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을 두고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전장연 등의 첨예한 공방이 연일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의 ‘책임론’을 두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그들의 시위가 적절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반면,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의 불편함을 야기시키는 등 일명 ‘볼모’로 삼아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는 시위 방식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장연은 지난 30일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를 멈추고 ‘삭발 투쟁’으로 돌아섰다. 동시에, 이 대표를 향해 정중한 사과를 촉구했다. 이 대표는 앞서 전장연의 이같은 시위 선회에 자신이 승리했다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렸기 때문이다. 이에 전장연은 이 대표에게 ‘정중한 사과’를 촉구했다. 이 대표의 발언이 전장연의 시위를 단순 승·패의 문제로 치부했다는 이유로 보인다.
이 대표는 “전장연에 사과할 일 없다”고 못을 막았다. 또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와 관련해 “사과할 일 없고 2호선은 타지 마시라. 전장연을 생각해서 경고한다”고 말했다. 이에 전장연은 ‘삭발 투쟁’에 돌입하며, 이 대표의 사과를 촉구했다. 이들은 이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시 내달 20일 개재되는 지하철 시위에 2·5호선을 추가하겠다고 엄포했는데, 이는 ‘불특정 다수의 불편을 볼모로 삼는 방식’으로 시위 방식이 문제라는 게 이 대표의 주장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시민들을 볼모로 잡고 있다”는 이 대표의 주장을 반박하며 전장연과의 간담회에서 정치인의 잘못이라고 했다. 박 위원장은 이 대표를 겨냥해 “곧 집권당이 될 당의 대표는 ‘서울시민을 볼모로 잡는 시위’라고 한다. ‘장애인 차별’이라는 본질을 외면한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차별이나 이동권 문제는 (정치권이) 책임을 다하지 않아 발생했는데, 해결할 생각은 없고 시민과 장애인을 싸우게 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입장은 강경하다. 그는 “아무리 정당한 주장도 타인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경우에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공개적 비판을 드러냈다. 민주당과 전장연 그리고 정의당이 이 대표를 두고 ‘갈라치기’라고 수식하며 비판한 데에도 전면 반박했다. 더불어 투쟁의 대상이 일반 시민임 점을 지적하며 전장연의 태도가 국민의 세금을 요구하게 되며, 이로 인해 시민들로부터 갈라치기하는 것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을 포함한 전장연 등이 이 대표를 향해 원색적인 공세도 서슴지 않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민주당 역시 장애인 권리 보장에 대한 ‘책임론’에서 자유로운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대표적으로 2001년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 사고다. 이 사건 이후 전장연의 장애인 이동권 보장 등을 외치는 시위는 가속화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말부터 지하철 출근길 시위가 시작됐다. 아울러, 오세훈 시장이 취임하면서부터 시민들의 불편함을 가중하는 식의 시위가 진행됐다. 전장연 대표 역시, 최근의 높은 관심을 인정하면서도 지난 21년간의 ‘외로운 외침’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장애인의 이동권 문제에 있어 이들의 외침이 수년간 이어지고 있다. 이들이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감행하기까지의 시위의 ‘본질’과 ‘동기’는 과연 무엇인가 생각했을 때, 결국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10년 가까이 서울시장을 맡았던 박원순 시장 당시, 엘리베이터 설치율 상승이 눈에 띄었지만, 지금은 ‘제자리 걸음’이라는 표현이 적절해 보인다. 이 대표의 주장대로 시민들을 ‘볼모’로 잡은 식의 ‘시위 방식’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장애인들의 시위 ‘동기’에 방점을 찍기를 정치권에 기대해 본다.
한편,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브리핑에서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으며, 이들의 이동권 확보와 확충에 힘 쓸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위키리크스한국=최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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