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는 기울어지는 탑이 ‘피사의 사탑’ 말고 또 있다. 볼로냐의 ‘가리센다 타워(Torre Garisenda, 일명 볼로냐 타워)’가 완전히 기울어져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자, 당국이 ‘피사의 사탑’을 지탱한 것과 동일한 방식을 적용해 이 탑을 곧추세우기로 했다고, 5일(현지 시각) CNN방송이 보도했다.
48미터 높이의 가리센다 타워는 이탈리아 북부 도시 가리센다 역사의 호황기인 12세기에 지어졌지만, 2세기 후부터 이미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이 탑은 ‘피사의 사탑’의 기울기 3.9도보다 약간 더 기운 4도로 기울어져 있다.
작년 말, 가리센다 타워가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불거지면서 과학자들이 조사에 나섰고, 주변 거리는 일시적으로 봉쇄되었다.
볼로냐시의 마테오 레포어 시장은 수요일 ‘피사의 사탑’을 보강하는 데 사용된 철탑과 케이블을 강철 비계와 함께 설치해 탑의 붕괴를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탑은 지탱될 수 있을 것입니다.”
레포어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가리센다 타워 옆에는 그보다 더 높은 ‘아시넬리 타워(Torre degli Asinelli)’가 서 있는데, 레포어 시장은 가리센타 타워가 보강되면 아시넬리 타워가 다시 대중에게 개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5년과 2026년에 추가 보강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준비 중입니다.”
레포어 시장은 이렇게 덧붙였다.
문학적 명성
레포어 시장은 ‘피사의 사탑’ 보강에 사용된 장비를 가리센다에 적용하는 데에는 “약 6개월”이 소요될 것이며 전체 보강 작업 비용은 약 1900만 유로(약 2000만 달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언론들은, 가리센다 타워에 ‘피사의 사탑’에 적용된 두 개의 철탑 구조물이 세워진 뒤 타워를 처음 지을 때 사용한 것과 같은 종류의 석회 모르타르 혼합물 주입 등 석조 공사가 개시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그런 다음 타워에 부착된 비계와 철탑을 연결하는 케이블을 조여 타워 바닥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절차를 수행한다.
‘피사의 사탑’에 비해 명성이 덜한 ‘가리센다 타워(Torre Garisenda)’는 오랫동안 볼로냐의 관광 명소였다. 이 탑은 그 특이한 기울기 때문에 이탈리아의 유명 작가 단테(Dante Aligher)의 14세기 명저 『신곡』에 등장하기도 한다. 이 탑과 함께 그 옆에 더 높이 솟아있는 ‘델리 아시넬리 타워(Torre degli Asinelli)’도 관광 명소이다. 아시넬리 타워는 1.3도의 완만한 경사도를 유지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핵심 건축물인 ‘피사의 사탑’은 1990년대 초에 4.5도 기울어진 상태였다. 결국 ‘피사의 사탑’을 살리자는 국제적인 노력이 이어지면서 1993년부터 8년 동안 보강 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오늘날 ‘피사의 사탑’은 철탑과 비계를 이용한 보강 작업 덕택으로 안정적인 기념물이 되었다. 똑같은 보강 작업이 ‘가리센다 타워’에도 적용될 것이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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