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넷플릭스 시리즈 ‘삼체’의 성공과 제작자 독살 사건
[월드 프리즘] 넷플릭스 시리즈 ‘삼체’의 성공과 제작자 독살 사건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4.04.06 06:13
  • 수정 2024.04.06 0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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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미국 오리지널 시리즈 '삼체'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미국 오리지널 시리즈 '삼체'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최근 중국 인기 SF 소설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시리즈 ‘삼체’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영상화 과정에서 제작진 사이에 일어난 살인극이 주목을 받고 있다. 5일(현지 시각) CNN방송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과도 같은 이 살인사건에 대해 자세히 보도했다. 다음은 이 보도의 전문이다.

중국의 수백억만장자 린치는 중국의 SF 소설 『삼체(The Three-Body Problem)』에 홀딱 빠져 이를 원작으로 하는 콘텐츠를 전 세계의 TV, 영화, 비디오 게임 시장에 선보이려는 꿈을 품었다.

2014년 게임 회사를 상장시켜 막대한 돈을 번 이 젊은 사업가는 중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3부작 SF 소설을 ‘스타워즈’와 같은 대작으로 만들어 세계적인 대중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게 하는 방안법에 골몰했다.

그로부터 10년 후, 린치는 드디어 ‘삼체’가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되고 휴고상(Hugo Award)을 수상할 정도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게 되면서 그의 꿈이 실현되는 모습을 지켜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 영광을 누리지 못했다.

중국 당국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2020년에 ‘삼체’ 시리즈의 제작 계획을 발표한 지 몇 달 만에 이 작품의 오프닝 크레딧(opening credits)에 총괄 프로듀서로 이름이 올라가 있는 린치는 39세의 나이로 독살되었다.

린치를 독살한 범인은 다름 아닌 그가 거느린 경영진 중 한 명이자 ‘삼체’가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화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저명한 변호사였다.

변호사 쉬야오는 린치와 불화를 겪은 뒤 린치에게 프로바이오틱 영양제 한 병을 선물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건강식품에는 쉬야오가 다크 웹을 통해 구입한 치명적인 독극물이 들어있었다.

치밀하게 계획된 이 살인사건이 언론 보도를 타면서 여론의 주목을 받고, 온라인에서는 미국 범죄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Breaking Bad)’에 등장하는 범죄 수법과 비교되기도 했다.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범인 쉬야오는 교외에 마련한 임시 실험실에서 100개 이상의 독극물을 테스트했다.

쉬야오는 많은 기대를 모은 넷플릭스 시리즈 ‘삼체’의 첫 방영일 다음 날인 지난 3월 22일 상하이 법원에서 살인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중국 게임회사 '유주 게임즈'를 이끌었던 린치 회장의 생전 모습 [유주 홈페이지 캡처]
중국 게임회사 '유주 게임즈'를 이끌었던 린치 회장의 생전 모습 [유주 홈페이지 캡처]

치밀한 계획

2020년 어느 겨울 저녁, 린치는 상하이에 있는 ‘유주 게임즈’ 본사에서 직접 운전해 퇴근하던 중 갑자기 몸이 이상함을 느꼈다. 회사에 따르면 그는 병원에 입원해 처음에는 안정된 상태로 회복됐지만 열흘 뒤인 크리스마스날 사망했다고 한다.

중국 경제 잡지 ‘차이신(Caixin)’은, 린치와 가까운 사람들의 말을 인용해, 그의 몸에서 복어에서 발견되는 맹독인 수은과 테트로도톡신 등 최소 5개의 독극물이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당시 경찰 성명에 따르면 변호사 쉬야오가 핵심 용의자로 지목돼 신속히 체포됐다.

지난달 판결에서 상하이 법원은 쉬야오가 “회사 경영 문제”를 놓고 린치와 사이가 틀어진 뒤 이틀에 걸쳐 자신의 상사인 린치를 독살할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쉬야오는 또한 자신과 사이가 안 좋은 회사 임원 2명이 마시는 음료수에도 독물을 주입해 4명을 중독에 이르게 했다고, 법원은 밝혔다. 이들 4명은 다행이 목숨을 건졌다.

중국 매체들은 린치가 사망하자 몇 달 동안 이 사건에 대한 보도를 이어갔다. 언론들은 범인 쉬야오가 몇 달에 걸쳐 치밀한 계획을 세워 피해자들을 독살한 내용을 자세히 보도하며 치를 떨었다.

