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태국이 하마스 인질들의 석방을 특별히 반기는 이유
[월드 프리즘] 태국이 하마스 인질들의 석방을 특별히 반기는 이유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11.26 06:44
  • 수정 2023.11.26 0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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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티야 투엥싸엥은 가자지구에서 풀려난 태국 인질 10명 중 남자친구이자 결혼을 약속한 위차이 칼라팟의 모습을 TV에서 발견하고 뛸 듯이 기뻤다. [사진 = BBC 캡처]
키티야 투엥싸엥은 가자지구에서 풀려난 태국 인질 10명 중 남자친구이자 결혼을 약속한 위차이 칼라팟의 모습을 TV에서 발견하고 뛸 듯이 기뻤다. [사진 = BBC 캡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24일 오전 7시(현지 시각, 한국 시간으로는 24일 오후 2시)를 기해 나흘간의 일시 휴전에 들어가면서 첫 번째 인질과 이스라엘이 억류 중인 팔레스타인 수감자의 맞교환이 이뤄졌다. 지난달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전쟁이 발발한 지 48일 만이다.

AP·AF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하마스는 인질로 잡고 있던 이스라엘인 13명과 태국인 10명, 필리핀인 1명을 석방했다.

25일(현지 시각) BBC는 이번 인질 석방 협상과 별도로 풀려난 태국 인질들을 반기는 태국 내 분위기를 전했다.

이스라엘에는 약 3만 명의 태국 노동자들이 주로 농장에서 일을 하고 있으며, 이번 하마스 공격에서도 적지 않은 수의 태국인들이 인질로 끌려갔기 때문에 태국인들은 남다른 눈길로 인질 석방 협상을 바라보고 있다.

키티야 투엥싸엥은 금요일 가자지구에서 풀려난 태국 인질 10명의 모습을 TV로 지켜보다가 그 안에서 위차이 칼라팟을 발견하고 뛸 듯이 기뻤다고 BBC에 말했다.

남자친구이자 결혼을 약속한 위차이가 하마스의 기습 공격 때 사망한 것으로 여겼던 키티야는 그가 실은 인질로 구금 중이라는 사실을 불과 5일 전에 들었다.

10월 7일 공격 이틀 후, 키티야는 3년 동안 사귄 남자친구가 하마스 공격 시 사망한 최소 30명의 태국인에 끼어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이스라엘로 돈 벌러 갔던 남자친구가 귀국하는 내년에 결혼할 예정이던 키티야는 남자친구의 사망 소식을 듣고 애도의 메시지를 소셜 미디어에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발표된 공식 사망자 명단에는 위차이의 이름이 들어있지 않았다.

실낱같은 희망과 혹시 하는 기대 속에 위차이에 대한 정보를 수소문하던 키티야는 지난주 마침내 그가 가자지구에 인질로 잡혀 있는 태국인 26명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키티야는 위차이가 석방돼 국경에서 이스라엘 병원으로 이송되는 차에 타고 있는 것을 본 뒤 BBC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석방 명단에 들어있지 않으면 어쩌나 너무 마음을 졸였는데, 그의 모습을 확인하니 기쁘기 그지없습니다.”라고 기뻐했다.

“나는 그가 먼저 병원에서 심리 상태를 점검받은 뒤 태국으로 귀국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기다렸으니까요.”

이스라엘에는 약 3만 명의 태국 노동자들이 주로 농업 분야에서 돈벌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인질 사태를 대하는 태국인들의 감회는 담다르다.

뉴욕의 유엔본부 밖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끌려간 인질들의 사진이 나란히 붙어 있다. 인질들은 대부분 여성과 어린이들이다. [사진 = 연합뉴스]
뉴욕의 유엔본부 밖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끌려간 인질들의 사진이 나란히 붙어 있다. 인질들은 대부분 여성과 어린이들이다. [사진 = 연합뉴스]

금요일 하마스가 풀어준 태국 인질들 중에는 분톰 판콩(39)과 그의 여자친구 나타와리 물라칸도 포함되어 있다.

분톰의 가족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분톰은 납치 당시 이스라엘에서 5년 동안 일하던 중이었으며, 정기적으로 태국으로 돈을 보내왔다고 말했다.

분톰의 여동생 우라이 챈타차트는 BBC에 분톰과 함께 이스라엘에서 노동을 하고 있는 그의 조카가 그의 석방 소식을 전해주었다고 말했다.

“우리 가족은 한 달 넘게 고통을 겪었지만, 오빠가 죽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그가 살아 있다고 굳게 믿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그녀는 외교부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오빠가 약간 살이 빠진 것 같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상태가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우라이는 오빠와 그의 여자친구가 귀국할지 아니면 이스라엘에 그대로 잔류할지 아직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이스라엘 샤미르 의료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태국의 다른 가족들은 금요일에 석방된 인질들 중에 자기 가족도 들어있는지 초조하게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태국 노동자 나타폰 온카웨이(26세)의 어머니 쏭쿤 온카웨이는 지난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이 있던 날 아침 아들과 마지막으로 통화를 했다고 한다. 당시 아들은 친구들과 축구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내 아들이 1차 석방 명단에 들어있으면 좋겠다”면서 “초조하게 한 달을 보냈다”고 말했다.

“내 아들과 다른 태국 인질들의 안전을 기원합니다. 태국 인질 석방 협상에 힘써주신 모든 당국자들에 감사드립니다.”

아누차 앙카에우(28)의 아내 와니다 마르사는 “소식을 확인하기 위해 지역 관리에게 전화해야 합니다. 지금 연락이 쇄도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내 남편도 석방자들 속에 끼어 있으면 너무 행복할 겁니다.”

한편, 세타 타위신 태국 총리는 당초 석방된 태국 인질이 12명이라고 밝혔으나,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를 중재하는 카타르 정부 관계자는 나중에 그 수가 10명이라고 정정했다.

이번 태국 인질 석방은 4일간의 임시 휴전을 조건으로 가자지구의 이스라엘 인질 50명을 석방하는 합의와는 별개로 이루어졌다.

인질 석방 협상을 통해서는 이스라엘인 13명(모두 여성과 어린이)과 필리핀 국적자 1명이 우선 풀려났으며, 이스라엘은 합의대로 팔레스타인 억류자 39명을 석방했다.

태국 외무부는 석방된 시민들이 이스라엘 병원으로 이송된 후 외부인과 차단된 상태에서 48시간 동안 치료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태국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석방된 태국 국민과 그 가족들에게 진심 어린 축하를 전하며 이들이 조속히 귀국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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