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end] 소일렌트 그린, 피지, 마의 버뮤다... 영화 속에 묘사된 우울한 2022년의 모습들
[Weekend] 소일렌트 그린, 피지, 마의 버뮤다... 영화 속에 묘사된 우울한 2022년의 모습들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1.30 06:54
  • 수정 2022.01.30 0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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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지’의 살인 광란극에서부터 ‘소일렌트 그린’의 디스토피아까지...

일간 <가디언>은 2022년을 배경으로 과거에 만들어졌던 영화 몇 편을 소개했다. 우리가 짐작할 수 있듯이 예전에 그려보던 2022년은 암울하고, 심지어는 인류의 종말까지 염두에 두어야 했던 해였다.

비극 발생을 연도별로 측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2021년은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초기에 목격했던 전염병 확산 광풍으로 되돌아가면서 해를 마감한 시련의 한 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1년은 2020년과는 달랐다. 2021년은 우리가 대중적 재앙에 익숙해지면서 이를 어느 정도 뉴노멀로 받아들이는 훈련을 하는 한 해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생각은 우리의 환경이 별로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울한 예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2022년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 몇 가지를 들여다보자. 이 영화들은 뭔가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분위기를 깔고 있다. 이들 영화 제작에 관련한 사람들은 2022년이라는 숫자에 암울한 미래를 예고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듯이 이 해에 결정적 위기가 도래함을 묘사하고 있다. 부적절한 시기에 우연한 착륙을 맞이한 아마겟돈이든 인류가 구축해온 문명의 붕괴이든 이 영화들은 2022년을 저주받은 해로 그리고 있다.

하지만 인류는 또 한 해를 시작하면서 다음 영화에 등장하는 도전들이 종말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희망을 버려서는 안 된다. 이 영화들이 설정한 여러 묵시록적 상황들을 바라보면서 그래도 아직 인간들이 서로 잡아먹지는 않는다는 자그마한 위안이라도 얻도록 하자.

마의 버뮤다(Dark Side of the Moon)

채드 헤이스와 캐리 헤이스 형제가 2013년 영화 ‘컨저링(The Conjuring)’의 시나리오를 써서 명성을 얻기 훨씬 전 이 쌍둥이 형제는 비디오 시장으로 직행했던 컬트 영화 ‘마의 버뮤다(Dark Side of the Moom)’를 창작했다. 이 영화는 은하계의 무인 공간을 탐사하는 우주비행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핵무기를 탑재한 인공위성 수리 임무를 띠고 지구 저궤도 허공에 들어서지만, 우주선 전력에 문제가 생겨 표류하던 우주비행사들은 나사가 오래 전에 쏘아 올렸던, 고장난 우주왕복선을 발견하고 그 안으로 피신한다.

이후 벌어지는 쫓고 쫓기는 게임은 일반적인 에일리언 영화로 치부하기에는 뭔가 독특한 요소를 지니고 있다. 다시 살아난 시신들이나 여주인 로봇들은 우주인들을 괴롭히는 실질적 지배자가 사탄이라는 설정으로 이어진다. 지구의 버뮤다 삼각지대와 달의 다크 사이드 오브 문(Dark Side of the Moon)의 연관성이 드러나면서 버뮤다 삼각지대에서 배와 비행기들이 사라지는 이유도 이 지역을 지배하는 제왕인 사탄의 소행이라고 암시하며 기독교적 색채도 드러낸다.

아무튼 인류의 주적이 사탄이라면 그를 대기권 밖 우주에 묶어놓고 지구에 절대로 발을 들여놓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소일렌트 그린(Soylent Green)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일렌트 그린의 실체는 사람이다. 감독 리처드 플레이셔에게 오명을 안겨준 이 공상과학 스릴러 영화에서 NYPD의 형사 프랭크 쏜은 마침내 정체불명의 기업이 생산하는 기적의 식품을 조사할 수 있게 된다. 이 기적의 식품 ‘소일렌트 그린’에 들어가는 마법의 재료는 하층민들의 시신을 갈아서 만들어진다. 그래서 사람이라고 말한 것이다.

