길선 전 현대중공업 회장의 이같은 말에 현직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A모 교수는 “올해 자퇴한 학생 수가 예년에 비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특정 학년 정원(46명)의 20%인 8명이라는 언급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진화에 나섰다.

A 교수에 따르면 올해의 경우 조선해양공학과는 신입생 중엔 아직 자퇴신청을 한 자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2, 3, 4학년 재학생 중에 자퇴한 인원은 과거보다 숫자가 늘어났다. 하지만 최길선 전 회장의 언급처럼 8명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것.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의 경우 학년 당 정원은 46명이다. 1학년에서 4학년까지 전체 인원은 184명이다. 최길선 전 회장과 일각에서 제기하는 2021학번 신입생 중 20%인 8명이 자퇴한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2~4학년 재학생 중에서 자퇴로 인한 인재유출이 이뤄지고 올해 다소 늘었지만 최길선 전 회장이 말하는 8명이란 숫자는 어디에서 나온 숫자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무래도 최길선 전 회장이 조선해양공학 인재 양성의 요람인 자신의 모교에서 최근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 것에 걱정이 돼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A 교수는 “재학생들의 자퇴 원인은 ▲의과대학 진학 ▲조선 시황 추이 ▲기술고등고시 응시 ▲적성 불일치 및 타 산업 분야로의 취업 희망 등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며 “여기에 학생의 부모 및 지인들의 왜곡된 시선 등도 자퇴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학생 본인은 조선해양공학을 전공하고 싶은데 ‘서울대학교를 졸업해서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그룹 같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대기업을 가야 한다.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불안한 산업인 조선산업과 3D 일터인 조선소로 왜 가느냐?’라는 부모와 지인의 지적에 마음이 흔들려 조선해양공학과를 떠나려는 학생이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비록 자퇴를 하지 않고 4년의 교육을 이수한다 손 치더라도 학생들이 조선소보다 더 좋은 조건의 직장(산업)으로 선택하는 경향도 다분하다는 것이 학계와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보다 조선해양공학 전공 학생들의 진로가 다양해 진 것을 피부로 느낀다”며 “졸업 후 조선사로 취직한 후 얼마 있다 다른 산업직군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최근 부쩍 늘었다”고 언급했다.

최길선 전 회장과 A 교수 사이의 진실게임 여부를 떠나 이 같은 상황은 한국 조선산업에 있어 부정적 신호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조선해양공학 인재 유출은 해당 산업 경쟁력 하락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웃 일본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1980~1990년대 초 일본 조선산업은 세계를 재패하고 있었고 그 원동력은 우수한 설계 역량을 갖춘 전문 엔지니어들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한국이 자신들의 왕좌를 추격해 오면서, 이들 우수 인재들은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실망감에 하나 둘씩 조선소를 떠났다. 이러한 상황이 나온지 몇 년 안 돼 세계 조선 시장은 한국이 독식하게 됐다.

자국의 우수한 조선 설계, 엔지니어를 다 잃은 일본은 급기야 약 20년 전쯤 도쿄대학교에 조선공학과를 없애버렸다. 이후 글로벌 조선(상선) 시장은 한국과 중국이 1~2위를 다투는 상황이 되며 자신들의 과오를 깨달은 일본은 다시 설계 등 엔지니어 확보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한국, 중국과 벌어진 격차는 회복 불능 상태에 접어들었다.

조선공학계 관계자는 “도쿄대학교의 조선공학과가 폐과된지 20년이 지나면서 조선해양 부문 설계 엔지니어 양성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달은 당국이 재개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녹록치 않다”며 “조선공학과 재개설을 현재 이루지 못했지만 조선공학을 세부 전공으로 하는 교수들도 늘고 있다. 그렇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며 이러한 일본 조선산업을 보며 우리 학계와 조선산업계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현대미포조선 최원길 전 사장도 “대학과 조선사 간 인력양성 시스템이 잘 돼 있는지 향후 10~20년을 내다보는 혜안이 필요하다”며 “도쿄대는 조선공학과를 폐과시켰지만 한국 서울대는 존치시키며 조선해양산업의 인재 육성이란 국가적 사명을 묵묵히 수행하게 돼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ljh6413@wikileaks-k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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