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투데이] “악의 세력과 단절하겠다”고 선언한 폴란드 신임 총리
[월드 투데이] “악의 세력과 단절하겠다”고 선언한 폴란드 신임 총리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12.13 05:20
  • 수정 2023.12.13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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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폴란드 '총선 승리' 후 야권연합을 이끌고 신임 총리에 지명된 도날트 투스크 [사진 = 연합뉴스]
지난 10월 폴란드 '총선 승리' 후 야권연합을 이끌고 신임 총리에 지명된 도날트 투스크 [사진 = 연합뉴스]

친(親) 유럽연합(EU) 성향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시민연합(KO) 대표가 지난 11일(현지 시각) 폴란드 차기 총리로 확정됐다. 신임 총리는 유럽이사회(European Council) 의장을 역임한 경력도 지니고 있다.

AP통신, BBC 등에 따르면 폴란드 하원은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현 총리에 대한 신임안을 부결한 뒤 투스크 대표에 대한 총리 지명안을 찬성 248표, 반대 201표로 가결했다.

모라비에츠키 현 총리는 찬성 190표, 반대 266표를 받았다.

이로써 폴란드는 우파 성향 ‘법과 정의당(PiS)’에서 중도좌파 야권 3당 연합(KO, 제3의길, 신좌파)으로 8년 만에 정권이 교체되게 되었다.

이와 관련 영국 일간 <가디언>은 투스크 신임 총리가 “악의 세력과 단절하겠다”고 취임 일성을 터뜨렸다는 소식과 함께 폴란드 새 총리의 앞길에 대해 자세히 보도했다. 다음은 이 기사의 전문이다.

도날트 투스크는 폴란드 의회가 자신을 새 총리로 지명한 뒤 지난 8년간 폴란드를 분열시킨 보수 통치의 “어둠을 몰아내고 악의 세력과 단절하겠다” 약속했다.

전 유럽의회 의장을 지내기도 한 투스크 신임 총리는 총리 지명 투표가 끝난 후 “폴란드 국민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감사합니다, 국민 여러분. 오늘은 저 개인이 아니라 이 나라의 미래를 낙관해온 국민의 승리입니다.”

지난 10월 선거에서 안정적 다수를 획득한 투스크의 야권 3자 연맹은 “모든 것을 함께 해결할 것”이라고 그는 약속했다. 

“내일부터 국민 누구나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잘못을 바로 잡겠습니다.”

지난 10월 총선에서 우파 민족주의 성향의 집권 ‘법과 정의당(PiS)’은 최다 득표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권력을 유지하는 데에는 미치지 못해, 총선이 끝난 지 거의 두 달이나 지나서야 폴란드 의회는 찬성 248표, 반대 201표로 투스크를 총리로 지명했다.

2015년부터 집권한 PiS는 법치주의를 훼손하고, 국영 언론을 선전 매체로 장악하고, 소수자의 권리를 무시하고, EU와 불화를 겪으며 브뤼셀이 수백억 유로의 자금을 동결하게 만들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반면에 EU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묶인 자금을 풀겠다고 약속한 투스크는 화요일 의회에서 연설을 통해 신임 내각을 발표하고 정부의 청사진을 제시할 예정이다.

브뤼셀과의 관계 재건 외에도 투스크 신임 총리의 공약에는 PiS 정권이 전면 금지한 낙태를 12주 태아까지 허용하고, 피임의 권리를 인정하고, 동성 결혼 허용 등이 포함되어 있다.

신임 내각은 빠르면 수요일 업무를 개시할 것이고, 신임 총리는 이번주 목·금요일에 열리는 EU 정상회담에 참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3당 연합 중 투스크가 속한 KO당 소속의 모니카 로사 의원은 “우리는 PiS의 흔적을 지울 것입니다… 역사가 새롭게 쓰여지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일부 관측통들은 공산주의 몰락 이후 폴란드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 전개되고 있다고 평하기도 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은 투스크 총리에게 “유럽의 가치에 대한 귀하의 경험과 헌신은 폴란드의 이익에 부합하는 더 강한 유럽을 만드는 데 소중한 자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폴란드 신임 총리 선출 과정을 영화관에 모여 지켜보던 지지자들이 도날트 투스크 신임 총리의 지명이 확정되지 환호하고 있다. [사진 = 가디언]
폴란드 신임 총리 선출 과정을 영화관에 모여 지켜보던 지지자들이 도날트 투스크 신임 총리의 지명이 확정되지 환호하고 있다. [사진 = 가디언]

“꾸준히 전진합시다!”