대본을 쓴 스탠리 그린버그와 해리 해리슨(해리 해리슨은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되는 소설 『메이크룸(Make Room! Make Room!)』을 쓴 공상과학 소설가이기도 하다.)은 인구 과잉과 환경 오염, 그리고 기후 재앙이 기아(飢餓) 와 빈곤을 격발(激發)하면서 경제 구조가 결핍으로 인해 계층화한다는 측면에서 섬뜩할 정도로 선견지명이 있는 시나리오 작가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이 영화에서처럼 인간이 인간을 잡아먹는 극한의 절망이자 마지막 금기에까지는 도달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아야 할까? 그러나 인류에게는 으깬 바퀴벌레로 만든, 영양분이 풍부한, 생명 유지 식품을 자양분으로 섭취해야 하는 설국열차(Snowpiercer)의 상황이 먼 미래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미래 인류는 맛있는 음식들이 사라지고 그저 생존을 위한 섭취에만 의존해야 할지도 모른다.

투모로우 워(The Tomorrow War)

지난 여름 출시돼서 스트리밍 서비스로 직행한 크리스 프랫 주연의 이 영화는 2억 달러의 제작비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을 거두었지만, 현대인에게 깊은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메시지만은 분명히 담고 있다. 즉,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갈등이나 희망이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있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말한다.

2051년의 미래에서, 외계 생명체의 공격으로 인류가 거의 전멸 직전이라는 긴급한 메시지가 2022년의 인류에게 도착한다. 인류의 마지막 희망은 2022년 현재의 민간인과 군인을 무작위로 징집해서 미래로 보내, 과학자들을 보호하고 실험 자료를 가져오는 것이다.

그린 베레에서 수퍼 솔져로 변신한 크리스 프랫은 ‘화이트스파이크(Whitespikes)’라 불리는 괴물들을 제압하지만, 이들 사악한 세력들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살던 현재로 돌아가 행동해야 함을 깨닫는다. 여기서 이들 악의 무리가 극지방의 빙하에 잠겨있다가 지구 온난화로 깨어났다는 사실이 또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유비면 무환이라는 격언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우는 영화이다.

더 퍼지(The Purge)

돈벌이가 괜찮은 사변 시나리오 영화(spec-fic)의 효시가 된 ‘더 퍼지’가 2013년 개봉했을 때는 이 영화의 내용이 2022년의 현실에서도 어느 정도 가능하리라고 예측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인간을 청소하는 ‘퍼지(Purge)’ 행사가 그동안 8번(8년간) 성공적으로 치러진 뒤 이날도 어김없이 찾아온다. 미국인들이 364일 동안 억눌렸던 분노를 합법적으로 표출할 수 있는 기념일인 이 날은 모든 범죄가 합법이 된다.

‘더 퍼지’ 시리즈가 전제로 하는 암울한 상황이 2022년 완전히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최근 ‘인간 청소’의 욕망을 은근히 드러내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은 비극 중의 비극이다.

2020년 대선을 준비하면서 도널드 트럼프는, 조 바이든이 당선되면 미국이 약탈자들이 날뛰어도 처벌받지 않는 무법천지의 지옥 같은 세상이 될 것이라는 공포 마케팅에 의존했다. 그런데 실제로 미국을 불안하게 한 요소는 영화와는 정반대로 발생했다. 영화의 ‘퍼지’는 아슬아슬 억눌리는 편견과 아집의 촉발로 나타나지만 트럼프 지지 시위대의 파괴 행위는 자기들 나름대로 정의를 요구하면서 벌어졌다.

