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투데이] 27번이나 떨어지고 56살에 대학입시 포기를 고려 중인 한 중국 만학도의 사연
[월드 투데이] 27번이나 떨어지고 56살에 대학입시 포기를 고려 중인 한 중국 만학도의 사연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7.02 06:48
  • 수정 2023.07.02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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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오카오 고사장의 중국 학생들 [사진 = 웨이보 캡처]
가오카오 고사장의 중국 학생들 [사진 = 웨이보 캡처]

중국도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어렵기로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나라 중 하나이며, 대학입시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면서 고액 사교육 열풍이 문제가 되고 있는 나라이다.

중국의 전국 대입시험 ‘가오카오(gaokao)’ 시즌이 되면 수험생과 가족 뿐 아니라 온 나라가 신경을 곤두세운다.

CNN방송은 1일(현지 시각) 대학입시를 27번이나 치르고도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지 못한 56세의 한 중국 남성이 드디어 대학 입학의 꿈을 포기할지도 모른다는 사연을 소개했다.

량쉬(56)는 대학에 들어가는 것만 빼면 여러 면에서 성공한 삶을 살았다. 그는 다양한 직업을 거친 끝에 사업에 성공을 거두었고, 결혼해서 아들도 낳았다.

그러나 량쉬에게는 수많은 노력을 기울이고도 성취하지 못한 꿈이 있었다. 바로 중국의 대학입시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명문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다.

량쉬는 지난 6월 초 전국적으로 약 1,300만 명의 수험생들과 함께 이틀간 ‘가오카오(gaokao)’를 치렀다.(중국의 대입 시험 ‘가오카오’는 매년 6월 7~8일 같은 날 이틀에 걸쳐 치러진다.)

40년 전 처음 가오카오를 치른 뒤부터 매번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 정도의 점수를 얻지 못했던 그는 이번에 27번째 가오카오를 치렀다.

중국의 경우 대학입시 선발 기준은 가오카오 점수가 유일하며, 1년에 한 번만 치르는 가오카오를 두 번 이상 시도하는 수험생은 별로 없다. 그러나 량쉬만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명문 대학을 향한 그의 못 이룬 소망은 전국적인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량쉬는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것 같다. 올해의 가오카오를 마친 후 그는 중국의 틱톡에 해당하는 더우인(Douyin)에 동영상을 올리고 “시험친 뒤 느낌이 별로 만족스럽지 않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올해도 좋은 대학에 가기는 틀린 것 같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의 예상대로 지난주 금요일 발표된 가오카오 결과는 좋지 못했다. 그는 750점 만점에서 428점을 얻었다. 이는 그가 얻은 작년 점수보다 낮아서 그가 수십 년 동안 목표로 한 ‘쓰촨대학’ 같은 명문 대학은 말할 것도 없고, 대부분의 대학에 들어가기에도 충분하지 않은 점수다.

“정말이지 너무 실망스럽습니다. 어떻게 이런 점수가 나올 수 있는지......”

그는 ‘스촨 TV’가 운영하는 SNS 플랫폼의 실시간 동영상을 통해 이렇게 낙담을 전했다.
“시험을 잘 못 본 느낌은 있었지만, 어쨌든 작년 점수보다 낮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가오카오’는 중국어, 수학, 영어의 필수과목에 과학(물리, 화학, 생물학)과 교양(정치, 역사, 지리) 중 한 과목을 포함해 총 4개 과목을 치른다. 량쉬는 실시간 동영상에서 “전과목 모두 결과가 안 좋은데 특히 중국어와 교양과목에서 대실망”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대학 입학시험인 '가오카오'가 치러지는 베이징의 한 시험장에서 교사가 제자를 껴안으며 응원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중국의 대학 입학시험인 '가오카오'가 치러지는 베이징의 한 시험장에서 교사가 제자를 껴안으며 응원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대학입시에 바친 인생

쓰촨성 출신인 량쉬은 1983년 어린 시절 첫 가오카오를 치르기 시작했지만,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점수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관영 매체인 <차이나 데일리>가 보도했다. 이후 2년 동안도 그는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그 후 이어지는 10년 사이 량쉬는 기술 학교에 진학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만두었다. 그는 여러 직업을 거친 뒤 목재 공장에서 일하면서 결혼도 했다.

