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진단] ‘삼성 이재용’ 딜레마 빠진 검찰… 수사심의위 권고를 수용해야 할 세가지 이유
[WIKI 진단] ‘삼성 이재용’ 딜레마 빠진 검찰… 수사심의위 권고를 수용해야 할 세가지 이유
  • 박정규 / 발행인
  • 승인 2020.06.29 10:32
  • 수정 2020.06.29 10: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 수사심의위원회 설치 취지 반추해야
2) 헌법 위배 논란… 기소시, 더욱 불리한 늪 빠져들 우려
3) 코로나19시대 ‘경제 회생’ 바라는 국민들의 여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과 관련해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린 26일 심의위원회를 마친 위원들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건물을 나서고 있다. 이날 심의위는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과 관련,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 위원들이 26일 위원회를 마치고 건물을 나서고 있다. 이날 심의위는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다. [연합뉴스]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 권고를 내린 이후 검찰이 기소 여부를 놓고 딜레마에 빠진 가운데 찬반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9일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기소 중지 권고 의견을 낸 것과 관련해 "이 부회장의 경제범죄 혐의에 대해서 1년 7개월이나 수사를 해놓고 기소조차 못 할 수준의 수사를 한 거라면 윤석열 검찰총장이 그것 때문에 관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같은 당 노웅래 의원은 "수사심의위의 첫번째 수혜자가 삼성 이 부회장이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도 수사심의위의 결정을 비판하며 이 부회장을 기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심의위가 이 부회장의 불기소를 권고했지만, 검찰 수시팀 내에서는 이 부회장을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영권 승계 등 기업 총수의 이득을 위해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범죄가 벌어진 것으로 의심되는 초유의 사건인 만큼 이 부회장을 재판에 넘겨 법원의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사심의위의 결정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예기치 않은 또다른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특히 재계는 전세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천만명을 넘어서면서 기업들의 공포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이 사건을 끌고 가는 것은 대한민국 경제에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하는 것이라며 검찰의 결단을 호소하고 있다. 

재계 인사들은 혼란스런 상황일수록 원칙을 반추해보고 그 원칙에 충실하게 따르는 것이 가장 지혜로운 판단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 당장 검찰의 체면을 세우기 위해 기소를 강행할 경우, 자칫 검찰이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연합뉴스]

▣ 수사심의위 설치 정신 ‘검찰 기소권 남용 견제’

수사심의위 권고 이후 검찰은 숙고를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내달초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주례보고에서 이 부회장의 기소 여부를 최종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검찰의 분위기는 이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해야 한다는 쪽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진다. 

검찰은 지난 4일 이 부회장 등의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강압 수사 등 특별한 이유가 없는 이상 구속영장까지 청구한 피의자를 불기소한 전례는 없다.

당시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를 두고 수사팀과 지휘부 간 의견이 일치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사팀이 자신들의 논리와 배치되는 ‘불기소 결정서’를 작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법원이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이 부회장을 기소할 필요성이 있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을 기각 사유에 담은데다 수사심의위가 이 부회장의 불기소를 결정하긴 했지만, 이 부회장을 기소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까지 판단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검찰수사심의위 설치 정신을 감안할 경우 검찰의 논리를 강행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8년 1월 2일 시행된 수사심의위는 검찰의 기소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들이 검찰 수사와 기소 과정 등에 대한 심의를 하는 제도다.

위원회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에 대해 수사 계속 여부, 공소 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 공소 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된 사건의 수사 적정성·적법성 등을 심의하고 있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결정은 권고 효력만 있기 때문에 검찰이 이 결정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검찰은 제도가 도입된 후 2년여 동안 총 8번의 수사심의위 결정을 모두 따른 바 있다.

수사심의위 도입의 핵심은 수사 과정에서 우려되는 수사팀의 `확증 편향` 가능성이었다. 유죄라고 믿고 수사를 진행하면서 생기는 부작용을 바로 잡겠다는 것이다.

수사심의위 결정 이후 일각에서는 전문성이 부족한 심의위원들이 이번처럼 복잡한 사건의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스포츠 경기가 끝난 후 ‘룰이 잘못됐으니 결과가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는 평가다.

수사심의위원의 조건은 ‘사법제도 등에 학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서 덕망과 식견이 풍부한 사회 각계의 전문가’로 규정돼 있고, 위원들은 검찰총장이 직접 위촉하고 있다.

이번 사안을 심의한 현안위원에는 변호사 4명을 비롯해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회계 전문가, 중견 언론인, 종교인 등이 포함됐다. 미국의 대배심과 일본의 검찰심사회는 일반 시민이 참여하기 때문에 우리 검찰의 수사심의위보다 훨씬 전문성이 떨어지지만 ‘국민의 눈높이’를 반영한다는 차원에서 이들의 의견을 중시하고 있다.

민일 이번 심의위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검찰은 ‘자신들의 편의에 따라 수사심의위 제도를 이용한다’는 비판을 감내해야 한다.

