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3기] CNN "만리장성에 서서 시진핑 체제 이후 심화되고 있는 중국의 고립 노선을 되돌아보다"
[시진핑 3기] CNN "만리장성에 서서 시진핑 체제 이후 심화되고 있는 중국의 고립 노선을 되돌아보다"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10.22 06:53
  • 수정 2022.10.22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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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20차 중국 공산당 전국 대표대회(당 대회) 개막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20차 중국 공산당 전국 대표대회(당 대회) 개막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황제'라 칭해도 조금도 손색이 없을 3연임 체제 '시진핑'의 중국은 어디로...

CNN은 20일(현지 시각), 시진핑 집권과 코로나 팬데믹 이후 더 심화되고 있는 중국의 고립 노선을 돌아보는 중국 특파원 발 기사를 내보냈다.

지난 10월 초 국경일 휴일에 기자는 몇몇 외국 친구들과 함께 가족들을 동반하고 베이징 외곽에 위치한 만리장성을 찾았다. 중국에서는 외국인인, 여러 나라 사람들로 이루어진 우리 일행은 중국 사람들과 다소 거리를 두고 움직였다.

우리 일행이 만리장성에서도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외진 구역에 접어들었을 때 우리 곁을 지나치던 중국 가족들 중 한 어린아이가 우리가 데리고 온 아이들을 보더니 “외국인들이다. 코로나 걸리지 않았을까? 멀리 떨어져 가자”라고 말을 했다. 이 말을 들은 중국 어른들은 아무 말 없이 가던 길을 서둘러 갔다.

이 때의 경험이 이후 기자의 뇌리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중국의 스트롱맨 시진핑이 집권한 이후 10년 동안 중국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스냅사진처럼 머리에 박혀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물리적으로, 심리적으로 점점 더 외부 세계에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으며, 이런 변화는 앞으로도 세계를 향해 장기적 함의(含意)를 던져줄 듯하다.

시진핑이 공산당 최고 지도자의 자리에 3번째로 연임하며, 그동안의 관례를 무너뜨리려 하는 시점에서 중국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보는 것은 시의적절하다 할 수 있다. 시진핑은 베이징에서 열린, 5년마다 열리는 집권 공산당의 당대회에서 형식적인 국가주석 취임 의식보다는 권력의 원천인 공산당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오르면서 스트롱맨으로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보통 때라면 연휴 기간에는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였을 중국 최고의 관광 명소인 만리장성은 마침 우리가 찾았을 때에는 거의 인적이 끊기다 시피 했다. 지구촌에 코로나 팬데믹이 몰아치고 3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의 다른 나라들은 국경의 문을 다시 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베이징 당국이 여전히 제로코로나 정책을 고수한 결과 때문이다.

중국의 국경은 2020년 3월 코로나 팬데믹 발발 이후부터 여전히 굳게 닫혀있다. 그러는 사이 한때 중국을 고국이라 불렀던 많은 외국인들이 중국에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전염력이 극히 강한 오미크론 변이가 중국 여러 곳을 찾아들면서 당국은 10월 1일 국경절을 앞두고 국내 여행자들의 여행을 막았다. 그리고 중국 당국은 여전히 엄격한 검역과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는 대량 검사와 공격적인 접촉자 추적에 매달리면서 몇 명의 감염자만 나와도 몇 백만이 사는 도시들을 봉쇄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그 결과 이른바 황금연휴 기간에 여행객이 급감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의 여행 시장은 소비가 마지막으로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던 2019년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중국의 불황은 여행 업계의 침체만이 아니다. 세계 2위의 경제권이 흔들리면서 자동차부터 부동산에 이르기까지 다른 부문으로 비관론이 확산하고 있다.

시진핑의 가장 큰 도전

중국의 경기 침체는 지난 수십 년간 공산당 집권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던 고도성장과 14억 중국 인민의 수익 증대를 위협하며 시진핑의 정치적 앞날에 심각한 도전으로 다가서고 있다. 중국의 경기 침체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국제사회에까지 고통스럽게 현실을 돌아보도록 만들고 있다. 세계의 장기 성장 엔진이 고통 소리를 내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진핑의 값비싼 비타협적 ‘제로코로나’ 정책은 그가, 중국 역사에서는 보기 드물게, 축적해온 권력의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많은 중국 관리들에게 이는 과학에 의한 정책이 아니라 수십 년 이래 가장 강력한 지도자에 대한 정치적 충성도와 관련이 있다.

온라인에는 과학적 근거 없이 코로나 검사를 위해 과일, 동물, 심지어 신발에까지 면봉을 들이대는 보건 관리들의 동영상들이 넘쳐난다. 그러나 중국의 9월 코로나19 사망자는 격리 시설로 이송 도중 추락한 버스 사고로 숨진 27명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보건 관리들은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검사 기술을 활용해, 특히 당 대회를 앞두고, 엄격한 규정 적용을 배가하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도 다른 어느 나라보다 많은 감시 카메라로 유명한 나라였다. 스마트폰 시대를 맞이한 지금 당국은 필수 앱을 통해 사람들의 코로나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움직임을 추적할 수 있다. 당국은 원격으로 건강 앱을 빨간색 코드(code red)로 전환해 사람들을 쉽게 집에 가둘 수 있는데, 이미 시위대가 거리로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여러 차례 그렇게 한 전력도 있다.

