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박기 재현?… 尹·국민연금 KT 저격에 "과도한 개입" 비판
알박기 재현?… 尹·국민연금 KT 저격에 "과도한 개입" 비판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3.02.01 18:02
  • 수정 2023.02.01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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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주인없는 기업 지배구조 선진화해야"
국민연금, 구현모 KT 대표이사 연임 반대의사 표시
"경영권 개입하려면 투자 목적 '경영 참여'로 했어야" 비판
KT, 디지코 전환 가속화… 최대 매출·주주친화 정책도
KT 구현모 대표가 2023년 KT그룹 신년식에서 신년사를 하는 모습. [출처=KT]
KT 구현모 대표가 2023년 KT그룹 신년식에서 신년사를 하는 모습. [출처=KT]

국민연금이 구현모 KT 대표이사(사장)에 대한 연임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도 소유권이 분산된 기업의 지배구조가 선진화돼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KT는 국민연금(지분 10.74%)이 최대 주주인 대표적인 '주인 없는 기업'으로 꼽힌다. 

일각에선 주총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노골적으로 연임 문제에 개입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민연금은 KT 주식보유 목적이 '일반투자'인 상황에서 이번처럼 과도한 개입을 하려면 주식보유 목적을 '경영참여'로 바꿨어야 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올해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KT, 포스코, 금융지주 등 소유권이 분산된 주인없는 기업의 지배구조가 선진화될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 서면브리핑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투명하고 공정한 지배구조를 마련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보다 깊이있게 고민해볼 것을 제안했다.

윤 대통령은 또 "과거 정부 투자 기업 내지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되면서 소유가 분산된 기업들은 소위 '스튜어드십'이라는 것이 작동돼야 한다"고 전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가 기업의 의사 결정에 개입하는 제도로 국민연금은 2018년 도입했다. 당시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을 제정한 국민연금은 '법령상 위반'을 근거로 기업가치가 훼손될 경우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국민연금공단 [연합뉴스]
국민연금공단 [출처=연합뉴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해 12월 KT 대표이사 공모·경선 절차를 문제삼으며 공개적으로 반대 뜻을 표명한 바 있다.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기금이사)은 당시 입장문에서 "케이티 대표이사 최종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경선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의결권행사 등 수탁자책임활동 이행과정에서 이러한 사항을 충분히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올해 3월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지겠다는 것이다.

KT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이어서 특정 주주가 경영진 선임을 주도하기 어려운 지배구조다. 구 대표는 이사회로부터 연임 적합 판정을 받아 단독 후보가 될 수 있음에도 복수의 후보와 경쟁하겠다는 뜻을 이사회에 전달했다. KT 지배구조위원회는 이에 14명의 사외 인사와 13명의 사내 후보자에 대한 대표이사 적격 여부를 검토해 심사 대상자들을 선정했다.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는 총 7차례의 심사 과정을 거쳐 구 대표를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자로 확정했다.

이렇게 이사회 결정에 따라 선정한 대표이사를 국민연금이 반대한 것은 '과도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국민연금이 연임 반대 의견을 내려면 투자 목적을 경영 참여로 바꿨어야 한다는 비판이다. 주식보유 목적이 '일반투자'인데 반대 목소리를 낸 것은 경영권 침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반대 의견은 1대주주로서 낼수 있다"면서도 "이러한 의견이 문제되는 건 아니지만 영향력을 따져보면 국민연금은 기업이나 금융사들의 '대장' 노릇을 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구 대표가 이끄는 KT는 작년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10년 만에 1조원을 넘는 등 호실적을 이어가는 와중에 연임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관측이다. 호실적에 힘입어 KT는 별도기준 조정 당기순이익의 50%를 배당하는 정책을 유지했다. 배당수익률은 2020년 5.3%, 2021년에는 5.9%까지 올랐다. 주가도 취임 당시(2020년 3월) 19700원에서 이날 종가 기준 34500원으로 크게 상승했다. 

25일 오전 한때 KT의 '설정 오류에 따른 장애'로 유·무선 인터넷 서비스가 중단됐다. 네트워크 접속 장애는 1시간가량 만에 복구됐지만, 서비스 중단이 점심시간과 겹치면서 전국 곳곳에서 피해사례가 잇따랐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 사옥 모습.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 사옥 모습. [출처=연합뉴스]

KT는 올해 민영화 21주년을 맞은 엄연한 사기업임에도 정치권과 정부의 압박에 자유롭지 못했다. 정치권은 사기업인 KT를 마치 공기업 마냥 압박하고 때로는 청탁도 주저하지 않았다. 주인 없는 지배구조 때문에 능력보다는 정치권 입김에 의해 CEO가 결정되곤 했다. 실제로 채용비리에 연루된 이석채 전 회장은 행정고시에 합격한 관료 출신이고, 황창규 전 회장도 초대 국가기술전략단장을 맡은 반도체 전문가로 외부 인사인 만큼 정계와 가까웠다.

윤 대통령과 국민연금의 압박으로 구 대표의 연임이 불투명해졌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국민연금이 구 대표의 연임을 반대해도 주주들이 주가와 실적을 바탕으로 연임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관측도 우세하다. 윤 대통령은 다만 "주인이 없는, 소유가 완전히 분산된 기업들은 과거에는 공공재, 공익에 기여하는 기업들이었기에 정부가 일일이 경영에 관여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KT 관계자는 이에 대해 "회사 차원에서 입장을 말씀드릴 부분은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구 대표가 오는 3월 주주총회서 연임하게 되면 2008년 남중수 전 KT 회장에 이어 내부 출신으론 2번째 연임 사례가 된다. 남 전 회장은 같은해 9월 중도 사임하게 되며 임기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구 대표가 연임 이후 성공적으로 임기를 마치면 내부 출신으로 최초로 연임을 마친 CEO로 등극하게 된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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