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투데이] 4월인데 40도?...물러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 동남아시아의 '이상 폭염'
[월드 투데이] 4월인데 40도?...물러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 동남아시아의 '이상 폭염'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4.04.14 05:56
  • 수정 2024.04.14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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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서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2일 방콕의 수은주가 40도 가까이 치솟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태국에서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방콕의 수은주가 40도 가까이 치솟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동남아시아 국가가 무시무시한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본격적인 여름이 채 오기도 전에 연일 섭씨 40도가 넘는 더위와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열사병 등 온열질환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처럼 이상 기후가 계속될 경우 금세기 후반에는 동남아 일부 지역 여름 기온이 50도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는 가운데, CNN방송은 13일(현지 시각) 도무지 수그러들지 않는 동남아시아의 폭염에 대해 보도했다.

이번 주 말레이시아에서는 한 어린 아기가 폭염으로 사망하면서 온열 관련 질병의 위험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또, 베트남 남부에서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온도 때문에 논 전체가 말라 비상사태가 선포되기도 했다. 그리고 필리핀에서는 기온이 섭씨 42도를 넘어서자 수백 개의 학교가 수업을 중단했다.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지역 중 하나인 동남아시아에 폭염이 다시 찾아오면서 과학자들은 이런 날씨가 쉽게 물러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11개국 6억7,500만 명 이상이 살고 있는 동남아시아의 고온 현상이 전례 없는 수준에 이르며 잔혹한 더위와 습한 날씨가 쉬지 않고 지속되고 있다고, 기후학자 ​​막시밀리아노 헤레라 박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헤레라 박사는 태국의 기상 예보가 특히 심각하다고 덧붙이면서 태국이 최악의 폭염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태국의 전국 기온은 13개월 동안 “기록을 계속 경신”했으며, 더위와 습도도 끝없이 치솟았다고 설명했다.

“작년에도 참을 수 없는 더위라고 생각했지만, 올해는 이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방콕의 기온은 4월 남은 기간 동안 밤에도 섭씨 30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예견했다.

“이 흐름을 피해갈 수 없습니다. 우리는 남은 4월과 5월 동안 폭염에 대비해야 합니다.”

4월 3일, 태국이 건기에 접어들면서 수도 방콕의 기온은 약 섭씨 42.7도에 이르자 사람들은 에어컨이 설치된 실내에 머물며 집 밖 외출을 자제했다.

그런가 하면 인근 베트남에서는 폭염으로 인해 남부에 극심한 가뭄이 발생하여 기온이 섭씨 40도에 육박하고, 국가의 핵심 사업인 농업에 큰 피해를 입혔다. 베트남은 세계 최대의 쌀 수출국 중 하나이며, 낮은 강수량으로 인해 메콩강 삼각주의 농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베트남 언론 보도에 따르면 논과 강이 마르고, 농부들은 농작물에 댈 빗물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3년에도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해 베트남의 여러 도시들에서 심각한 정전이 발생했었다. 베트남 기상학자들은 올해 형성되는 유난히 긴 건기는 적도를 따라 태평양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 날씨에 영향을 미치는 기후 현상인 엘니뇨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연적 변수 말고도 세계는 폭염이 뉴노멀이 되면서 기후 기록을 계속해서 갈아치우고 있다.

폭염 속에서 수요가 급증한 물통을 주렁주렁 달고 배달하는 베트남 오토바이 택배근로자 [사진 = 연합뉴스]
폭염 속에서 수요가 몰린 물통을 주렁주렁 달고 배달하는 베트남 오토바이 택배근로자 [사진 = 연합뉴스]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폭염

동남아시아의 평균 기온은 1960년 이후 10년마다 상승했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이 지역을 휩쓸고 있는 폭염의 가장 우려스러운 특징 중 하나가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점이라고 말한다.

스위스 기후 연구 그룹 ‘IQ Air’의 연구원들은 현재의 폭염을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와 엘니뇨 현상의 합작품” 탓으로 돌리고 있다.

“기후변화와 엘니뇨 때문에 동남아시아 전체에 전례없는 고온이 발생하고 있다.”

‘IQ Air’는 4월 5일 성명을 통해 이렇게 분석했다.

“폭염 완화 여부는 날씨 패턴 및 정부 조치 등의 요소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폭염이 언제 끝날지 예측할 수 없다.”

한편, 말레이시아에서는 폭염 대처 수단으로 인공강우(cloud seeding)가 거론되고 있다. 이는 일반적으로 비행기에서 구름에 입자를 뿌려 비를 내리게 하는 방안이다.

“우리 공군은 인공강우 작전에 항상 준비되어 있습니다.”

말레이시아의 아들리 자하리 국방차관은 이렇게 밝혔다. 

“인공강우에 나서기 전에 구름 상태, 바람 등 다양한 기상 요인을 고려해야 합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최소 2명이 폭염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부 파항주 출신의 22세 남성과 이웃 켈란탄주 출신의 3세 아동이 더위 때문에 사망했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두 사람 모두 사망 원인이 열사병이었다.

보르네오 섬의 사바 주 관리들도 지난 2월 중 농장, 플랜테이션, 숲에서 발생한 화재가 300건에 가깝다고 보고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말레이시아가 폭염 취약 국가가 되었습니다.”

아마드 자히드 하미디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지난 3월 말 열사병 사망 사례를 언급하면서 이렇게 지적했다. 

“아직 3단계 폭염에 이르지 않은 것에 감사하지만, 그 정도 심각한 더위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수도 쿠알라룸푸르 주민들은 폭염 대처에 할 일이 많다고 말한다.

대학생 아이딜 이만 아이디드도 다른 말레이시아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계속되는 폭염에 적응하려고 노력 중인데, 최근 몇 주 동안 이어진 라마단 단식 기간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라마단은 최고로 덥고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극심한 기상 조건 하에 살고 있다”며 단식 기간 동안 낮잠을 자고 나면 종종 목이 마르고 피곤해 깨곤 했다고 덧붙였다.

“할 일이 태산같이 많습니다. 저는 지역 정부가 폭염에 대응할 뿐만 아니라 극한의 위기에 대비해 기후 탄력성을 수립하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싱가포르의 일부 학교에서는 최근 몇 주 동안 지속된 폭염 때문에 학생들에게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시원하고 헐렁한 복장을 착용하라고 지시했다.

싱가포르 교육부 대변인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더위 상황과 학생과 교직원, 폭염에 취약한 학생들의 안전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에서도 수도 마닐라의 수십 개 학교를 포함해 수백 개 학교에 비슷한 조치를 취해 온도가 견디기 힘들 정도로 올라가자 수업을 취소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어린 학생들의 안전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폭염 때문에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할 수 없고 건강에도 해로울 수 있음을 인식한 교육 당국은 수백 개의 학교를 폐쇄하는 극단적인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세이브더칠드런 필리핀(Save The Children Philippines)’은 성명을 통해 이렇게 밝혔다.

“우리는 지구 온난화를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최대 1.5°C로 제한하기 위한 긴급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린이의 건강, 안전 및 복지에 극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 단체는 이렇게 경고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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