‘차이신’에 따르면 쉬야오는, 말기암 진단을 받고 마약 제조 사업에 뛰어든 화학 교사를 다룬 미국 드라마 시리즈 ‘브레이킹 배드(Breaking Bad)’의 광팬이었다.

범인 쉬야오는 상하이 교외에 실험실을 차리고 다크웹을 통해 구입한 100개 이상의 독극물을 고양이, 개 등을 대상으로 실험했다. 그는 그런 다음 이 독극물을 알약으로 만들어 린치에게 “프로바이오틱” 건강식품이라며 선물했다.

중국 매체 피닉스 뉴스(Phoenix News)에 따르면, 쉬야오는 160개의 휴대폰 번호를 보유하고, 일본에 무역 회사를 설립한 뒤 동료를 독살하는 데 사용할 독극물을 입수했다.

지난 2020년 수백억만장자 린치를 살해한 변호사 출신 쉬야오 [사진 = 중국 상하이 최고인민법원]
지난 2020년 수백억만장자 린치를 살해한 변호사 출신 쉬야오 [사진 = 중국 상하이 최고인민법원]

불화

상하이 법원은 쉬야오와 린치 사이의 불화에 대해 자세히 밝히지 않았지만, 회사 내부 소식통을 인용한 중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살인극은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SF 작가인 류츠신의 3부작 『삼체』를 영상 콘텐츠로 각색하려는 린치의 야망 때문에 빚어졌다.

린치는 오랫동안 『삼체』를 글로벌 문화 프랜차이즈로 발전시키고 싶었지만, 책의 각색에 대한 권리는 2009년에 저자로부터 이미 이 권리를 사들인 중국 사업가 부부에게 있었다.

영상 각색 권리를 확보하려는 린치의 야망은 영화 각색을 위해 이 부부와 수년간 협력하면서 더욱 굳어졌다.

2017년, 린치는 걸림돌을 해결하기 위해 프랑스와 미국에서 교육을 받고 중국 다국적 대기업에서 10년 동안 근무한 경험이 있는 유명 변호사인 쉬야오를 영입했다.

결국 쉬야오는 각색에 대한 권리를 성공적으로 확보했다. 이듬해 쉬야오는 ‘삼체’를 영상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유주 게임즈’의 자회사인 ‘삼체 유니버스(The Three-Body Universe)’의 책임자로 임명되었다.

그러나 린치는 쉬야오의 실적에 만족하지 못했다. ‘차이신’에 따르면 얼마 있지 않아 린치는 주요 프로젝트를 다른 임원인 자오 질롱에게 맡겼다고 한다. 자오 질롱도 나중에 쉬야오가 독을 탄 술을 마시게 된다.

현재 자오 질롱은 만성 중독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의 체내 수은 농도는 안전 수준의 10배를 초과한다고, ‘차이신’은 보도했다.

‘피닉스 뉴스’에 따르면 쉬야오의 연봉은 처음 ‘유주 게임즈’에 합류했을 때에는 2천만 위안(276만 달러)에서 약 500만 위안으로 삭감되었다.

2020년 9월 넷플릭스가 ‘삼체’의 제작 프로젝트를 발표할 때 린치와 자오 질롱은 총괄 프로듀서로 등재되었지만 쉬야오의 이름은 눈에 띄지 않았다.

‘유주 게임즈’ 직원은 ‘차이신’과의 인터뷰에서 넷플릭스와의 계약은 린치 대표와 다른 젊은 직원들이 주도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서 린치와 가까운 한 소식통은 “쉬야오의 기여는 제로에 가깝습니다”라고 말했다. 

“아마 그때부터 린치는 쉬야오를 떨쳐버릴 생각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쉬야오는 2020년 11월에 보도된 인터뷰에서 ‘유주 게임즈’의 ‘삼체’ 저작권 획득에서 자신이 핵심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나의 법률팀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입되었으며, 자신감을 가지고 변화를 주도해나가야 합니다.”

당시 그는 이렇게 말했었다.

그런데 그 당시 쉬야오가 이미 자신과 린치의 운명을 영원히 바꿀 행동을 준비 중이었다는 사실이 나중에 밝혀졌다.

한편, 린치는 죽기 한 달 전, ‘삼체’ 프로젝트가 그의 인생의 유작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바가 있다.

그는 “내가 90세 정도가 되어 세상과 작별할 때” ‘삼체’는 내 마음속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은 숨이 끊어지기 직전에 의식이 극도로 명료해진다고 합니다. …… 그래서 나는 죽기 전에 혹시 내가 ‘삼체’를 망가뜨리지나 않았나 하는 걱정이 생길까 봐 두렵습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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