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약사로 시작해 대한약사회장(33·34대), 제18대 국회의원(당시 새누리당),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장과 사회보장정보원장을 거쳐 제21대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까지. 그의 이력은 화려하고, 전문성은 이보다 더 전문적일 수 없다. 제약협회장 당시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제한 결정으로 1년여간의 휴식기를 빼고는 쉼 없이 달려온 ‘전문 제약인’이다. 원희목 회장 임기가 1년여 앞으로 다가왔다. 그의 남은 최대 과제는 무엇일까. 물론 제약업계에는 여러 현안이 쌓여 있다. 지금의 최대 현안은 정부 직속의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 설치가 아닐까 싶다. 당연히 원 회장의 남은 1년 최대 과제이기도 하다.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는 사실상 신약개발 컨트롤타워로 평가받고 있다. 신약개발 컨트롤타워는 제약업계 오랜 숙원정책 중 하나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후보 시절 업계의 염원을 담아 당시 선거 공약으로 내 걸었고, 이후 당선되면서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 설치는 어느 정부 때보다 가능성이 높다. 당시 윤 후보는 제약바이오강국 실현을 위한 신약개발 컨트롤타워로 국무총리 직속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 설치 공약을 약속했었다.
미국, 영국, 일본, 중국 등은 일찍부터 국가적인 역량을 투입해 제약바이오산업을 육성, 패권경쟁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뒤처지지 않고 제약바이오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산업계의 총력 도전은 물론, 정부의 과감한 지원이 절실하다. 신약개발 컨트롤타워 밑그림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지난 4월 26일 윤 당선인은 백신개발 전문기업 SK바이오사이언스를 방문해 “바이오·헬스 분야를 국정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주요 골자는 한국 바이오헬스 기업들이 도약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병원, 기업, 관련 부처가 협업하는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를 신설한다는 내용이다. 현재로서는 국무총리 산하가 유력하다. 우리 정부의 신약개발 육성 구조는 규제정책과 육성정책이 분리돼 있어 합리적 조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개발·정책금융·세제 지원·규제개선·인력양성 등을 포괄하는 제약바이오산업의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각 부처 정책을 총괄 효과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휴미라’라는 글로벌 신약이 있다. 이 신약은 자가면역 치료제로 지난해 기준 전 세계 매출 24조 원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산업군 규모가 24조 원이라는 점을 감안, 휴미라 한 제품에서 나온 매출과 국내 제약바이오 전체산업군 규모와 같다. 단순 비교해서 국내에서 24조 원의 경제 효과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중·소형차 아반떼 100만 대를 수출해야 가능하다. 글로벌 신약 하나가 갖는 엄청난 경제 효과다. 원희목 회장은 올해 신년간담회에서 “신약개발 등 바이오헬스산업은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사회 안전망이자 미래 국가 경제를 주도해 나갈 성장 동력이기 때문에 규제정책과 육성정책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직은 새 정부 초기라 복지부, 과기부, 산업부와 같은 범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방안은 정해지지 않은 것 같다. 원 회장이 높은 열정을 갖고 추진하고 있는 정부 직속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가 재임 기간 설치가 마무리될지 주목된다. 여기에 국무총리 산하가 아니라 대통령 직속으로 만들어지면 제약산업이 더 ‘힘 빨’ 받지 않을까. 원 회장의 남은 1년의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 보인다.
[위키리크스한국=조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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