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우크라이나 사태를 대하는 중국의 양면성...'겉으로는 중립 표방, 내부적으로는 러 가짜뉴스 살포'
[월드 프리즘] 우크라이나 사태를 대하는 중국의 양면성...'겉으로는 중립 표방, 내부적으로는 러 가짜뉴스 살포'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3.14 06:44
  • 수정 2022.03.14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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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다정한 표정으로 인사하고 있다. 당시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침공 계획을 중·러가 공유했는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3월,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다정한 표정으로 인사하고 있다. 당시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침공 계획을 중·러가 공유했는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겉으로는 중립, 내부적으로는 러시아발 가짜뉴스 살포...' 

CNN은 13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사태를 놓고 중국이 양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환구시보 등 중국의 관영 매체 기사들을 일일이 열거하며 중국이 겉으로는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는 듯하지만 국내에서는 자신들의 민족적 입장을 내세우고, 러시아 발 가짜 뉴스를 일방적으로 주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 관리들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공개 성명과 국제회의들을 통해, 러시아의 행위를 비난하지 않으면서도 중국이 평화적 해결에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세계에 내놓는 메시지들이 중국의 진짜 속내가 무엇인지 많은 추측을 낳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의 침공을 대하는 중국 국내 언론 보도들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중국 국내에서는 14억 인민들에게 현 상황이 또 다르게 묘사되고 있다. 중국 관영 방송 CCTV는 러시아의 침공이 ‘특별 군사작전(special military operation)’에 불과하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 매체는 나아가 미국이 우크라이나가 생물학 무기 프로그램을 가동하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서방에 포위된 러시아를 구하기 위해 분투 중인 희생자로 묘사하고 있다.

국가의 통제 하에서 고강도 검열을 피해갈 수 없는 중국의 주요 국내 매체들은 주로 러시아 관영 언론들의 이야기나 러시아 관리들의 정보를 그대로 전하고 있다.

CNN은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뒤 처음 8일 동안 14개의 중국 관영 매체들이 중국의 트위터에 해당하는 웨이보에 포스팅한 거의 5000건에 달하는 소셜미디어 포스팅들을 분석해보았다. 그 결과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가장 많이 공유된 300건 이상의 포스팅 중 거의 반에 해당하는 약 140건이 친러시아 정서를 내포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1000회 이상이 공유된 이러한 포스팅들 중에는 러시아 관리들을 말을 인용하거나 러시아 관영 언론의 보도를 그대로 옮겨온 내용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소셜미디어에서 인기있게 회자되는 이야기들에 초점을 맞춘 이번 분석은 웨이보 상의 관영 언론 배출 통로에 의해 공유된 모든 포스팅들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석 결과는 5억 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한 인기 플랫폼(웨이보)에 가장 많이 노출된, 관영 언론이 생산한 정보들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포스팅들이 중국과 러시아 사이 공조된 선전활동의 정도를 정확히 나타내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양국 미디어들이 러시아 반체제인사들을 대하는 태도 같은 자신들이 자주 주장하는 논점들을 증폭하고 강화하는 현재의 태도들과 일관성이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홍콩의 친민주주의 시위나 코로나19 기원 또는 권위주의 정부들에 저항하는 시위들을 미국이 배후 조종한다는 포스팅들에서 어떤 일관성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중·러 간의 상호보강 효과는 해외로 흘러들어 양국이 전 세계에 자신들의 입장을 홍보하기 위해 마련한 영문 선전 작전에도 동원되고 있다.

중국 정부의 통제 하에 있는 상명하달식 미디어 환경에서 국가와 관련된 콘텐츠들은 정부의 명령과 일치하도록 검열한 후 보도된다. 전쟁의 원인을 호도하는 러시아의 입장을 지지하기로 결정한 중국 정부의 태도는 베이징 당국이 모스크바와 얼마나 친밀함을 유지하고 있는지를 잘 드러내는 징표이면서, 한편으로는 그로 인해 중국이 자칭하는 중립적 입장을 두고 거의 세계적 조롱거리를 만들고 있다. 

