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인사이드] 미국 대통령의 연두교서와 반대당 의원들의 야유...상대당 의원들이 대통령 대하는 태도
[정치 인사이드] 미국 대통령의 연두교서와 반대당 의원들의 야유...상대당 의원들이 대통령 대하는 태도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2.10 05:08
  • 수정 2023.02.10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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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상·하원 합동회의서 국정연설 하는 바이든 대통령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美 상·하원 합동회의서 국정연설 하는 바이든 대통령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You are a Liar!' (당신은 거짓말쟁이야)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 시간) 미국 의회에서 상하원 의원들을 대상으로 새해 국정연설인 연두교서(state of the union)를 발표했다. 미국 대통령의 연두교서는 사실상 연초에 대통령이 국정 상황 전반을 의회에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는 자리를 마련한다는 성격이 짙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입장할 때는 민주당 의원들은 물론이고, 공화당 의의들도 박수로 맞이했다. 하지만 연설이 시작되자 양극화된 미국의 정치 현실이 그대로 표출되었다. 특히, 대통령이 국가 부채 증가의 책임이나 사회보장, 의료보험 등 첨예한 현안을 거론할 때는 공화당 의석에서 야유가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ABC방송은 9일(현지 시각)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연두교서에서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야유를 퍼부은 배경과 과거 비슷한 사례들에 대해 보도했다.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을 포함한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연두교서에서 그를 “거짓말쟁이(liar)”라고 부르며 야유를 보낸 자당 의원들을 변호하고 나섰다.

이날 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남부 국경 문제’와 ‘진통제 펜타닐 사태’를 거론하면서부터 공화당 의원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더니, 급기야 대통령이 부채 한도 조정(debt ceiling) 문제가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사회보장 및 의료보험(Social Security and Medicare) 프로그램을 삭감하자고 주장해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하자 공화당 의석에서 “거짓말쟁이(liar)”라는 야유가 터져 나왔다.

“그러니까, 여러분! 우리 모두가 확실하게 인정하듯이 사회보장제도와 의료보험은 이제 더 이상 테이블에 존재하지 않게 된 것이지요, 그렇지요?”

바이든은 순간을 놓치지 않고 공화당 의원들을 공격할 기회로 활용했다.

“한 목소리가 되어서 참 좋겠습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수요일 아침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공화당이 바이든을 ‘거짓말쟁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가 실제로 거짓말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정당한 외침이라고, 자당 의원들의 태도를 옹호했다.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도 폭스뉴스에서 비슷한 말을 했다.

“글쎄요, 대통령은 일부러 의원들을 자극하려는 발언을 했고, 의원들은 당연히 화를 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 자신도 자신의 발언들에 거짓이 들어있음을 인정할 겁니다.”

그는 “나는 이전에 여러 번 말했다. 사회보장과 의료보험은 별도의 문제다. 대통령은 이 문제를 정치적 책략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렇게 이어갔다.

“우리는 거기에 넘어가면 안 됩니다. 대통령은 협상을 거부한 채 ‘부채 한도’ 문제를 놓고 공화당에 대해 거짓말을 하면서 정치 게임을 벌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의 술수에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연두교서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일부 공화당원들이 사회보장과 의료보험 프로그램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하자 의석 뒤쪽에서 마조리 테일러 그린(공화당, 조지아주) 하원의원이 “거짓말쟁이!(Liar)”라고 여러 번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의석 뒤에 앉아있던 매카시 하원의장이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의원들을 향해 조용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이후 그린 의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조금도 미안하지 않다”고 말하면서 “그가 마땅히 받아야 할 욕을 먹은 것이고” 매카시 의장도 공화당 의원들에게 화를 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그린 의원의 폭발은 대통령의 연설 전에 매카시 의장이 그린 의원을 포함한 공화당 의원들에게 언론의 마이크와 카메라를 조심하라고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발생해서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매카시 의장은 나아가 공화당은 “윤리 강령(code of ethics)”을 준수하며, 대통령 “연설문을 찢는 것과 같은 유치한 게임”에는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는 지난 2020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두교서 후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이 사전 배포된 대통령 연설 원고를 공개적으로 찢어버린 사건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번 연두교서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야유를 보낸, 공화당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이 2021년 2월 3일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하원 회의에 '트럼프가 승리했다'고 적힌 마스크를 쓰고 참석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번 연두교서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야유를 보낸, 공화당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이 2021년 2월 3일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하원 회의에 '트럼프가 승리했다'고 적힌 마스크를 쓰고 참석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번 대통령 연두교서에서 야유가 쏟아져 나온 순간들은 지난 10년 동안 미국의 정치 지형이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이번과는 대조적으로, 2009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의료보험과 관련해서 연설할 때 사우스캐롤라이나 출신 공화당 하원의원 조 윌슨이 “거짓말!(You lie!)”이라고 소리를 치자 다른 공화당 원들은 그에게 사과하도록 압력을 가했고, 당시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은 그의 발언이 “품위손상(breach of decorum)에 해당하며, 의회 절차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의회 불신을 조장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공식적으로 그를 질책했었다.

한편,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의 연두교서 성과에 찬사를 보내면서, 수요일 위스콘신으로가는 도중 에어포스원(Air Force One)에서 기자들과 공화당 의원들의 야유 문제에 대해 논의하게되어 기뻤하는 듯이 보였다.

“우리는 갈라진 두 개의 모습을 분명히 지켜보았습니다. 대통령의 입장과 공화당의 태도를 목도한 겁니다. 그들은 다시 한 번 미국인들이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야유하고 행동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중간선거 이후 그들이 뭘 원하는 지를 똑똑히 보여준 것이지요.”

피에르 대변인은 대통령이 공화당을 수세로 몰아넣었다고 묘사하면서 사회보장 및 의료보험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과 공화당의 울분 사이에서 대통령을 옹호했다.

“공화당 전당대회 의원들은 수년 동안 정말 반복적으로 사회보장과 의료보험 제도를 삭감하고, 민영화를 추진하고, 퇴직 연령을 높이려고 노력해왔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실제로 투표를 통해 이를 관철하려 하고, 도마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몇 년 동안 하는 것을 지켜보아 왔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늘 위선적입니다.”

피에르 대변인은 구체적으로 마이크 리 상원의원(공화당, 유타주)을 지목했다. 그녀는, 마이크 리 의원이 2010년에 사회보장과 의료보험 제도를 뿌리 뽑고 싶다고 말하는 소셜 미디어 동영상들이 돌고 있는 사실을 거론했다.

“어젯밤 우리는 공화당 의원들의 실체를 까발리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렇지 않은가요?”

그녀는 이렇게 덧붙였다.

“대통령은 공화당원들의 야유와 태도를 수백만이 시청하는 생방송 화면 앞에 여실히 드러내며 그들을 궁지로 몰았습니다. 대통령과 우리가 이룩한 성과입니다.”

공화당의 떠들썩한 반응과는 별개로 바이든 대통령은 연두교서의 밤을 승리로 여기는 듯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두교서 후 의회를 나서면서 이번 소동(rowdiness)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소동이요? 좋은 리셉션 자리였다고 생각합니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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