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대그룹 방북 흘린 통일부, 尹정부의 교묘한 전략이었나
[기자수첩] 현대그룹 방북 흘린 통일부, 尹정부의 교묘한 전략이었나
  • 박영근 기자
  • 승인 2023.07.04 11:00
  • 수정 2023.07.04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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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언론 통해 현대그룹 방북 계획 공개하자
북한 외무성 "고려 할 가치도 없어" 단칼에 거부
이례적 북한 반응에 통일부 "의도 분석할 것"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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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가족들과 함께 정몽헌 전 회장 20주기 기일을 맞아 방북을 계획했다가 철회했다. 정부가 한 언론사를 통해 방북 승인 의사를 밝히면서 기사화 되자, 이를 본 북한 외무성이 "통보 받지도 않았고 검토할 의향도 없다"면서 거부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정부 및 통일부는 왜 명확하지도 않은 현대그룹의 방북 소식을 언론에 공개한걸까.

통일부 교류협력국 관련 법령인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제9조' 등에 따르면, 방북 절차는 다음과 같다.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라 우리나라 국민이 방북을 하기 위해선 가장 먼저 통일부에 방북 의사를 타진해야 한다. 통일부가 이를 승인하면 두 번째로 북측의 적합한 상대방을 접촉해 초청장을 받고 구비 서류들을 준비해야 한다. 끝으로 방문자는 통일부에 최종 북한 방문 승인 신청을 실시한다.

북한이 현 회장의 방북 소식을 접하지도 못했다는 것은, 1차 단계인 '방북 의사 타진' 과정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체로 1차 단계에선 방북 의사만 밝히고 아직 구체화 된 내용이 없기 때문에 언론에 조명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하지만 이례적으로 이번엔 정부 및 통일부 관계자가 한 매체를 통해 '정부는 남북 관계가 경색 국면이지만 추모식 성격 등을 고려해 인도적 차원의 방북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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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통일부 관계자의 이같은 입장은 윤석열 대통령 기조와는 사뭇 달라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그간 통일부는 마치 대북지원부와 같은 역할을 해왔는데 그래선 안된다. 이젠 통일부가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9일엔 '북한 체제 파괴' 등과 같은 대북 강경 발언을 한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를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기도 했다. 북한이 날 선 반응을 보일 수 밖에 없는 분위기란 의미다.

그렇다면 정부는 애초부터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 계획을 거절했으면 됐을텐데 왜 방북 허용을 긍정적으로 검토중이라고 궂이 언론을 통해 밝혔을까. 아마도 우리 정부는 '언제든 북한과의 대회 물꼬를 열어두고 있다'는 의도를 대외적으로 전달하면서 북한의 반응을 효과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여진다. 실제로 통일부는 우리나라 언론 보도 이후 북한 외무성이 거부입장을 낸 것을 두고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북한의 의도를 분석하겠다"고 했다. 

대의멸친(大義滅親)이란 말이 있다. 대의를 위해선 친족도 죽인다는 뜻으로 나라나 민족을 위한 일에 사사로운 정은 끊어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정부 역시 큰 일을 치루기 위해선 기업을 정치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반면 최근 윤 대통령 방미 당시 외교 역할에 혁혁한 공을 세운것도 삼성, SK, 현대자동차그룹과 같은 기업들이다. 

상대방이 아무리 밉더라도 대화 창구는 항시 열어놔야 한다. 북한과 날을 세우는 분위기 속에서도 대화의 싹을 틔워야 할 때를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한 측면에서 현대그룹 방북에 대한 이번 정부의 태도에 아쉬움이 남는다. 

[위키리크스한국=박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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