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의 역사 되짚어보기
[월드 프리즘]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의 역사 되짚어보기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10.09 06:08
  • 수정 2023.10.10 05: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 국회의사당 [사진 = 연합뉴스]
미국 국회의사당 [사진 = 연합뉴스]

하원의장이 투표로 해임되는 미국 역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연방정부가 예산을 지출할 수 없는 셧다운(예산 공백)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민주·공화 양당의 정치적 갈등이 너무 심각해 예산안 통과가 사실상 어렵다며 셧다운에 따른 증시 하락 및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을 걱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히스토리채널’의 웹사이트는 6일(현지 시각) 미국 역사에서 연방정부가 셧다운에 돌입했던 과거 역사를 되짚어보았다.

미국에서는 연방 예산 집행에 공백이 생겨 연방정부가 연방 공무원들을 임시 휴직시킬 수밖에 없을 때 ‘셧다운(shutdown)’이 발생한다. 이 경우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같은 특수직(이들에게는 계속해서 급여가 지급된다)을 빼고는 연방정부의 상당 부분이 기능을 중단하게 된다.

셧다운과 연방 예산 집행 공백은 모두 근세에 벌어진 현상이다. 예산 공백은 미국 의회가 1974년 ‘의회 예산법(Congressional Budget Act)’을 마련해 예산 통과 기한을 설정한 후부터 발생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연방 예산 공백은 그로부터 2년 후인 1976년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노동, 보건, 교육, 복지 분야에 예산을 지원하는 법안을 거부했을 때 발생했다. 그 후 지미 카터 대통령하에서 예산 공백이 5번 더 발생했다. 그러나 포드 대통령이나 카터 대통령 때에는 예산 공백이 연방정부 셧다운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카터 대통령의 법무장관인 벤자민 시빌레티로 인해 큰 흐름이 바뀌었다. 그는 1980년과 1981년에 연방 예산에 공백이 생기면 연방정부는 핵심 기능을 제외하고 업무를 중단해야 한다는 법안을 마련했다. 그 이후로 미국 정부는 예산 부족에 닥쳐 10번이나 문을 닫아야 했다.

다음에서 각 셧다운들이 어떻게 벌어졌는지 정리해보았다.

1. 1981년 11월 20~23일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국내 부문 예산 지출을 더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당해 예산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사상 첫 번째 연방정부 셧다운이 촉발되었다. 그 결과 미국 정부는 241,000명의 연방 직원을 임시휴직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때의 셧다운은 초장기 셧다운들이 으레 그렇듯이 불과 며칠 만에 끝이 났다.

2. 1982년 9월 30일~10월 2일

이듬해에 의회는 이미 예산안 통과에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한을 놓치면서 또 한 번의 셧다운을 초래했다. 관련해서 <뉴욕타임스>는 양당 모두 중요 행사가 있어서 의회가 예산 통과 마감일을 놓쳤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공화당은 백악관 바비큐 파티에 참석해야 했고, 민주당은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 빠질 수가 없었던 것이다.

당시 의회는 셧다운을 초래할 정도로 예산 부족 현상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느긋했지만, 연방정부의 일부 기관은 직원을 집으로 보내야 할 정도로 혼란을 겪었다. 이후 1982년, 1983년, 1984년 연달아 초래된 세 번의 예산 부족은 셧다운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1984년 또 한 번의 예산 공백은 셧다운으로 이어졌다.

3. 1984년 10월 3~5일

1984년 미국 정부는 9월 30일부터 10월 3일까지, 그리고 10월 3일부터 5일까지 두 번 연속해서 예산을 집행할 수 없었다. 레이건 대통령과 의회는 첫 번째 공백 기간 동안에는 임시 연장 기간에 합의해 셧다운을 피했지만, 두 번째에는 합의를 못해 연방정부는 약 50만 명의 직원을 반나절 동안 일시적인 해고 상태로 머물게 할 수밖에 없었다.

민주당은 셧다운을 종료시키기 위해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레이건의 요구 중 많은 부분을 양보해야만 했다. 이 법안에는 니카라과의 사회주의 ‘산디니스타’ 정부에 대항해 CIA가 조직한 콘트라(Contras) 반군을 지원하는 임시 자금이 포함되어 있었다.

지난 3일 미국 하원의장에서 해임된 케빈 매카시 [사진 = 연합뉴스]
지난 3일 미국 하원의장에서 해임된 케빈 매카시 [사진 = 연합뉴스]

4. 1986년 10월 16~18일

1986년의 셧다운은 1984년과 매우 유사한 형태로 진행되었다. 정부는 약 50만 명의 연방 직원을 반나절 동안 쉬도록 했고, 민주당은 셧다운을 끝내기 위해 레이건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레이건 대통령 임기 중 마지막 예산 공백은 1987년 12월에 발생했지만, 의회는 콘트라 반군에 다시 자금을 제공하는 법안을 신속하게 통과시켜 셧다운을 피했다. 이는 의회가 이란-콘트라 사건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한 지 불과 몇 달 뒤 벌어진 일이었다.

