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해킹시대 맞아 새롭게 부각되는 미군의 공중 지휘 통제기 ‘종말의 비행기(Doomsday Plane)’
[월드 프리즘] 해킹시대 맞아 새롭게 부각되는 미군의 공중 지휘 통제기 ‘종말의 비행기(Doomsday Plane)’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8.19 06:42
  • 수정 2023.08.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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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의 비행기(Doomsday Plane)’라고도 불리는 E4B 미국 공군기 [사진 = 연합뉴스]
‘종말의 비행기(Doomsday Plane)’라고도 불리는 E4B 미국 공군기 [사진 = 연합뉴스]

흔히 ‘종말의 비행기(doomsday plane)’라고 불리는 Boeing E-4B 공중 지휘본부(Advanced Airborne Command Post)는 냉전 시기 핵전쟁에 대비해 제작됐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핵무기가 개발되고, 실제로 전쟁에서 사용된 이후 찾아든 냉전 시기 세계는 핵전쟁이 임박했다는 공포에 짓눌렸다. 냉전이 닥치면서 미국과 소련 사이의 충돌로 세계는 핵전쟁의 종말을 맞을 수도 있다는 공포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군은 잠재적인 핵 분쟁에 대비해 여러 비상 계획을 수립했다. 이러한 방어 수단 중의 하나로 ‘종말의 비행기(doomsday plane)’가 탄생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종말의 비행기’는 핵 방사능을 이겨낼 수 있는 지휘본부 역할을 하는 일련의 항공기들을 일컫는다.

공식적으로는 ‘국가 공중 작전센터(NAOC : National Airborne Operations Center)’로 불리는 4대의 E-4B 항공기들은 Boeing 747-200을 개조한 ‘나이트워치(Nightwatch)’ 항공기로도 알려져 있다. 이 4대의 E-4B 항공기들은 핵 위기 시 군 최고 지휘관들의 원활한 지휘를 돕기 위해 최첨단의 통신 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다음에서 ‘종말의 비행기(doomsday plane)’와 관련된 내용들을 살펴보았다.

미국이 ‘종말의 비행기(doomsday plane)’를 마련한 이유는?

미군의 E-4B 항공기가 필요한 이유는 주로 잠재적인 핵 위기에서의 비상 지휘 통제소 용도로 홍보되었지만, 이 항공기들의 용도는 그 목표에만 한정되지는 않는다. 분명히 쿠바 미사일 위기는 일종의 공중 위기 통제소의 필요성을 부각시켰지만, ‘종말의 비행기’는 그 이후 60년 동안 국가 방어 목적을 위해 진화해왔다.

‘공군일보(Air Force Times)’의 보도에 따르면, ‘종말의 비행기’의 초기 임무는 냉전 시기에 군사 자산을 지휘하는 것이었다. 이 항공기들은 초기에는 비상시 지휘관들이 연락을 취하는 데 필요한 통신 장비만 갖추고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군은 이동식 지휘본부의 잠재적인 이점을 빠르게 깨달았다.

이제 ‘종말의 비행기’는 맥가이버 칼과도 같은 존재가 되었다. 이 비행기는 위기 시 수많은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올인원(all-in-one) 이동식 지휘소이지만, 아직까지 그 기능이 최대로 활용된 적은 없다.

보안 회의실, 미디어 브리핑룸, 간이 침대가 구비된 이 거대한 제트기에는 5,000평방피트의 이동식 사무실도 들어있다. 이 비행기는 또 한 번 비행에 며칠 동안 공중에 떠 있을 수 있으며, 그 사이에도 국가 안보 담당자들은 통신을 유지할 수 있다.

E-4B는 나아가 핵폭발에 의한 전자기 충격파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방지망으로 덮인 창문을 갖추고 있으며, 조종실에는 이러한 폭발로부터 조종사의 시력을 보호하기 위한 특수 장치가 설치되어있다.

여기에 이 제트기는 항상 준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30일을 주기로 대규모 유지 보수를 실시한다.