압솔롬 탈출(No Escape)

마틴 캠벨 감독의 짜릿한 B급 영화 ‘압솔롬 탈출’에서 주인공 레이 리오타는 상관을 사살한 죄로 감옥으로 이송되는 해군 대위 출신의 존 로빈스 역으로 나온다. 하극상, 그것도 상관을 살해한 죄를 지은 로빈스를 초반에 길들이려는 교도소장에 굴복하지 않은 로빈스는 압솔롬이라고 불리우는 무기수들을 수용하는 무인도로 보내지게 된다.

압솔롬은 탈출이 불가능한 섬으로 인공위성에 의해 24시간 감시되고, 이 섬은 질서와 규율을 중시하는 신부(랜스 헨릭슨)가 이끄는 소수의 인사이더와 마텍이 이끄는 폭력적이고 무질서한 다수의 아웃사이더로 나누어져 있다.

압솔롬에 버려진 로빈스는 정글 속에서 아웃사이더들에게 생포되었다가 구사일생으로 탈출에 성공하지만, 죽음의 위기를 맞게 된다. 그 후 쓰러진 로빈슨을 정찰 나온 인사이더들이 구조하여 그들의 요새로 데려가, 신부로 불리우는 지도자와 상봉이 이루어진다. 신부는 아웃사이더를 피해 살아남은 로빈슨을 주목하고 자신들과 함께 하기를 요청한다. 그러나 로빈스는 이 섬을 탈출할 생각만 한다. 그리고 아웃사이더들이 총공격을 가해 오자 로빈슨은 떠나는 것을 미루고 인사이더들과 힘을 합쳐 아웃사이더를 격퇴하게 된다.

한편 로빈스는 이 섬에서 새 삶을 꾸리는 줄 알았던 신부 일행이 사실은 섬을 탈출할 스텔스 보트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모두 기대했던 보트는 인사이더의 염원을 안고 출발하나 감시단에 발각되어 파괴된다. 절망도 잠시. 이들은 다시 스텔스 보트를 만들려고 하는데 부품이 없어 제작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리고 이 부품이 마텍의 거처에 있다는 것을 기억해 낸 로빈스는 홀로 아웃사이더의 영역에 침투한다.

로빈스가 이끄는 작은 혁명은 이 영화가 출시되었을 때는 교도소 처우와 환경에 대한 담론의 소재가 되지 못했지만 오늘 날은 사정이 달라졌다. 수감자들이 인권을 빼앗기고 동산(動産)으로 취급되면서 손쉽게 착취의 대상으로 전락한 것이 사실이라는 말이다.

우리는 랜스 헨릭슨 신부 같은 영웅이 나타나 수감 생활과 공장노동자의 삶이 뒤엉켜있는 현실을 폭로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지오스톰(Geostorm)

그나마 위안이라면 아직 인류가 스스로를 멸종시킬 수 있을 정도의, 지구 전체를 지배하는 기후 통제 위성(weather-control satellite)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딘 데블린 감독이 만든 영화 ‘지오스톰’ 속 인류는 바로 그런 종말론적 아마겟돈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우주 카우보이 역으로 나오는 주인공 제라드 버틀러는 대자연 때문에 직면한 멸종 위협에서 인류가 거는 마지막 희망이다.

제목에서 연상되는 무시무시한 대재앙이 벌어지기 전부터 영화 도입부에서 마천루를 파괴하는 태풍과 천둥을 동반한 엄청난 폭우, 급류가 도시를 산산조각낸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스펙터클을 닮았지만, 성경적 종말론을 연상시키는 진행은 애석하게도 진부함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제라드 버틀러의 다소 호들갑스러운 연기는 보기에 거슬릴지 모르지만, 뉴스를 대할 때마다 기후 위기를 접하는 현대인들에게 그가 걱정하는 위협은 충분히 공감을 얻고도 남음이 있다.

아무도 막을 수 없는 인류의 종말을 혼자서 해결하는 영웅 이야기는 언제나 우리를 안심시킨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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