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공식적인 크리스마스 휴일을 1월 7일에서 12월 25일로 옮기는 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푸틴을 옹호하는 ‘러시아 정교회(Russian Orthodox Church)’와 한 발 더 멀어졌다고 30일(현지 시각) CNN방송이 보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달 초 우크라이나 의회에서 통과된 뒤 대통령의 재가를 남겨놓았던 해당 법안에 서명했다.
우크라이나도 크리스마스를 12월 25일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 법안의 통과가 “1월 7일에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러시아의 유산을 버리고” 우크라이나인들이 “스스로의 전통을 세우고 공휴일을 즐기며 주체적 삶을 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환영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모두 정교회(Orthodox Church)가 다수를 차지하는 국가이지만, 2014년 러시아가 불법적으로 크림반도를 합병하고,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분리주의자들을 지원하기 시작한 이후로 ‘우크라이나 정교회(Ukraine Orthodox Church)’ 공동체의 상당 부분이 모스크바에서 멀어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종교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특히 ‘러시아 정교회’ 수장인 키릴 총대주교(Patriarch Kirill)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적으로 옹호하면서 이 전쟁을 넓은 의미의 러시아 세력권과 서구 자유주의 가치 사이의 문화적 충돌로 규정하자 기독교의 두 분파, 즉 우크라이나 정교회와 러시아 정교회 사이의 분열이 더욱 가속화됐다.
한편, 새로운 법안은 우크라이나의 일부 교회가 이미 12월 25일을 크리스마스로 축하하기 시작한 움직임을 추인하는 성격이 강하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정교회의 한 지부는 지난해 12월 25일을 예수 탄생일로 기념하도록 한 바가 있다. 또, 우크라이나의 주류 ‘그리스 카톨릭(Greek Catholic : 동방 정교회와는 다르게 로마 가톨릭을 따르는 분파) 교회’도 지난 2월 크리스마스를 12월 25일로 옮겨 축하하겠다고 선언했다.
키이우 출신의 정교회 신자인 테티야나는 자신에게는 크리스마스의 날짜가 큰 의미가 없지만, 상징적 가치 때문에 날짜 변경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필요하다면 12월 25일에 축하할 것입니다. 크리스마스 날짜는 종교에 관련된 문제라기보다는 국가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이렇게 될 거라면 그렇게 되는 게 좋습니다. 나는 우리 대통령과 조국을 사랑합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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