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용병반란] 반역은 진압됐지만...먹구름 몰려오는 푸틴의 '철권 통치' 크렘린궁
[러 용병반란] 반역은 진압됐지만...먹구름 몰려오는 푸틴의 '철권 통치' 크렘린궁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6.25 06:32
  • 수정 2023.06.2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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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과 푸리고진 [사진 = 연합뉴스]
푸틴과 푸ㅣ프리고진 [사진 = 연합뉴스]

무장 반란을 일으킨 러시아 용병 조직 바그너 그룹이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노두에 이어 또 다른 남부 도시 보로네시를 장악하는 등 모스크바로 북진을 하다 24일(현지시간) 극적으로 멈췄지만 외신들은 향후 푸틴의 리더십이 흔들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CNN은 "푸틴이 그동안 유지해 온 독재 체제의 궁극적 장점인 완전한 통제력이 하룻밤 사이에 무너지는 것을 목격하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엘리트들은 대통령의 흔들리는 정권과 그 정권이 더러운 일을 하기 위해 만든 용병 '프랑켄슈타인' 사이에서 실존적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도 1999년 12월 31일 대통령 권한 대행으로 임명된 이후 푸틴 대통령이 이처럼 극적인 도전에 직면한 적은 없었다고 분석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프리고진이 푸틴에 굴욕감을 안겨주면서 더는 폭력에 대한 독점이 없음을 보여줬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프리고진을 과소평가했다고 말한다.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센터의 선임 연구원인 타티아나 스타노바야는 NYT에 "푸틴이 프리고진의 위협을 과소평가했다"며 "푸틴은 프리고진이 완전히 의존적이고 충성스럽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보 전문가이자 유럽정책분석센터의 선임 연구원 안드레이 솔다토프도 "푸틴의 계획은 프리고진이 계속 입을 열게 하는 것이었지만 계산을 잘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이번 바그너 그룹의 무장 반란이 진압됐다 하더라도 그 여파가 당분간 지속돼 정치적 불안정을 조장하고 푸틴 대통령의 지도력에 물음표를 제기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무리하게 우크라이나 전쟁을 시작해 인적·물적 피해와 내부 분열만 키웠다는 비판에 맞닥뜨릴 수도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991년 여름 국가보안위원회(KGB) 강경파의 쿠데타 시도가 몇 달 뒤 소련의 붕괴를 앞당겼다는 점을 거론하며 "역사가 반복된다고 말하기엔 너무 이르지만,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로 한 푸틴의 결정은 가장 큰 전략적 실수이자 조만간 그를 권좌에서 끌어내릴 수 있는 중대한 실수임이 입증됐다"고 분석했다.

(모스크바 AFP=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 광장 근처에서 푸틴 대통령 지지자들이 그의 포스터를 들고 있는 모습.
(모스크바 AFP=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 광장 근처에서 푸틴 대통령 지지자들이 그의 포스터를 들고 있는 모습.

다음은 CNN 칼럼이다. 지금 러시아의 상황은 일어나도 안 일어난 것이다. 세계 최강 핵보유국 중 하나인 러시아를 23년이나 철권통치하는 푸틴 대통령은 최대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

그가 그 동안 국가를 완벽히 통제해온 것처럼 꾸며온 실상, 즉 그가 내세운 철권 독재정치의 장점이 하룻밤 사이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매우 충격적이다.

반란은 불가피한 동시에 불가능했다.

크렘린처럼 폐쇄적이고 비판에 면역이 된 시스템만이 그러한 극악무도한 재앙을 일으키고도 책임을 추궁당하지 않고 있다는 측면에서 불가피했고, 푸틴을 비난했던 사람들은 행방이 묘연하거나 창문에서 떨어지거나 잔인하게 독살되었기 때문에 불가능했다.

우리는 푸틴의 뛰어난 전술에 너무 익숙해서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반란의 총성을 믿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푸틴이 그의 주요 군사 허브인 ‘로스토프나노두(Rostov-on-Don)’가 자신의 통제 범위를 벗어났다는 사실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하면서, 모든 것은 크렘린의 통제하에 있다는 주장을 여지없이 허물어뜨렸다.

바그너 조직이 오늘의 상황을 어느 정도 준비하고 있다가 긴급한 상황 변화 때문에 자발적으로 일어난 것처럼 보인다.

러시아 국방부는 부인하고 있지만, 숲에 주둔하던 바그너 캠프를 목표로 이루어진 러시아 공군의 명백한 공습이 프리고진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배후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한 지 몇 시간 후에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프리고진은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재앙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 진실을 부분적으로 폭로했다.

즉, 러시아는 나토(NATO)로부터 공격 위협을 받지 않았고, 러시아 국민이 박해를 받을 것이라는 위협도 없었다는 말이다. 그가 주장한 한 가지 가능성은 침공 계획의 배후에 푸틴 본인이 아니라 러시아 최고위층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로스토프나노두 거리의 군용트럭 : 용병 조직 바그너그룹이 장악한 러시아 남부 도시 로스토프나노두 거리에서 군용 트럭이 달리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로스토프나노두 거리의 군용트럭 : 용병 조직 바그너그룹이 장악한 러시아 남부 도시 로스토프나노두 거리에서 군용 트럭이 달리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바그너 군대는 매우 신속히 단결해 로스토프나노두로 진격했는데 이는 어느 날 오후에 저절로 이루어진 결행이라 볼 수 없다.

어쩌면 프리고진은 푸틴을 밀어붙여 자신이 몇 달 동안 공개적으로 질타한 러시아 군부 최고위층에 변화를 꾀하려는 속셈이었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FSB(러시아 정보기관) 특수 부대는 지금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을까? 우크라이나 전쟁터에서 모두 목숨을 잃었을까? 아니면 노련한 바그너 군대가 무서워 모습을 감춰버린 것일까?

모스크바의 약점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5월 크렘린에 대한 드론 공격은 푸틴 주변의 엘리트들로 하여금 도대체 수도의 방어력이 그렇게 허약한지에 대한 의문이 들게 했을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라 그로부터 며칠 후 엘리트 세력들의 거주지는 더 많은 우크라이나 드론의 표적이 되어야 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군부에 생긴 균열을 무척 기뻐할 것이다.

전쟁의 진로가 키이우에 유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로부터 러시아에서 일어난 반란은 그들의 희망대로 전행된 경우가 거의 없었다. 1917년 러시아에서 차르 니콜라이 2세 체제가 붕괴된 뒤에는 볼셰비키 혁명과 레닌, 그리고 소비에트 제국으로 이어졌다.

러시아에서 인간의 나약함과 탐욕을 드러내는 이 희귀한 드라마가 전개되고 있다고 해서 상황이 좋은 쪽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프리고진이 승리하지 못할 수도 있고, 크렘린의 통제력이 붕괴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권력 기반이 취약해진 푸틴은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비이성적인 선택을 할지도 모른다.

그는 우크라이나 최전선에서 앞으로 몇 달 사이 패배를 받아들일 수 없음을 입증하려는 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신의 군대가 가진 불만의 깊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그들의 행동을 적절히 통제하지 못할 수도 있다. 책임 있는 핵보유국으로서의 러시아의 위치는 권력 최상부의 안정성에 달려 있다.

잘 되기보다는 잘 못 될 가능성이 더 크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푸틴 정권이 이전 수준의 통제력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간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향후 더 많은 혼란과 변화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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