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미국의 기피 인물에서 동반자로 바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월드 프리즘] 미국의 기피 인물에서 동반자로 바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6.22 05:42
  • 수정 2023.06.22 1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왼쪽)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은 2021년 9월 미국을 방문한 모디 총리가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왼쪽)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은 2021년 9월 미국을 방문한 모디 총리가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미국과 인도가 중국 견제를 위해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0일(현지시간) 미국을 국빈방문했다. 때에 맞춰 CNN방송은 미국과 인도의 관계를 조망하는 분석 기사를 내보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한때 미국이 외면하던 기피인물이었다. 그는 “종교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했다”는 이유로 비자가 거부되며 근 10년 동안이나 사실상 미국 입국이 금지되었었다.

그러나 그 금지령이 해제된 후 9년 동안 모디 총리는 점차 백악관의 구애를 받는 주인공으로 떠오르더니 현재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미국에게 중요한 지도자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 인도의 지도자 모디 총리는 이번 주 워싱턴을 국빈 방문하는 동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 안보와 무역, 테크놀로지 교류 확대에 대해 논의하고, 두 나라를 하나로 묶는 끈끈하고 따듯한 우의를 다짐할 것으로 보인다.

모디 총리는 또한 수요일에는 뉴욕의 UN 본부에서 인도 소프트 파워(soft power)의 영향력을 과시하는 ‘국제 요가의 날 축하 행사’도 주관할 예정이다.

그러고 나서 다음 날 모디 총리는 미국의 가까운 동맹국에게만 주어지는 영예인 의회 연설을 진행하고, 바이든 대통령이 베푸는 호화로운 국빈 만찬에 참석해 그가 미국에게 얼마나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인지를 만방에 과시할 듯하다.

하지만 워싱턴에서 펼쳐지고 있는 기념식들과 외교적 잔치들 뒤에서 분석가들은 모디 총리의 미국 방문은 점점 더 포퓰리즘적이고 양극화되어가고 있는 국제 정세 속에서 민주주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미국이 적어도 겉보기에는 인도 당국의 인권 유린 혐의를 못 본 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디 총리의 집권 인도인민당(BJP : Bharatiya Janata Party)은 점점 더 과격해지는 힌두 민족주의 정치색과 지속적인 정적 탄압으로 인해 인권단체와 야당의 집중공세를 받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도를 해당 지역의 핵심 동맹으로 간주하는 바이든 행정부에 모디 방문 기간 동안 어떤 식으로든 이러한 우려를 전달하라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인도-태평양에서 인도의 만만치 않은 영향력과 500만 명에 달하는 인도계 미국인들의 파워를 고려할 때 이러한 우려는 전달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계 미국인들은 미국 내 최대 이민자 집단 중 하나로 미국 선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미국평화연구소(USIP)’의 남아시아 선임고문 다니엘 S. 마키는 워싱턴이 인도를 '미국과 중국 간의 경쟁 속에서 점점 더 뚜렷하게 부상하는 국제정세의 전략적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인권 문제는 지정학에 비해 '일반적으로 뒤로 밀릴 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나는 인권 문제는 여전히 미국의 중대한 관심사이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마키 연구원은 이렇게 주장했다.

“인도의 민주주의 쇠퇴는 결국 인도를 망가뜨리고 미국 파트너로서의 입지도 불안하게 만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바이든이 모디의 권위주의 정책을 수용하는 것처럼 보여서는 안 되기 때문에 이번 방문은 시험대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내가 보기에 백악관은 모디 총리 개인이나 그의 정책과 연결시키지 않고 인도와의 관계를 이끌어가려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는 결실을 맺기 힘든 전략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미국 뉴욕에 도착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 20일(현지시간) 미국을 국빈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뉴욕 시내 호텔에 들어서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미국 뉴욕에 도착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 20일(현지시간) 미국을 국빈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뉴욕 시내 호텔에 들어서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워싱턴의 과제

모디 총리의 미국 방문은 그가 최근 몇 주 동안 수행한 수많은 외교 행보 중 가장 최근의 것으로, 그에게 레드카펫을 깔아준 나라는 워싱턴만이 아니다.

지난달 모디 총리는 시드니에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를 만나 그를 “보스(boss)”라 부르며 그가 호주의 민주주의 증진에 기여했다고 칭찬했다. 이에 대해 앨버니지 총리는 모디 총리를 ‘록스타’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호주 방문 전에 모디 총리는 파푸아뉴기니에서 제임스 마라페 총리를 만나, 최근 중국이 활발한 외교 활동을 벌이고 있는 태평양 섬들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이와 함께 모디 총리는 며칠 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이후 처음으로 대면한 일본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만났다.

마키 연구원은 모디 총리의 이러한 행보는 “인도-태평양과 그 너머의 다른 민주국가 지도자들로부터 인정을 받는 것”을 우선시하는 그의 전략을 잘 상징한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행보는 “인도 내에서 추구하는 모디 총리의 정치적 목적에 기여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인도 내에서 모디 총리를 지지하는 세력으로부터는 그가 세계 무대에서 얻은 존경에 열광하도록 만들면서 반대 세력에게는 그들의 우려를 다른 민주주의 국가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처럼 보이게 해서 사기를 꺾을 수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분석했다.

지난주 국제 인권 감시 기구 ‘휴먼라이츠워치(HRW)’는 백악관을 향해 모디-바이든 정상회담에는 인권 문제가 ‘중심’ 의제가 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모디와 바이든은 인도와 미국 모두에 인권 문제가 있음을 공동으로 인정하고 이를 해결하는 데 노력해야 합니다.”