그는 이렇게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대학 진한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공부를 계속했고, 수시로 가오카오에 응시했다.

<차이나 데일리>에 따르면 그는 1992년 입시에서는 난징에 있는 대학에 입학할 수 있을 만큼 좋은 점수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량쉬는 그 결과에 만족하지 않고 대입 도전을 계속 시도했다.

량쉬는 그 뒤 판매원으로 일하다가 자기 공장을 차려 성공을 거두었지만, 그러는 사이 가오카오를 치를 수 있는 나이 제한을 넘겨버렸다고, <차이나 데일리>가 보도했다. 그러다가 2001년 정부가 가오카오에 대한 연령 제한을 폐지하자 그는 다시 도전하기 시작했다.

그는 2010년부터 매년 가오카오에 다시 도전하고 있다.

<차이나 데일리>에 따르면 량쉬는 지난 1년 동안 오전 8시에 집을 나서 밤 늦게까지 친구의 카페에서 열심히 공부했다. 그는 이제는 쓰촨대학은 불가능할 거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이름 있는 대학이라면 아무 데나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난 금요일 이번 가오카오 결과를 받아든 량쉬는 매우 낙담한 것처럼 보였다. 그는 향후 가오카오에 얼마나 더 도전할지를 기약하지 못했다.

“내년에도 점수가 나쁘게 나오면 그때는 정말 그만둘 겁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모든 면에서 잘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 살았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거듭 거듭 입증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한탄했다.

“나의 취약점을 찾아 점수가 올라갈 수 있다면, 내년에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압력솥 같은 대입 경쟁

‘가오카오’는 수험생들을 주입식 공부로 밀어넣는, 치열한 경쟁으로 악명이 높다.

오늘날 중국 시골 출신들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에서 명문 대학 입학은 여러 세대에 걸쳐 성공의 지름길로 통하고 있다.

올해도 가오카오를 앞두고 많은 수험생들이 사찰을 찾아 향을 피우며 좋은 성적을 기원했다. 그리고 가오카오 당일 날 당국은 시험장 주변의 차량 경적 등 소음을 차단하도록 최선을 다한다. 이뿐만 아니라 식당 등의 업소들도 시험 기간 동안 일시적으로 영업을 중단하기도 한다.

SNS 등에는 가오카오날이면 시험 진행을 돕는 종사자, 교통 요원 등이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수험생들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격려하는 사진들이 올라온다. 그리고 시험장 밖에서 격려의 구호가 적힌 현수막과 꽃다발을 들고 기원하는 수험생 가족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앞으로 몇 년 동안 가오카오 경쟁률은 더 치열해질 수 있다. 대입 수험생 숫자가 늘어나면서 특히 명문 대학 들어가기는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올해 가오카오 지원자는 1,291만 명으로 작년보다 98만 명이나 급증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불확실한 경제 상황과 기회 축소에 직면한 일부 수험생들을 잠 못 이루게 하고 있다.

현 중국의 젊은층은 수십 년 동안 가장 교육을 많이 받은 세대에 속한다. 그래서 첨예한 경쟁을 돌파하기 위해 석사 및 박사학위까지 따려는 젊은 사람들도 늘고 있다. 오늘날 중국의 젊은층은 어려운 취업 문턱과 코로나 팬데믹 제한 및 여러 핵심 산업 부문에 대한 정부의 규제에 타격을 받고 있다.

중국의 청년 실업률은 최근 20.8%라는 기록적인 수치를 보이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이 수치가 몇 년 더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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