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당의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성추문을 막기 위해 입막음 돈을 지급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혐의로 이번 주부터 재판정에 선다.
14일(현지시간) NBC 방송, 연합뉴스 등 미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미국 뉴욕 맨해튼지방법원의 후안 머천 판사는 15일 배심원 선정을 시작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고인으로 서는 형사재판 일정을 개시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 직전 전직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와의 과거 성관계 폭로를 막기 위해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을 통해 입막음 돈을 지급한 뒤 그 비용과 관련된 회사 기록을 조작했다며 34개 혐의를 적용해 지난해 3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받는 형사재판 4건 중 하나다. 현재까지 11월 대선 이전에 재판 일정이 예정된 형사사건은 이 건이 유일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이 재판을 대선 이후로 미루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회사 장부 조작 혐의는 물론 대니얼스와 성관계를 했다는 것을 부인하면서 이번 사건을 정치적 동기에 기반한 민주당 세력의 '선거 방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형사사건 피고인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약 6∼8주로 예상되는 재판 일정 내내 법정에 출석해야 한다.
15일 시작되는 첫 주간에는 배심원 선정이 이뤄질 예정이다.
재판시간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로 예상되며, 수요일을 제외하고 주중 4회 열린다.
대선에 도전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선 전국을 누비며 선거 캠페인에 몰두해야 할 중요한 시점에 한두 달가량 주간 시간대를 법정에서 보내야 하는 셈이다.
공소장에 담긴 범죄사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혼외 성관계 발설을 막으려고 개인변호사였던 코언을 통해 대선 직전 대니얼스에게 13만달러를 지급하고, 해당 돈을 코언에게 변제하는 과정에 회사 장부에 법률 자문료로 위장했다는 게 핵심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한 앨빈 브래그 맨해튼지방검사장은 재판 과정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른 범죄를 숨기고 속이려는 의도로 기업 문건을 위조해 중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기업 문건 위조만으로는 경범죄에 불과하지만, 대선 도전에 방해되는 불리한 정보를 감추려는 의도로 이뤄진 불법 행위인 만큼 중범죄에 해당한다는 게 브래그 검사장의 주장이다.
이를 위해 검찰은 공소장에 기재된 대니얼스 관련 범죄사실 외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선거에 불리한 정보를 사들인 뒤 대중에 알려지지 않도록 묻어버리는 '캐치 앤드 킬'(catch and kill) 수법을 활용했다는 점을 부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플레이보이 모델 출신 배우 캐런 맥두걸이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한때 불륜 관계였다는 사실을 폭로하려 하자 타블로이드지 내셔널인콰이어러가 맥두걸에게 15만 달러를 지급하고 독점 보도 권리를 사들인 뒤 이를 묻어버린 게 대표적인 예라고 검찰은 보고 있다.
내셔널인콰이어러 모회사 AMI의 최고경영자(CEO)인 데이비드 페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친구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맥두걸과의 혼외 관계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내셔널인콰이어는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타워 도어맨에게도 3만달러를 지급하고 그가 주장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혼외자 의혹 독점 보도권을 사들이기도 했다.
미 매체들은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인 코언이나 대니얼스는 물론 페커, 맥두걸도 주요 증인으로 재판에서 증언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도 법정에서 증언에 나설 예정이다. 그는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재판에서 증인석에 설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나는 증언하고 진실을 말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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