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읽는 산업] 일상 된 '오픈월드' 메타버스, 축복일까 재앙일까
[영화로 읽는 산업] 일상 된 '오픈월드' 메타버스, 축복일까 재앙일까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1.12.14 07:48
  • 수정 2021.12.1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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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제4차 산업혁명 도래 이후 산업계의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고, 기업들은 독자적인 생존방식을 더욱 고수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렇게 기민하게 돌아가는 산업계 이슈와 동향을 영화로 쉽고 재밌게 소개하고자 마련됐다.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라 불리는 영화를 통해 다양한 관점에서 정보를 전달한다. [편집자주]

페이스북의 메타버스 전략이 주목된다. 사진은 한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AR기기를 쓰고 가살세계를 탐험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참가자들이 AR기기를 쓰고 가상세계를 탐험하는 모습. [출처=연합뉴스]

1992년 닐 스테픈슨의 SF 소설 '스노우 크래쉬'에서 처음 등장한 메타버스(Metaverse). 요즘 산업계에서 최대 화두로 떠오른 용어다. 메타버스는 초월이라는 뜻의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이는 기존의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보다 확장된 개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사람들 간 대면 접촉이 줄어들면서 비대면 만남은 이제 평범한 일상이 됐다. 메타버스 내에서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직접 물건을 만들어 팔고, 가상현실에서 통용되는 가상화폐로 쇼핑도 하며 때론 유명 연예인의 콘서트를 보러 가기도 한다.

미국 대통령 선거때 조 바이든은 닌텐도 '동물의 숲' 가상현실 안에서 선거 캠페인을 했다. 국내에선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온라인 게임 포트라이트 안에서 신곡 '다이너마이트'를 실제 콘서트 현장처럼 발표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메타버스가 향후 IT 산업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2025년 가상현실(VR)·증강현실(AR)로 대표되는 메타버스 시장 규모가 현재의 6배 이상인 270억달러(약 31조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2035년까지는 315조원으로 예측될 만큼 거대한 성장이 예고된 셈이다.

■ 메타버스 중심 미래 예견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메타버스 세계를 그린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사진=워너브라더스]
메타버스 세계를 그린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출처=워너브라더스]

"난 2027년에 태어났는데 식량 파동과 인터넷 대역폭 폭동으로 모두가 자포자기한 힘든 시대였다. 현실은 시궁창 같고 모두가 탈출을 꿈꾼다. 그래서 할리데이가 영웅이 된 거다. 어디든지 갈 수 있게 해줬으니까. 입체 음향과 동작 감시 센서가 달린 러닝머신 위에서 목적지는 필요 없다. 제임스 할리데이가 미래를 창조했고 우린 갈 곳이 생겼으니. 그 곳의 이름은 '오아시스'다."

지난 2018년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은 이런 메타버스 산업의 미래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영화로 평가받고 있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오아시스'라는 가상현실 게임이 현실을 지배하는 2045년 미래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는 오아시스의 창시자인 제임스 할리데이가 오아시스 속에 숨겨둔 3개의 미션에서 우승하는 사람에게 오아시스의 소유권과 5000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유산을 상속한다는 유언을 남기면서 시작된다. 제임스 할리데이를 존경했던 소년 '웨이드 와츠'가 첫 번째 수수께끼를 푸는 데 성공했는데, 이를 저지하기 위해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IOI'라는 거대 기업이 참전하면서 본격적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극 중 오아시스에선 상상이 현실로 이뤄지며 뭐든지 할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다. 가령 휴가 행성에선 하와이 몬스터 서핑, 피라미드 스키, 배트맨과 함께 에베레스트에 오를 수 있다. 크기가 행성만 한 카지노에서 도박을 할 수도 있다. 키가 커지거나 예뻐지고, 성별을 바꾸거나 다른 종족, 만화 캐릭터도 될 수 있다. 사용자는 자신의 아바타로 다른 아바타들과 함께 자동차를 몰고, 악당들과 전쟁도 치룬다.

이와 유사한 현실의 메타버스 플랫폼을 살펴보면 제페토와 로블록스가 있다. 네이버Z에서 운영하는 제페토의 경우 실생활의 테마를 선정해서 가상공간에서 아바타끼리 소통하는 기능이 핵심이다. 이에 더해 메타버스 플랫폼의 생태계에 대한 사업화 전략으로 사이버 가상화폐를 활용한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로블록스 또한 사용자가 무료로 자신의 아바타와 가상 공간을 창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단순한 만남을 넘어 사용자가 게임을 직접 만들어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공대생이 로블록스 내에 게임을 만들어 학비를 해결하거나 로블록스 전문 게임 개발자도 등장하는 등 2차 시장도 형성되고 있다.