“이 제트기는 중단되는 일이 없습니다. 연중무휴 24시간 출동 채비를 갖추고 있으며, 42개의 서로 다른 통신 시스템이 상시 연결될 수 있도록 유지, 관리하고 있습니다.”

마이크 셜리 중령은 ‘공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이 항공기들은 또한 정보를 수신하고, 그 정보를 전투 요원들에게 전달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습니다.”

‘종말의 비행기’들은 각각 65명의 승무원을 수용할 수 있으며, 어떤 전화기와도 통화가 가능하며, 라디오나 TV 시청도 가능하고, 문자 메시지를 읽고, 동영상을 송출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종말의 비행기’에 탑승한 VIP는 어느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다는 말이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런 정도의 철두철미한 비상 계획이 낭비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군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나이트워치 프로그램’은 핵 아마겟돈 등의 모든 위기 대응에 장점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관련해서 ‘국제 전략 문제 연구소(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의 군사 항공 전문가인 토드 해리슨은 “이 항공기는 물리적 보안 기능과 복원력 및 국가 컨트롤 타워 기능을 제공함으로써 그 필요성이 충분히 입증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종말의 비행기(Doomsday Plane)’의 내부 상상도 [사진 = ATI]
‘종말의 비행기(Doomsday Plane)’의 내부 상상도 [사진 = ATI]

‘종말의 비행기’의 진화

인터레스팅엔지니어링닷컴(interestingengineering)에 따르면, ‘종말의 비행기’ 프로그램은 1973년에 ‘E-4A’라는 명칭으로 처음 고안되었으며, 최초의 공식 E-4B 모델은 1979년 12월 보잉에서 인도되었다. 그 뒤 기존 3개의 E-4A 모델이 6년에 걸쳐 E-4B 모델로 개조되었다.

E-4B 제트기 초기 모델의 제작 비용은 약 2억 5천만 달러로 추정되지만, 미 공군은 2005년 ‘종말의 비행기’의 지속적인 현대화를 위해 보잉과 5년, 20억 달러 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미 공군은 ‘종말의 비행기’를 운용하는 데 시간당 약 16만 달러를 지불하고 있다.

그러나 지속적인 현대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E-4B가 1970년대에 시작되었고, 예상 수명을 20년 이상 지났다는 사실이 바꾸지는 않는다. 미군이 일종의 항공 지휘소를 유지하는 것은 가치 있는 전략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NAOC(국가 공중 작전 센터)가 현재 형태로 계속 유지되어야 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몇 가지 전개되고 있는 상황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도널드 럼스펠드 전 미국 국방장관은 4대의 ‘종말의 비행기’ 모두 2009년에 퇴역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 중 한 대는 2007년에 일시 퇴역했다가 나중에 다시 운용되고 있다. 로버트 게이츠 당시 국방장관이 말했듯이 이 비행기들은 '특별한 기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비행기들이 아날로그 장비를 사용하기 때문에 해킹에 덜 취약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한편, 2021년 미 공군은 ‘생존 가능 항공 작전센터(SAOC : Survivable Airborne Operations Center)’라는 이름으로 현재 운용 중인 ‘종말의 비행기’를 대체할 수 있는 플랫폼 개발에 나섰다. 미 공군은 이 프로그램이 여전히 “'개발 초기 단계'에 있지만 올 국방 예산에서 이에 대한 연구, 개발, 테스트 및 평가 비용으로 2억300만 달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2억300만 달러는 2022년 요청액 9,500만 달러의 두 배 이상이고, 2021년 요청액 5,000만 달러의 4배가 넘는 금액이다. 미 공군의 ‘5개년 중기 계획(Future Years Defense Program)’의 예측에 따르면 이 자금은 계속 증가해 2024년에는 6억1천만 달러, 2025년에는 8억5천6백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의회 내의 여러 위원회는 시간 일정과 NAOC가 수명을 제대로 끝마치기 전에 SAOC가 발족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아무튼 현재 미국이 ‘종말의 비행기’를 운용하고 있는 것은 앞으로도 '뜨거운 감자'가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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