이 단체의 아시아 인권 담당자인 존 시프튼은 이렇게 주장했다.

HRW와 국제앰네스티는 정책입안자들을 초대해 2002년 인도 구자라트주에서 끔찍한 종파 폭동이 일어났을 때 모디의 지도력에 의문을 제기한 BBC 다큐멘터리를 상영한 바가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인도에서 상영이 금지되었고, 뉴델리의 BBC 사무실은 세무 당국의 급습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인도 내의 반정부 세력들과 집권당 통치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은 워싱턴의 침묵을 묵과하지 않고 있다.

“인도의 많은 사람들을 화나게 하는 것은 인도의 민주주의와 종교 및 언론의 자유에 대한 (미국의) 부정직한 태도입니다.”

인도 최상의 씽크탱크인 ‘정책 연구센터(Centre for Policy Research)’의 수석연구원 슈샨트 싱은 이렇게 지적했다.

“백악관이 비난을 무릅쓰면서까지 인도를 ‘민주주의의 어머니(mother of democracy)’라고 지칭한 사실 때문에 많은 인도 사람들은 미국의 부정직한 태도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만났을 때의 사진 [사진 = 연합뉴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만났을 때의 사진 [사진 = 연합뉴스]

인도의 신중한 행보

모디와 바이든은 이번 주 워싱턴에서 만나 무역과 안보 협약을 맺을 것으로 보인다.

‘브루킹스 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의 수석연구원인 탄비 마단에 따르면 이번 방문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따로 떼어 볼 수는 없다”고 한다.

“거의 25년 간의 양국 관계 발전을 기반으로 합니다.”

그녀는 이렇게 평가했다.

“관계를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이번이 그 중 하나에 속합니다.”

이번 양국 정상회담에서는 중국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는 것이 핵심 의제가 될 것이다.

인도와 중국은 히말라야 국경을 따라 군사적 대치 상태를 빚으면서 지난 3년 동안 수십 명의 사망자를 냈다.

그리고 뉴델리와 워싱턴은 점점 비대해지는 중국의 군사력과 육지 및 바다에서의 영유권 주장에 대해 점점 불안해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중국은 주변 약소국들에 대한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인도는 미국과 가까워지면서도 군사 장비는 여전히 러시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서방 강국들은 인도에 실망하고 있다.

인도는 크렘린과의 경제 관계를 끊기보다는 되레 러시아의 석유, 석탄 및 비료 구매를 늘림으로써 서방의 제재를 약화시켰다.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벌이는 데 그의 군대에 중요한 돈줄 역할을 하고 있다.

뉴델리는 이뿐만 아니라 UN에서 러시아를 비난하는 표결을 벌일 때 거듭 기권하며 모스크바에 국제적 정당성을 부여하기도 했다.

이러한 신중한 태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인도의 독특한 입장을 잘 보여준다. 즉, 말로는 러시아와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실질적인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한편 서방과의 유대도 강화하는 전략을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단 연구원에 따르면, 서방은 점점 커지는 인도의 영향력 때문에 뉴델리를 쉽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미국은 인도를 그 자체로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인도는 경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민주주의 강대국으로서 국제 질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군사 및 테크놀로지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녀는 인도는 “지정학적 균형추와 경제적 대안 및 중국과는 다르게 민주국가라는 차원에서 미국의 필수적 파트너”라고 덧붙이며 이렇게 말했다.

한편, 최근 몇 달 사이 뉴델리와 모스크바 사이에 균열의 조짐도 엿보였다. 지난 3월 인도 공군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인도에 대한 무기 인도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관련해서 지난 월요일, 비나이 크와트라 인도 외무장관은 뉴델리와 워싱턴의 안보 협력 관계가 “굳건하고 역동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인도와 미국이 논의해 온 국방 로드맵이 “안보와 전략 물자 생산 및 전략 물자 개발 등의 모든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모디 총리 방문의 “핵심 목표”가 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인구가 14억 명에 이르는 인도로 방향을 전환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이들 14억 인구 중 상당수는 교육 수준이 높고 대부분 영어를 구사할 줄 아는 젊은 층으로 구성되어있다.

“인도의 국제적, 지역적 위상 확대에 따라 많은 국가들이 인도를 매력적이고 유용한 파트너로 간주하기 때문에 인도는 여러 국가에서 환영받고 있습니다.”

마단 연구원은 이렇게 주장했다.

“인도 내정에 대한 백악관의 공개적인 비난은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덧붙였다. 

“초점은 인도를 찬양하고 인도-미국 간 파트너십을 축하하는 데로 모아질 겁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dtpchoi@wikileaks-kr.org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127, 1001호 (공덕동, 풍림빌딩)
  • 대표전화 : 02-702-2677
  • 팩스 : 02-702-16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소정원
  • 법인명 : 위키리크스한국 주식회사
  • 제호 : 위키리크스한국
  •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1
  • 등록일 : 2013-07-18
  • 발행일 : 2013-07-18
  • 발행인 : 박정규
  • 편집인 : 박찬흥
  • 위키리크스한국은 자체 기사윤리 심의 전문위원제를 운영합니다.
  • 기사윤리 심의 : 박지훈 변호사
  • 위키리크스한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위키리크스한국. All rights reserved.
  • [위키리크스한국 보도원칙] 본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립니다.
    고충처리 : 02-702-2677 | 메일 : laputa813@wikileaks-kr.org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