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 반란] '독재의 우정?'...용병반란 혼란 속 러시아 지지를 밝힌 중국
[바그너 반란] '독재의 우정?'...용병반란 혼란 속 러시아 지지를 밝힌 중국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6.27 05:43
  • 수정 2023.06.2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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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3월 20일(현지시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크렘린궁에서 비공식 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3월 20일(현지시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크렘린궁에서 비공식 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찻잔 속의 태풍처럼 끝났지만 푸틴의 지도력에 큰 상처를 낸 바그너 조직의 반란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전략적 파트너 러시아에 대한 여전한 지지를 표명했다고, 26일(현지 시각) CNN방송이 보도했다.

중국은 러시아에서 발생한 용병 조직의 반란이 푸틴 대통령의 23년 통치에 최대 위기를 가져오고 있는 상황에서도 새로운 세계 질서 구축 야심과 미국에 대항하는 전략적 제휴에 가장 가까운 파트너인 러시아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바그너 용병들이 모스크바 행 진격을 멈추면서 그들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짧고 혼란스러운 반란이 끝난 지 하루 만에 베이징은 푸틴이 “무장 반란”이라고 칭한 이번 사태에 대한 첫 논평을 발표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5일 밤 늦게 온라인에 올린 짤막한 성명에서 “이것은 러시아의 내정”에 관련된 일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우방이자 새 시대의 전면적 전략 파트너로서 러시아가 국가 안정을 유지하고 발전과 번영을 이룩하는 것을 지지한다.”

이 성명은 이렇게 주장했다.

세심한 공을 들여 작성된 것처럼 보이는 이 공개 논평은 지난 24일 바그너 조직과 크렘린과의 거래가 프리고진의 벨라루스 망명으로 막을 내린 뒤에야 나왔다.

이 뿐만 아니라 이 성명은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차관이 25일 중국 관리들을 만나기 위해 베이징으로 날아가 양측이 긴밀한 파트너십과 정치적 신뢰를 재확인한 이후에야 나온 것이다.

친강 중국 외교부장과 루덴코는 “중·러 관계와 공동 관심사인 국제 및 지역 문제”에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웹사이트에 두 사람이 나란히 서서 환하게 웃는 사진과 함께 올린 한 줄 성명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에 대해 러시아 외무부는 루덴코 차관이 중국의 마자오쉬 외교부 부부장과 “예정된 협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중국 측은 24일 사건과 관련해 국내 상황을 안정시키려는 러시아 연방 지도부의 노력에 지지를 표명하고 러시아의 통합과 번영이 자신들의 이익과 일치함을 재확인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성명서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중국 측 설명에 따르면, 마자오쉬 외교부 부부장은 루덴코 차관에게 시진핑과 푸틴의 지도 아래 중국과 러시아 간의 상호 정치적 신뢰와 협력이 지속적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복잡하고 엄혹한 국제 정세 하에서 두 정상이 도달한 중요한 공감대를 따르고, 시의적절하게 소통하며, 양국 관계의 안정과 장기적 안정을 보장하고, 쌍방의 공동이익을 수호해야 한다.”

마자오쉬 부부장은 이렇게 말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수십 년 이래 중국에서 가장 강고한 권력을 장악한 시진핑 주석은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도전하려는 공통된 야망을 푸틴과 공유하며 친밀한 관계를 발전시켜 왔다.

두 독재자는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직전인 2022년 2월에 '제한 없는' 우정을 선언한 바가 있다.

러시아 국기를 펼쳐든 바그너그룹 용병 [사진 = 연합뉴스]
러시아 국기를 펼쳐든 바그너그룹 용병 [사진 = 연합뉴스]

중립을 지킨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우크라이나 침략을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을 뿐 아니라 러시아가 절실히 필요한 외교적·경제적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특히 유럽에서 서방 국가들을 당황하게 하고 있다.

이런 정세를 배경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자 중국은 유럽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평화 중재자를 자처하고 있지만, 모스크바와의 관계도 계속 강화해오고 있다.

지난 3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를 방문한 시진핑은 푸틴과 함께 미국에 대한 불신을 공유하고, 다양한 현안들에 대한 의견 일치를 확인했다.

당시 시진핑 주석은 크렘린 정문에서 작별을 고하면서 푸틴 대통령에게 “지금 우리가 100년 동안 보지 못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우리는 이러한 변화를 함께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불과 3개월 뒤, 시진핑의 야심이 숨어있는 중·러 공동 행보는 러시아 지도자가 내세운 철권통지의 허울을 산산이 부서뜨리는 특이한 반란으로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호주국립대학교 ‘대만 연구 프로그램’의 정치학자인 웬티 성은 바그너 반란은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강력한 지도자라는 푸틴의 입지와 배치되며, 장기적 관점에서 중국의 글로벌 파트너로서 자리매김하기에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드는 과제임을 입증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푸틴의 통치가 불안정하다면 그를 지원하는 것은 나쁜 사업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런가 하면 중국에서 가장 매파적이고 민족주의적인 학자와 평론가들조차 푸틴의 지배력 실추를 거론하고 나섰다.

“러시아의 악몽이 어제 짧게 끝난 것 같지만, 이 사건은 확실히 러시아와 푸틴의 이미지에 상처를 줄 것입니다”

중국인민대학의 국제관계학과 진찬룽 교수는 웨이버 포스팅을 통해 이렇게 주장했다. 웨이보에서는 지난 주말 동안 바그너 반란이 핵심 이슈였다.

맹렬한 반미주의적 수사로 유명한 진찬룽 교수는 바그너 사태의 급속한 전환을 “초현실적”이라고 묘사했다.

“한 국가가 바그너 같은 대규모 비정규 군사 조직을 지원·유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이번 사태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그리고 민족주의 성향의 매체인 <환구시보>의 전 편집장인 후시진은 프리고진이 반란을 멈추기 전인 토요일 트위터 포스팅을 통해 “무장 반란으로 러시아 정치 상황이 변곡점을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이번 반란의 결과와 상관없이 러시아는 더 이상 반란 이전의 국가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그는 트위터에 이렇게 올렸다가 나중에 삭제하기도 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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