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철저하게 응징은 해야 하는데, 확전은 피하고 싶은 미국의 고민
[월드 프리즘] 철저하게 응징은 해야 하는데, 확전은 피하고 싶은 미국의 고민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4.01.31 06:37
  • 수정 2024.01.3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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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이란 무장세력의 공격을 받은 요르단 미군 주둔지 ‘타워 22’. [사진 = 연합뉴스]
친이란 무장세력의 공격을 받은 요르단 미군 주둔지 ‘타워 22’. [사진 =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발발 이후 중동 지역에서 처음으로 미군 사망자가 발생했다. 미국 정부가 책임을 묻겠다며 이전의 이라크와 시리아보다 더 강력한 보복을 선언하면서 중동 지역 긴장이 이전과 다른 수준으로 고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에서도 美 국방부와 백악관 내에서 확전을 우려하는 움직임도 간파되고 있다고, 30일(현지 시각) CNN방송이 분석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참에 아예 이런 공격을 저지르는 세력들을 발본색원하라는 압력을 점점 더 받고 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세력이 지난해 10월부터 이라크와 시리아에 있는 미군 시설을 160회 이상 표적으로 삼자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미국이 이란 내부를 직접 공격해 명확한 메시지를 보낼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바이든 행정부의 가장 큰 과제는 지역 내 분쟁을 확전으로 이끌지 않으면서도 이번 드론에 의한 피해에 대해 어떤 식으로 최대의 응징을 가할 수 있느냐에 있다. 미국이 이 지역에서 공격을 받은 것은 아프가니스탄 철수가 끝나갈 무렵 애비게이트에서(Abbey Gate)의 피폭으로 미군 13명이 사망한 이후 최초이다.

미국은 최근 몇 달 동안 이라크와 시리아에 있는 이란 대리 세력들의 근거지를 겨냥해 여러 차례 공습을 감행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그러한 공습 중 어느 것도 이들 무장세력들의 준동을 저지하지 못하고 있다. 이 무장세력들의 165차례의 공격으로 지난해 10월 이후 이 지역에서 120명 이상의 미군이 부상을 입었다.

마크 허틀링 퇴역 중장이 미군의 사망으로 “대통령의 인내심이 한계선을 넘은 것이 분명하다”고 분석한 것처럼 미국의 관리들과 분석가들은, 한 국가나 일정 시기에만 국한되지 않는 보다 강력한 보복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미국이 이란 내부를 직접 공격할 가능성은 낮다고 입을 모은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중동의 환경이 “적어도 1973년 이후, 어쩌면 그 이전보다” 가장 위험해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의 대응이 “다단계로 이루어질 수 있으며, 시간이 지나도 지속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라크와 시리아 내 무장세력들을 다시 공격할 수도 있고, 지역 민병대의 지도부를 표적으로 삼을 수도 있다. 지난 1월 초 최소 한 건의 사건에서 미국은 미군을 공격한 이란 대리 세력인 하라카트 알누자바(Harakat al-Nujaba)의 고위 인사를 표적으로 삼았다. 이와 함께 사이버 공격도 또 다른 옵션으로 제시될 수 있다고 관계자들은 말했다.

미국 관리는, 보복 효과를 확실히 하기 위해 이번에 미군을 공격한 드론의 출처에 대해 너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관리들은 이란의 대리 세력인 카타이브 헤즈볼라(Kataib Hezbollah)가 이번 공격의 배후로 보인다고만 밝혔다.

“우리는 테이블 위에 어떤 것도 올려놓지 않을 것이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CNN에 이렇게 밝혔다. 

이번 요르단 주둔 미군 기지 공격에 사용됐을 것으로 짐작되는, 유사한 이란제 드론 [사진 = 연합뉴스]
이번 요르단 주둔 미군 기지 공격에 사용됐을 것으로 짐작되는, 유사한 이란제 드론 [사진 = 연합뉴스]

“우리는 이란과의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란을 공격하는 것은 현 시점에서 가장 가능성이 낮은 옵션 중 하나라고 관리들은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 관리들은 월요일, 미국이 이란 국경 내를 공격함으로서 발생할 이란과의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반복해서 강조했다.

“우리는 이란과의 전쟁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중동에서 더 큰 갈등이 벌어지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美 국가안전보장회의 전략 커뮤니케이션 코디네이터인 존 커비는 월요일 CNN에 이렇게 말했다. 

“사실 대통령은 긴장 완화를 염두에 두고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대리 세력에 대한 테헤란의 재정적, 군사적 지원을 고려할 때 이번 공격에 대한 궁극적인 책임은 이란에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란이 이번 공격을 명시적으로 지시했거나 미국에 대한 도발을 고의적으로 확대할 의도는 아직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여러 소식통들이 CNN에 밝혔다.

여기에 이란 정부 또한 개입을 부인했다.

“이번 조치가 긴장 고조를 의도한 것은 아닌 것 같다.”

한 미국 관리는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그들이 이전에 163번이나 했던 것과 같은 유형의 공격이고, 164번에는 요행히 운이 좋아 성공한 것입니다.”

이번 공격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세력들이 과거에 저지른 160회 이상의 공격과 유사한 점이 많다고 관리들은 말했다. 유일한 차이점은 이번 공격이 일요일 이른 아침 ‘타워 22’라고 불리는 미군 주거용 컨테이너를 성공적으로 공격했다는 사실이다. 아직 잠자리에 들어있던 미군들은 미처 대피할 시간이 거의 없었다.

드론은 또한 저공비행으로 미군 기지의 대공 방어망을 피할 수 있었고, 미군 드론이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것과 거의 동시에 기지에 접근했기 때문에 기지에서는 혼선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고, 대응이 지연됐을 수도 있다고 관계자는 말했다.

美 국방부 대변인 사브리나 싱은 월요일 브리핑에서 “우리는 이 단체들이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누가 이 일을 지시했는지에 대해서는 더 이상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확전 우려 때문에 대칭적이고 제한된 보복 공격을 고려한다면 이는 이란과 그 대리 세력에게 약점으로 비칠 수 있다고, ‘전략 및 국제 연구 센터(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의 중동 프로그램 책임자인 존 알터만은 주장했다.

“모든 보복이 일정한 한도 내에서 예상대로만 진행된다면 적대 세력들은 레드 라인(led line) 근처까지 접근해서 이를 확인하고 싶은 욕구를 버리지 못할 것입니다.”

알터만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란은 레바논의 헤즈볼라부터 예멘의 후티 반군, 이라크와 시리아의 무장 단체에 이르기까지 지역 대리 세력들에 수년을 투자해 왔다. 테헤란은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미국이 이 지역에서 철수하도록 압력을 가하기 위해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으로 알려진 이들 대리 세력들에게 자금, 무기, 훈련 및 군수품을 공급해왔다.

“지난 3개월 동안 이란은 ‘저항의 축’에 대한 수년간의 투자로 엄청난 이익을 얻었습니다.”

알터만은 이렇게 주장했다. 테헤란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시작된 이후 반미, 반이스라엘 시위가 중동 전역을 휩쓸고 있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이란은 러시아, 중국과 점점 더 가까워졌고, 이라크 관리들은 최근 자국 내 미군 철수를 더욱 큰 소리로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란이 승리를 거두고 있다는 징표들이다.

“미국 행정부의 모든 메시지는 확전에 대한 두려움에 쏠려있습니다.”

이 지역의 상황을 면밀히 관찰해 온 전직 군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평가했다. 

“우리는 여기서 스스로를 억제하고 있습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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