로블록스의 주요 수요층은 미국의 10대들이며, 월간 사용자가 1억5000만명을 상회하는 대세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앱 분석업체 센서타워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미국의 10대들은 매일 156분간 로블록스에 접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튜브(54분)와 인스타그램(35분)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반면 SK텔레콤이 지난 8월 출시한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Ifland)'는 '사회성'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이프랜드 역시 사용자들은 아바타가 되어 가상 속의 공간을 둘러보고, 원하는 옷을 고르고, 집에서 애완동물이나 식물도 키울 수 있다. 다만 SKT 측은 이프랜드가 특히 모임에 최적화된 메타버스 서비스라면서 음악 토크, K팝 콘서트, 고민상담, 레크리에이션 등 다양한 모임을 진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메타버스 용어 남발돼"...실패 사례 '세컨드 라이프'

메타버스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로블록스. [사진=연합뉴스]
메타버스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로블록스. [출처=연합뉴스]

국내 유수 기업들이 너도나도 메타버스 열풍에 뛰어들고 있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먼저 메타버스가 5G 시대의 '실감형 콘텐츠'로 각광받고 있으나 정말 실감형 콘텐츠가 맞는지 의문이라는 시각이다. 실감콘텐츠는 이용자 오감을 자극해 몰입도를 향상시키는 기술을 통칭하는 것으로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XR), 프로젝션 맵핑, 인터랙티브 미디어 등을 가리킨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메타버스 해석과 합리적 개념화(송원철, 정동훈)' 보고서에 따르면 실감 미디어는 감각기관을 통해 실제로 느껴지는 것 같은 경험을 필요로 하지만, 메타버스가 정말 이 기준에 부합하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또 개념도 정리되지 않은 채 언론과 업계에서 메타버스란 용어가 광풍처럼 휘몰아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런 메타버스 용어 남발의 문제점은 사용자 경험 평가는 배제한 채, 입학식이나 신입사원 교육과 같은 ‘만들었다’와 ‘운용했다’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주목할 만한 과거 사례도 있다. 최초의 메타버스 콘텐츠로는 2003년 '린든 랩'이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라는 게임이 주로 언급된다. 사람들은 세컨드 라이프의 가상공간에서 아바타를 통해 전 세계의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며 교류는 물론 다른 아바타와 친구와 애인도 될 수 있다. 결혼식을 통해 가족을 이룰 수도 있으며 화폐 '린든 달러'를 사용하여 경제적 활동까지 영위했다.

세컨드 라이프의 잠재력을 눈여겨본 기업들이 메타버스에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기술력으로 진정한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호기심 때문에 시작한 유저들의 수가 한풀 꺾여 2007년 당시 가입자 수는 944만이었지만 일주일간 로그인 사용자는 47만 명에 불과했다. 방문시간 또한 급격히 줄어들어 결국 2010년까지만 운영하고 폐쇄됐다.

■ 3D·4D 산업 침체...메타버스 대중화도 '산 넘어 산'

영화 '하드코어 헨리'
영화 '하드코어 헨리'

메타버스 같은 가상현실 콘텐츠가 대중화될 수 있는지에 대해 물음표를 보내는 경우도 있다.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흥미를 끌 수 있지만 어지러움 유발·기기의 무거움 문제 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과거 3D 시장처럼 침체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지난 2009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 영화 개봉 이후 전세계 인구는 3D 영화의 매력에 빠졌다. 3D 안경을 쓰고 보는 영화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세상은 이런 콘텐츠에 열광했다. 시간을 내서 가야 하는 영화관 대신 집에서도 3D 콘텐츠를 즐기고 싶어 하는 고객들의 목소리가 많았고 TV제조사들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이듬해 열리는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특수까지 누릴 수 있어 긍정적인 환경이 조성됐다.

하지만 월드컵이 끝나자 3D TV에 대한 수요는 급격히 줄었고 3D 안경에 대한 인기도 줄어들었다. TV는 온전히 집에서 휴식을 위한 장치인데 별도의 장비를 착용하는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던 것이다.

