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 시선] 실적 부진에 쇄신 나선 신세계그룹, 미래 돌파구 찾기 '고심'
[위키 시선] 실적 부진에 쇄신 나선 신세계그룹, 미래 돌파구 찾기 '고심'
  • 최문수 기자
  • 승인 2023.10.04 09:45
  • 수정 2023.10.04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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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적 인사 단행 신세계, 전체 중 40% 수장 물갈이 초강수
그룹 변화 속 총수 일가 움직임 및 신사업에도 관심 모아져
신세계 L&B 소주 사업 재도전, 이례적 고도수 전략 통할까
정용진 부회장 'SSG랜더스 구단주' 행보엔 긍·부정 엇갈려
신세계백화점 본점 전경. ⓒ신세계그룹
신세계백화점 본점 전경. ⓒ신세계그룹

신세계그룹이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명희 회장 필두로 그룹 계열사 수장을 대거 교체하고 있는 가운데, 정용진 부회장은 평소 자신의 관심사를 사업으로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평소 정 부회장은 스포츠를 비롯한 정치 등에서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내세우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지만, 현재 그룹 내에서 '칼바람'이 불고 있는 만큼 당분간은 전반적인 측면에서 그룹의 진중한 기조에 맞춰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의 주요 계열사는 부진의 늪에 빠졌다. 지난 2분기 그룹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6% 줄어든 1조 5759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0.2% 감소한 1496억 원이다. 상반기 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3.8% 줄었으며, 영업이익은 14%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자 신세계그룹 이 회장이 전면에 나섰다. 그동안 정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이 선봉에 내세웠지만, 위기를 의식한 탓인지 이 회장이 직접 나서며 대대적인 조직 쇄신에 돌입했다.

신세계그룹이 초강수를 둔 데에는 경기 둔화와 쿠팡 등 신흥 이커머스 강자들이 등장한 영향이 크다. 그룹은 현재 지난 20일 '2024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전체 25개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의 9곳(36%)의 수장을 교체했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신세계그룹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신세계그룹

우선, 그룹은 한채양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를 이마트 대표이사로 앉혔다. 이마트의 올 2분기 기준 영업손실은 올 상반기 대비 394억 원에서 530억 원으로 늘었다. 

강희석 전 대표가 오는 2026년까지 이마트 수장을 맡을 예정이었지만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게 됐다. 그는 지마켓 인수, 신세계유니버스 도입 등을 추진한 바 있다.

신세계백화점도 둔화된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8% 증가한 6284억 원을 보였다. 반면, 영업이익은 23.9% 줄어든 921억 원을 기록했다. 3분기에는 앤데믹으로 인해 명품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신임 대표 자리에는 신세계센트럴시티 박주형 대표를 새롭게 내정했다.

신세계푸드 송현석 대표는 신세계푸드와 함께 신세계L&B를 함께 이끌게 됐다.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는 신세계프라퍼티와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직을 겸직한다.

이같이 신세계그룹 유통 부문에서는 '겸직' 체제가 주를 이루고 있다. 각 계열사의 시너지를 창출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 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인천 SSG 랜더스와 부산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관중석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 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인천 SSG 랜더스와 부산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관중석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반면 정 부회장의 행보는 신세계그룹의 분위기와는 상반된다. 그룹의 이번 움직임을 두고 일각에서는 전진을 위한 재정비 단계라고 평가하고 있지만 대내외적으로 '칼바람'이 불고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정 부회장의 다소 거침없는 행보에는 비판적인 시선이 제기된다.

얼마 전 그룹 계열사 신세계L&B는 고도주인 '킹소주 24'를 출시했다. 국내 소주 시장에 재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저도수 소주에 대한 수요가 현재 높은 추세지만, 도수가 높은 소주를 선호하는 틈새시장을 공략하면서 동시에 시장의 반응을 살펴보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주목할 점은 한번 실패를 겪은 소주 사업 카드를 또 꺼냈다는 것이다. 이마트는 과거 2016년 제주소주를 190억 원에 인수하며 신제품 '푸른밤'을 출시했지만 반응은 미지근했다. 결국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며 이 사업을 철수했으며, 이후 제주소주는 신세계L&B에 흡수합병됐다.

왜 다시 문을 두드린 것일까. 우선, 신세계그룹 내 소주 사업은 평소 애주가로 알려진 정 부회장의 큰 의지가 반영된 사업으로 꼽힌다. 따라서, 개인적인 욕심이 깔려있을 수도 있다는 풀이다.

반대로 어려운 시기에 소주 사업을 동력으로 삼아 돌파구를 마련하고 경영능력을 입증하겠다는 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미 대항마들이 시장을 꽉 잡고 있는 상태라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장담하기 어렵다.

소주 시장은 일명 '마시던 것만 마신다'라는 흐름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이유로 소주 시장에 새롭게 진출하는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더군다나 고도수는 1990년대 초 주를 이뤘던 전략으로 현 추세와는 다소 동떨어진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정 부회장의 골프 사랑으로 신세계건설, 신세계푸드 등 그룹 차원에서 골프웨어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이 사업을 위해 'YOUNG JOYFUL CLUB' 상표를 출원했는데 정 부회장의 이름을 딴 것이라고 한다.

이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곱지만은 않다. 몇몇 네티즌들은 해당 소식을 접한 뒤 "소꿉놀이 하고 있다", "누가 사냐", "기존 브랜드 총판을 따오지 왜 저러지", "신세계 임원진은 엎어졌는데 왜 이러나"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정용진 SNS
정용진 부회장은 경기 중 일어난 판정에 대한 불만을 개인 SNS에 올렸다. ⓒ정용진 SNS

정 부회장이 SSG랜더스 야구 경기를 관람한 뒤 개인 SNS에 올린 평론을 두고도 따가운 눈총이 쏟아지고 있다. 그는 당시 패배 요인을 오심이라 내다보며 아쉬운 견해를 드러냈지만, 이를 본 몇몇 네티즌들은 따가운 눈총을 보냈다.

현재 그룹에 닥친 상황으로 많은 수장이 교체되는 가운데, SSG랜더스에 대한 그의 애정이 부회장의 직책으로서 적절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정 부회장은 이날 경기 중 일어난 판정에 항의하기 위해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국까지 방문했다고 한다. 구단주인 그가 KBO 사무국을 방문한 것을 두고 업계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기업을 이끄는 수장의 언행은 매우 중요하다. 정 부회장처럼 억압받지 않으며 자유롭게 사견을 내보이는, 어찌 보면 지금까지 우리가 봐왔던 많은 수장과 다른 모습이 때로는 신선함을 넘어 진취적이라는 호평을 받을 수도 있다. 오너리스크 위기에 직면한 신세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위키리크스한국=최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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