투스크 총리는 X(트위터)에 이렇게 포스팅을 올리며 그가 속한 시민 연합(KO), 중도 우파인 제3의 길 및 신좌파 연합에 대한 지지자들의 기대감을 반영했다.

하원 의장인 ‘제3의길’의 지몬 홀로위니아는 신임투표가 끝난 후 “오늘 저는 10월 15일 투표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의 역사 창조는 여러분 덕분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총리 지명 투표 과정은 전국민의 지대한 관심 속에 진행돼 의회의 투표 과정을 중계한 바르샤바 영화관은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였다.

영화관에 모인 사람들은 모라비에츠키가 패배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했다. 또한 하원이 개설한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가 급증하고 일부 온라인 토론은 100만 명 이상의 시청자를 모으기도 했다.

한편, PiS의 유산에 마지막까지 집착한 모라비에츠키 전 총리는 하원 연설에서 자신의 통치 하에서 폴란드는 주권 국가로서의 긍지와 높은 생활 수준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국민 통합의 첫 관문인 새로운 사회 경제적 모델을 도입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그는 또한 “국가가 무능에 빠지는 데에 반대한다”면서 “선조들의 땅 유럽(Europe of fatherlands)”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반면에 투스크는 사법부와 언론 독립성을 훼손한 PiS 정책들을 뒤집고 폴란드와 EU와의 “소모적 갈등”을 종식시키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분석가들은 투스크의 앞날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와 관련 정치 평론가 자로슬로는, 쿠이츠가 호전적인 PiS 세력과 매일 전투를 벌이면서 “어떤 기적도 성취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나봤다.

쿠이츠는, PiS가 “사법적 지뢰밭”을 깔아놓고 떠날 것이기 때문에 새 총리의 앞날은 “가시밭길”과 같을 것"이며, 빠른 변화가 있을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했다. PiS는 폴란드의 중앙은행, 대법원, 기타 주요 국가 기관들을 여전히 장악하고 있다.

또한 모라비에츠키 전 총리와 PiS는 통치 기간 동안 정권의 나팔수 노릇을 한 국영 언론 기관을 장악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안제이 두다는 의회의 법안에 대한 거부권까지 가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쿠이츠 평론가는 PiS 세력이 전직 장관 등을 중요한 국가 기관의 수장으로 임명하고 자신들에 충성하는 150명의 새로운 판사를 지명하는 등 총선 이후 두 달을 “제도적으로나 재정적으로”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는 데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독일 소재 싱크탱크인 ‘민주주의 보고 인터내셔널(Democracy Reporting International)’의 연구 코디네이터인 야쿱 자라체프스키도 폴란드 신임 총리는 두다 대통령과의 협력이 아마도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

두다 대통령은 지난 8년 동안 자신이 서명한 법률에 대한 어떠한 변경도 거부할 것입니다.”

그는 이렇게 예견했다.

새 정부의 앞길이 얼마나 힘들지를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비평가들과 EU 집행위원회에 의해 PiS에 충성하는 기관으로 치부되는 폴란드 헌법재판소는 월요일 폴란드가 EU 기금에 접근하기 위해 필요한 사법 개혁법은 위헌이라고 판결해 버렸다.

브뤼셀은 과거 폴란드의 법치주의 훼손 논란이 격렬해지자 수십억 유로에 달하는 코로나19 복구 기금의 지급을 보류했으며, 폴란드가 사법 독립 및 녹색 에너지와 같은 문제에 대해 개혁에 착수하라고 요구한 바가 있다.

폴란드 헌법재판소는 나아가 EU 최고 법원의 최종 판결 전에 마련된 임시 조치도 폴란드 헌법과 양립할 수 없다고 판결했으며, 이로 인해 조만간 EU 자금을 확보하려는 투스크 신임 총리의 희망이 좌절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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