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끝내기 위한 물밑 접촉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나
[이-팔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끝내기 위한 물밑 접촉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나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4.01.28 07:20
  • 수정 2024.01.28 0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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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이스라엘 병사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도시 칸 유니스의 한 건물에서 총을 겨누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지난 25일 이스라엘 병사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도시 칸 유니스의 한 건물에서 총을 겨누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가자지구 전쟁이 5개월째로 접어들고 있다. 지금까지 민간인과 전투원을 포함해 25,0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마스 붕괴라는 이스라엘의 목표는 거의 달성하지 못한 상황에서, 전쟁 종식의 기미는커녕 양측 모두가 만족할 만한 구체적인 제안을 내놓은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설익은 내용이라 할지라도 양측 모두 대화 의지를 지니고 있다는 징후들이 포착되고 있다고, 27일(현지 시각) CNN방송이 보도했다.

실제로 핵심 중재자 노릇을 하고 있는 카타르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 “진지한 논의”가 진행 중이며, 양측으로부터 “지속적인 답변”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백악관은 아직 정식 “협상”이 이뤄진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접적인 대화가 진행되면서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INSS)’의 선임 연구원 오퍼 쉘라흐가 “조파(Zopa)”라고 표현한 지점으로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조파(Zopa)’란 ‘a zone of possible agreement’의 약자로 ‘합의 가능한 영역’을 가리킨다.

미국의 온라인 매체 ‘Axios’는 이스라엘이 아직 가자지구에 억류되어있는 100명 이상의 인질들을 모두 석방하는 대가로 2개월 간의 휴전을 제안했다고 23일 보도했다. 또, 이날 늦게 CNN은, 모사드의 데이비드 바니아 국장이 휴전을 위한 더 광범위한 제안의 일환으로 하마스 지도자들의 망명을 허용할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하마스가 일시 휴전을 대가로 인질 일부를 석방할 의사가 있다는 뜻을 전했다. 여기에 로이터 통신은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원칙적으로, 가지지구 인질과 이스라엘 감옥에 갇힌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의 교환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한 달 간의 휴전에 합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여기서 걸림돌은 하마스가 전쟁 종식을 위한 2단계 합의를 포함하는 “패키지 거래”를 원한다는 점인 것 같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이를 수락하더라도 그들은 그 약속에 얽매이지 않을 것이다.

쉘라흐 연구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하마스 지도자 야흐야 신와르조차도 인질 거래를 통해 실제로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이 종식될 것으로 여기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들은 협상을 원하지 않거나, 아니면 단지 국내용 쇼를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그렇다면 하마스 지도부의 망명 허락이라는 아이디어는 어떨까?

적어도 지금으로서는 그것은 실현 가능한 구상은 아닌 듯하다.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타니 카타르 총리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에게 이 방안은 “절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마스 지도자들은 차라리 가자지구에서 싸우다 죽는 길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해외로 도피하더라도 모사드의 추적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너무 잘 알고 있다.

베이루트에 있다가 튀니지로 망명한 PLO 창립자 야세르 아라파트와는 달리 가자지구는 하마스 고위 지도부의 본거지이다. 더욱이 이스라엘조차도 이 구상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신와르의 망명은 이스라엘의 입장이 아니며, 이스라엘이 제안한 것도 아닙니다.”

이스라엘 정부 고위 관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인질 석방 촉구하는 이스라엘 시민들 [사진 = 연합뉴스]
인질 석방 촉구하는 이스라엘 시민들 [사진 = 연합뉴스]

한편 특사들이 물밑에서 대화를 주고받으면서도 이스라엘군(IDF)과 하마스의 전투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인질 석방 노력을 촉구하는 이스라엘 정부에 대한 압력이 증대하고 있다.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자들은 지난 주말 동안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자택 밖에 진을 치고 석방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라고 요구했다.

인질로 잡혀있다 풀려난 아비바 시겔은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에서 “지금 누군가는 가자지구 터널에서 강간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도로를 봉쇄하는 ‘행동의 날’까지 선포하고 행동에 나선 뒤 가자지구로 향하는 인도주의적 구호품 전달을 방해하기도 했다. 여기에 네타냐후 총리가  카타르의 인질 구출 과정이 더디다고 비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카타르 외무부가 분노를 표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하마스가 붙잡고 있는 인질 전원과 이스라엘 교도소에 수감 중인 팔레스타인 수감자들 전원을 맞교환하는 방안은 10월 7일 전쟁 발발 이후부터 계속 거론돼왔었다. 그러나 그러한 시나리오가 협상 테이블에 오르더라도 수요일 이스라엘 ‘민주주의 연구소’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인의 절반 이상이 이 협상에 반대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그러한 논의는 아이디어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며, 이스라엘 관리도 CNN에 구체적인 협의가 진행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군 장군 출신의 이스라엘 지브는 하마스를 계속 공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인질들의 석방을 바라지 않는 이스라엘인은 단 한 명도 없지만, 우리는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통제하게 내버려 둠으로써 이스라엘의 미래를 놓고 도박을 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협상에서 최대한의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군사적 압박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군이 현재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가자지구 남부의 칸 유니스에서 하마스 여단을 괴멸시키는 데 최소 한 달은 더 걸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는 사이에도 UNRWA(UN 팔레스타인 난민촌)이 공격을 받아 최소 12명의 팔레스타인 난민이 사망했다. 지브는 이스라엘이 모색하는 모든 협상 방안들은 칸 유니스 작전이 완료되면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물론 이번 가자지구 전쟁의 끝맺음은 군사적 고려, 석방 협상을 요구하는 인질 가족들, 상황 조절에 나선 미국의 압력에만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정치도 큰 몫을 차지한다. 최근 여론조사는 이스라엘의 최장수 지도자 네타냐후의 정치 경력에 ​​재앙을 불러일으켰다.

최근 실시된 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이스라엘인 중 절반 이상이 네타냐후의 전쟁 정책이 사리사욕에서 비롯되었다고 믿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현 전쟁 내각의 일원이자 최근 가자지구에서 자신의 아들이 살해된 전직 이스라엘군 참모총장 가디 아이젠코트는 그런 주장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하마스를 완전히 괴멸시키는 것은 비현실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이를 감안하면,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아마도 마지막 분쟁은 아닐 것이다. 

“이스라엘은 인질 석방을 위한 어떤 거래도 거부해서는 안 됩니다.”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INSS)’의 선임 연구원 오퍼 쉘라흐는 이렇게 주장했다.

“어쨌든 분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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