많은 사람들은 시진핑과 그의 측근들이 사회적 안정에 집착하는 이 정책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물리적 봉쇄든 디지털 조작이든 ‘제로코로나’에서 탄생한 이러한 조치들은 효과적인 통제 수단임을 입증하고 있다.

시진핑이 지난 16일의 2시간에 걸친 당대회 연설에서 성공적인 사례로 ‘제로코로나’ 정책을 일컫기 전에도 당의 대변인실에서 나온 일련의 근착 기사들은 정책의 “정확성”과 “지속성”을 강조함으로써 그러한 우려를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다 국영 언론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인민의 생명을 구한 중국의 명백한 승리와는 대조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대량 사망자와 고통을 외면하는 외국의 “암울한 현실”과 그 지도자들에 대한 묘사로 기사를 채우고 있다.

한편, 시진핑의 사이버 경찰은 수년 동안 이른바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 활동을 강화해 왔다. 이는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광범위한 인터넷 필터링 및 검열 시스템으로, 당에서 “유해한” 것으로 간주하는 모든 것을 차단하고 삭제한다. 여기에다 이제는 인공 지능의 지원까지 받아 검열관들은 코로나19 정책을 포함해 당의 노선과 모순되는 것으로 보이는 모든 게시물을 빠르게 삭제해나가고 있다.

이 같은 시진핑의 강력한 프로퍼갠더와 통제의 결합은 중국 사회의 많은 부분에 바라던 바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며, 한편에서는 수백만 인민들이 ‘제로코로나’ 정책에 대해 분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론을 형성하기에 충분한 정도의 사람들에게 중국 시스템의 우월성을 확신시킴으로써 지도력을 위한 완충 장치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 방식은 장기간의 국경 폐쇄와 고조되는 지정학적 긴장과 결합되어 외국인 혐오증을 양산하는 기반을 제공하기도 한다.

기자가 겪은 만리장성의 중국 어린이의 말은 그것을 반영한다. 그러나 “외국인에 책임을 돌리라”는 정서의 진정한 위험은 힘을 가진 성인들이 국내 노선에서 가중되는 압력에 직면해 그것을 이용할 때 찾아온다.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 서 있는 중국인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 서 있는 중국인들 [사진=연합뉴스]

중국을 다시 위대하게?

2012년 정상에 오른 이후 시진핑의 집권 철학은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그것은 오직 자신만이 중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다, 즉 당의 편재성과 지배력, 그리고 세계 무대에서 중국의 정당한 위치를 회복하는 역할이 자신에게 주어졌다는 사명감을 말한다.

중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이 증가함에 따라 서방과의 공존은 미국 및 그 동맹국들과의 대결로 탈바꿈하고 있다. “힘을 숨기고 때를 기다리는” 시대가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 치하의 중국 외교관은 중국 정책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공격하는 자랑스러운 전사로 변하고 있는 중이다.

민족주의 부상을 등에 업고 중국은 세계 곳곳에서 힘을 자랑하기 시작했다. 대만을 둘러싼 긴장은 아시아의 화약고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제 민주주의 자치령인 대만과의 ‘통일’이 시진핑 유산의 금과옥조로 간주될 것이라는 점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외부를 향한 권력 투사는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중국이 포위되어 있다는 위기의식과 맞물려 있다. 시진핑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같은 독재자들과 함께 이러한 세계 질서를 재편하려 애쓰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될 때까지 중국의 스트롱맨의 본능과 국내에서 완전한 통제를 실현하려는 욕구는 위험한 바이러스와 적대 세력의 뿌리로 간주되는 성가신 외부인을 차단하기 위해 현실 세계와 사이버 공간에서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장벽을 세우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중국 국책연구소에서 발표한 한 역사 논문은, 시진핑의 행보처럼, 오랫동안 이어져 온 공감대를 뒤집으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 논문 저자는 중국의 마지막 두 왕조가 채택한 고립주의 정책을 후진성과 궁극적인 국가 붕괴의 원인으로 비난하는 대신 서방 침략자들에 직면했을 때 국가 주권과 안보를 지켜낸 정책으로 옹호하고 있다.

과거 만리장성의 일부를 재건한 왕조의 황제들은 당시 조국의 쇠퇴를 막는 데 실패했었다. 그러나 그들이 사용한 도구는 중국의 현 통치자의 손에 있는 하이테크 도구에 필적할 수 없다. 시진핑은 무엇보다도 자신의 ‘벽(walls)’이 자신이 자주 언급하는 궁극적인 목표인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 같다.

그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세계는 앞으로 몇 년 동안 그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을 듯하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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