최첨단 기술을 앞세웠지만 편의성을 간과했고 이는 끝내 실패한 기술로 남았다. 3D TV는 CNN이 뽑은 실패한 정보기술 10가지 안에 포함돼 서서히 잊혀졌다. 이후 특수안경 없이 볼 수 있는 3D TV도 시판됐지만 이미 흥미를 잃은 소비자들에게 소구되지 못했다. 

아바타 이후에는 4DX 체험을 앞세운 영화 '하드코어 헨리'도 있었다. 2015년 개봉한 이 영화는 마치 관객이 주인공이 된 듯 1인칭 시점으로 액션 게임처럼 진행된다. 불의의 사고로 심각한 부상을 당한 '헨리'가 사이보그로 부활하게 되고, 그에게 세계지배를 꿈꾸는 '아칸'이 나타나 아내를 납치하면서 그와 전쟁을 벌이는 스토리다. 

영화는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핸드헬드 촬영으로 평가가 엇갈린다. 영화라기보다 FPS 게임을 하는 것 같았다는 평이 우세했다. 작품의 신선도를 평가하는 로튼토마토 수치는 51%로, ‘썩은 토마토’ 등급(신선함 지수 60% 미만)에 해당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 '죽고 죽이고, 사생활 침해까지'...윤리 문제 '도마 위'

영화 '프리 가이'.
영화 '프리 가이' [출처=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윤리 문제도 불거졌다. 올해 개봉한 영화 '프리 가이'에선 락스타 게임즈의 'Grand Theft Auto(GTA)'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오픈월드 '프리 시티'가 주된 배경이다. GTA 시리즈처럼 영화에선 프리 시티에서 마음대로 캐릭터들을 죽이는 인간과 누구도 해치지 않는 인공지능 가이를 조명했다. 게임 속에서 윤리와 도덕을 망각한 채 재미만 쫒는 문제는 메타버스 세계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이진규 네이버 개인정보보호책임자(이사)는 '메타버스와 프라이버시, 그리고 윤리' 보고서에서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문제를 언급했다. 메타버스에서 사람의 신원이 노출되거나, 계정을 탈취해 특정 이용자의 신원을 가장하여 활동하거나,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이 이용자들에게 언급돼 사회적 평가가 저하되는 등의 문제다.

이진규 이사는 "기존의 온라인 서비스에 매몰된 시각으 로는 이러한 부작용에 적절히 대응하기 어렵다"며 "메타버스가 현실세계와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고, 이용자들은 어떻게 상호작용하면서 현실과 메타버스를 연계하는지,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어떤 방식과 목적으로 데이터를 처리하는지를 파악하지 못한다면 메타버스는 인터넷 초기 시절의 '닫을 수 없는 팝업광고'와 같은 부작용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 대응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악성코드를 제거하여 팝업을 없애거나, 수시로 노출되는 팝업을 감내하면서 인터넷을 이용하거나, PC의 전원을 내리는 것"이라며 "메타버스에 대해서도 속성을 이해하여 문제점에 적절히 대응하거나, 다양한 프라이버시 및 윤리 이슈를 감내하고 메타버스를 영위하거나, 메타버스 접속을 차단하고 현실 세계에 안주하는 것"을 대응책으로 제시했습니다. 마지막 방법이 메타버스를 맞이하는 방법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인간의 사회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이 야외 활동을 줄이고, 인간관계가 개인주의를 넘어 사사화돼 오프라인 접촉이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걱정이다.

'숀 스튜어트(Sean Stewart)' 매직리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과거 위키리크스한국과의 인터뷰에서 "인터넷이 발전하고 있는 초반에도 그런 얘기가 많았다. SNS의 발달로 사람들이 밖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는 담론이다"라며 "온라인에서 만남도 늘어나고 있지만 오프라인에서 만남도 덩달아 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온라인 활동도 많고 면대면 활동도 많다"라고 주장했다.

스튜어트는 그러면서도 가상 현실의 미래 열쇠는 '가상의 유저와 함께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미래에 기대되는 가장 큰 변화는 인간과 인간을 연결해주는 기술이라는 것이다. 그는 "VR과 AR기술은 XR(확장현실), MR 기술을 통해 점점 더 현실에 가까워질 것"이라며 "미래에는 SNS와 공간 컴퓨팅을 접목해 내가 어디를 가든 다른 사람에게 정보를 줄 수 있을 것이다. 가상의 정보와 자신의 현실에 접점이 생기는 그런 미래가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참 재밌는 시대"라고 전망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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