이 부회장을 기소하게 될 경우, 가뜩이나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샅바싸움을 벌여온데 이어 검경수사권 조정 등 최대 현안을 앞두고 있는 검찰로서는 또다른 여론의 역풍에 휘말릴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에 대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린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깃발 뒤로 삼성 서초사옥이 보인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에 대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린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깃발 뒤로 삼성 서초사옥이 보인다. [연합뉴스]

▣ 헌법정신 위배 논란... 재판 강행하면 더욱 불리한 늪으로 빠져들 가능성

'재벌 총수'라는 이유로 검찰이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무시하고 이 부회장을 기소해야 한다는 주장은 검찰개혁에 반하는 것은 물론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헌법 정신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검찰이 감안해야 할 것은 향후 재판과정에서 불리한 형국에 놓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검찰은 삼성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10여개 불법 행위를 했고 이 과정에 이 부회장이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비율을 도출하고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사기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등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수조원대 분식회계도 이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의 일환으로 진행됐다는 게 검찰 입장이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합병을 통해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4.1%를 확보함에 따라 약 8조원의 부당이득을 얻은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검찰은 이 부회장이 자본시장법 178조에 명시된 금지 행위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심의위에서 위원들은 이 부회장 등이 이 조항을 위반했는지를 두고 치열한 논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시장법 178조는 금융투자상품의 매매, 거래 등을 할 때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 ‘거짓의 기재’ ‘거짓의 시세 이용’ 등을 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수사심의위에서 이 부회장에게 이 조항 위반을 적용할 수 있는지를 놓고 논란이 거셌지만 검찰은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는데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거문제는 재판에서는 더욱 엄격하게 다뤄질 수 밖에 없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1년 7개월에 걸친 수사가 아까워서, 또 현재의 위기국면을 정면돌파하려 기소를 강행할 수 있다”며 “하지만, 수사심의위는 ‘숲’을 보지만, 재판부는 오히려 더욱 세심하게 ‘나무’(증거)를 살피게 되는데, 재판이 진행될수록 검찰은 더욱 불리한 상황의 늪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전세계 코로나19 확진자가 1천만명을 돌파하는 등 급속한 확산으로 세계경제가 얼어붙고 있다. [연합뉴스]

▣ 코로나19시대 ‘경제 회생’ 바라는 국민들의 여론

이번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에 대해 위원들의 상당수는 ‘국가적 재난 상황’을 꼽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의위원들의 의견은 대부분 국민들의 바램과 다르지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경제 전문가는 “1998년 금융위기를 쉽게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위기가 한국 및 아시아권에 한정돼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이번 위기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을 비롯한 전세계적인 위기이기 때문에 정부-기업이 총체적 역량을 모아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거시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G20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6%포인트 하향 조정한 -4.6%로 발표했다.

전세계가 이처럼 큰 폭의 역성장에 직면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70여년만에 처음이다.

한국의 경우 성장률 전망치가 -2.1%로 외환위기 때(-5.1%) 이후 가장 낮다.

문제는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의 해외시장이 붕괴되고 있다는 것이다. IMF의 성장률 전망치를 보면 미국(-8.0%), 일본(-5.8%), 독일(-7.8%), 프랑스(-12.5%), 인도(-4.5%) 해외 수출시장은 그야말로 풍전등화 격이다.

더욱 큰 문제는 코로나19 확진자수가 줄어들기는 커녕 더욱 빠른 속도로 지구촌 구석구석으로 침투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가 더욱 위축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수출 감소는 기업 경영 위축을 낳고, 이는 고용 축소, 일자리 대란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이러한 경제 위기 상황에 대한민국 대표기업의 총수를 사법리스크의 덫에 가두기 보다는 경제 활력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는게 이번 심의위원회 위원들의 판단이었다.

논란이 가열될수록 큰 방향에 충실해야 한다. 

검찰이 조직 논리를 뛰어넘어 나라 전체를 보는 시각에서 결단을 내려주기를 경제계는 기대하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 박정규 대표이사 발행인]

코로나 바이러스 구조도 [연합뉴스]

 

 

wiki@wikileaks-kr.org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127, 1001호 (공덕동, 풍림빌딩)
  • 대표전화 : 02-702-2677
  • 팩스 : 02-702-16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소정원
  • 법인명 : 위키리크스한국 주식회사
  • 제호 : 위키리크스한국
  •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1
  • 등록일 : 2013-07-18
  • 발행일 : 2013-07-18
  • 발행인 : 박정규
  • 편집인 : 박찬흥
  • 위키리크스한국은 자체 기사윤리 심의 전문위원제를 운영합니다.
  • 기사윤리 심의 : 박지훈 변호사
  • 위키리크스한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위키리크스한국. All rights reserved.
  • [위키리크스한국 보도원칙] 본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립니다.
    고충처리 : 02-702-2677 | 메일 : laputa813@wikileaks-kr.org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