5. 1990년 10월 5~9일

조지 HW 부시 대통령은 1988년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후보 지명을 수락하며 “내 말을 잘 기억하세요. 세금을 더 걷는 일은 없을 겁니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러나 대통령이 약속을 번복하고 임기 동안 세금을 인상하겠다고 하자 당시 하원의 소수당이던 공화당의 뉴트 깅그리치 대표는 화가 잔뜩 났다. 결국 1990년에 깅그리치 대표가 예산안 처리에 반대하는 공화당의 반란을 주도하면서 미국 국립공원과 박물관 등이 폐쇄되는 셧다운이 촉발되었다.

6. 1995년 11월 13~19일

이때까지 정부의 셧다운은 근무일수를 기준으로 1~3일은 넘기지는 않았다. 그러나 1995년부터는 셧다운 기간이 길어지는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해 11월, 당시 하원의장이던 뉴트 깅그리치가 빌 클린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알면서도 ‘메디케어 보험료(Medicare premiums)’ 인상과 환경 규제 완화가 포함된 예산안을 송부한 뒤 연방정부는 80만 명에 달하는 연방 공무원들의 일자리를 일시적으로 비워둘 수밖에 없었다.

당시 기자들이 셧다운에 관해 깅그리치 의장에게 질문을 하자, 그는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에어포스 원을 클린턴 대통령과 함께 탔지만, 대통령과 셧다운과 관련해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고 언급했다.

7. 1995년 12월 15일~1996년 1월 6일

11월에 셧다운이 발생한 지 한 달 뒤, 깅그리치와 클린턴 사이의 또 다른 대립으로 인해 셧다운이 훨씬 길어졌다. 1995년 말부터 1996년 초까지의 혼란 기간 동안 정부는 28만 명의 근로자를 임시 해고했다. 예산 부족으로 인해 정부가 일주일 이상 셧다운 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으며, 이때의 셧다운으로 인해 정부 업무가 상당 부분 마비되었다. 국무부가 1996년 1월 정상적으로 업무를 재개했을 때 밀린 여권 신청이 20만 건에 달할 정도였다.

이때의 길고 불쾌한 셧다운 이후 미국은 거의 18년 동안 또 다른 예산 공백이나 셧다운을 경험하지 않았다.

8. 2013년 9월 30일~10월 17일

셧다운을 겪지 않던 연방정부 예산 집행의 순항은 2013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10년에 서명한, 이른바 ‘오바마 케어’로도 알려진 ‘의료보험 개혁법(ACA : Affordable Care Act)’을 둘러싸고 의회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격돌하면서 종지부를 찍었다.

대통령과 그를 지지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오바마 케어’를 철회하라는 공화당의 요구에 맞서면서 예산안 통과 기한이 지나자 정부는 80만 명의 공무원을 일시적으로 쉬게 했다. 이때의 셧다운은 몇 주 후 오바마가, 공화당의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하지는 않으면서, ACA를 약간 수정하면서 끝이 났다.

9. 2018년 1월 19~22일

2018년 민주당 의원들이 공화당 의원들에게 미국 ‘불법체류 청소년 추방 유예(DACA/Deferred Action for Childhood Arrivals)’ 조치를 받아들이라고 강요하자 정부가 잠시 셧다운 되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2년에 DACA 프로그램을 만들어 어린 시절 미국에 온 불법 체류자(서류 미비자)들이 미국 시민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그러나 2017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 프로그램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셧다운을 끝내기 위해 공화당은 그해 후반에 DACA를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던 것이다.

10. 2018년 12월 21일~2019년 1월 25일

2018년 말, 또 한 번의 예산 공백으로 인해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셧다운이 발생했다. 이번의 예산 공백 논란은 멕시코와 미국 국경을 따라 장벽을 건설하겠다는 트럼프의 제안과 관련이 있었다. 이 셧다운으로 인해 정부는 80만 명의 연방 근로자를 일시적으로 해고했다. 민주당이 장벽 건설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거부하자 결국 공화당은 자세를 누그러뜨렸다. 이때의 셧다운은 국경 장벽을 위한 자금을 책정하지 않은 채 한 달 만에 끝났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dtpchoi@wikileaks-kr.org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127, 1001호 (공덕동, 풍림빌딩)
  • 대표전화 : 02-702-2677
  • 팩스 : 02-702-16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소정원
  • 법인명 : 위키리크스한국 주식회사
  • 제호 : 위키리크스한국
  •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1
  • 등록일 : 2013-07-18
  • 발행일 : 2013-07-18
  • 발행인 : 박정규
  • 편집인 : 박찬흥
  • 위키리크스한국은 자체 기사윤리 심의 전문위원제를 운영합니다.
  • 기사윤리 심의 : 박지훈 변호사
  • 위키리크스한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위키리크스한국. All rights reserved.
  • [위키리크스한국 보도원칙] 본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립니다.
    고충처리 : 02-702-2677 | 메일 : laputa813@wikileaks-kr.org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