친러시아 반군과 대치하는 우크라이나 아우디이우카 최전선에서 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2017년 반군과의 전투에서 숨진 친구를 기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친러시아 반군과 대치하는 우크라이나 아우디이우카 최전선에서 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2017년 반군과의 전투에서 숨진 친구를 기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각본

민간인은 공격 목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러시아의 공언이나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나치 전술을 펼치고 있다는 보도, 그리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행방관 관련된 가짜뉴스들이 러시아 소스들로부터 중국 매체들로 넘어가는 뉴스들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정부가 통제하는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상당수 서방 미디어들이 차단되어 있다.

이러한 불균형은 지난주 월요일 중국의 관영 방송 CCTV가 아침 뉴스 패키지를 보도하면서 미국이 우크라이나 실험실에서 생물무기를 개발하도록 지원하고 있다는 러시아 측의 허위 주장을 강조하면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러한 암시는 모스크바 당국이 미국의 꼭두각시라고 간주하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데 활용되고 있지만, 반대되는 목소리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뉴스들의 출처는 어디일까?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 이고르 코나셴코프는 지난 일요일 미국 국방부가 지원하는 생물무기 프로그램의 흔적을 긴급히 감추려는 시도들에 대한 증거를 러시아 군대가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아가 우크라이나 보건부의 명령에 따라 이 실험실들에서 해로운 병원균들을 폐기한 자세한 내용을 담은 문서들이 발견되었다고도 주장했다.

이 소식이 CCTV를 통해 보도된지 몇 분 뒤 이 매체 산하 언론들이 러시아 국방부의 주장을 되풀이하는 온라인 포스팅을 내놓고 웨이보 상에 관련 해시태그를 올리기 시작하자, 온라인 사용자들이 이를 퍼나르기 시작했다. 이 해시태그는 그날 한 시간 만에 4500만 명이 본 것으로 드러났다.

다음 날 아무런 증거도 없이 러시아 측이 생물학무기 주장을 배가하자 CCTV는 새로운 방송 꼭지를 송출하고, 이를 저명 언론들이 웨이보 상에서 다시 공유하면서 사람들을 더 많이 끌어들였다.

이와 관련해 CNN이 논평을 요구하자 중국 외무부는 지난주 목요일 자신들이 가짜뉴스의 희생자라고 말했다.

“일부 반중국 세력들과 미디어들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포함해서 숱한 거짓말과 악소문, 가짜뉴스들을 날조하고 있다.”

중국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그들은 중국의 이미지에 먹칠을 가하고 있으며 언론 환경에 독극물을 뿌리고, 세계 인민들을 호고하고 있다. 이는 위선적이고 비열한 작태이다.”

독점 분쇄

미국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과 글로벌 파워로서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반감에서 기인한 중국의 민족 정서는 최근 몇 년 사이 중국과 러시아 관계를 결속시키는 결정적 구실을 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또한 중국과 러시아가 영어나 다른 언어권에서 중국의 CGTN(중국 국제텔레비전)이나 러시아의 RT(이전 러시아 투데이) 같은 소셜미디어 성향의 뉴스 브랜드들을 출범시키고 선전 활동을 강화하면서 양국이 해외에서 공유하는 언론 보도들에 스며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러시아 양국의 고위 언론 담당자들이 전략적 차원에서 뉴스 보도들을 논의하고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양국 동조 현상과 콘텐츠 공유 현상이 늘어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중국과 러시아 언론 사이 콘텐츠를 공유하는 수많은 사례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그들이 공유하는 비전은 명확하다. 이들 언론의 배출 통로들은 합심해서 “서방언론의 독점 체제를 분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환구시보(Global Times)는 2015년 개최한 중-러 미디어 포럼에서 밝힌 바가 있다.

지난주 수요일 현재 유럽연합(EU)에서는 크렘린 통제 하의 미디어 RT와 스푸트닉(Sputnik)은 공식적으로 차단되어 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소유한 기업 메타와 구글의 유튜브도 해당 콘텐츠들을 차단하는 데 착수했다.

그러나 CGTN이나 환구시보 같은 중국 채널들에서 러시아의 주장은 여전히 먹혀들고 있다.

지난주만해도 이러한 계정들에서 올라온 포스팅들은 우크라이나와 미국이 친나치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으며, 생물학실험실과 관련된 러시아의 가짜뉴스들을 반복하고 있다. 그들은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에서 ‘특별 군사작전’을 펼치기는 해도 우크라이나의 현 정부를 전복시킬 의도는 없다는 일방적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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