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 "존중 및 배려 조성 취지 평가↑…정책 계획 無"
대한적십자사가 과거 벌어진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서 사실상 2차 가해자에 가까웠던 모 기관장을 두둔해 한차례 논란을 빚은 가운데, 최근 실시된 '2023년도 청렴제안대회'에서 기관이 높은 점수를 준 '을질 자가진단' 제안서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직원들을 사실상 갑을로 나누는 해당 제안이 정책으로 반영되는 것 아닌지 우려가 나오는 반면, 기관 측은 "임직원간 상호 존중하고 배려하는 동행 관계를 확대해나가려는 취지"라는 입장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적십자사는 지난 11월경 직원들을 대상으로 청렴제안대회를 실시했는데 여러 안건 중 '을질 자가진단' 제안서가 고평가를 받고 회장 표창을 수상했다. 해당 제안서를 보면, 'MZ사원'들이 정당한 지시마저 거부하고 '갑질'로 허위 신고하는 일명 '을질'을 가려내기 위한다는 목적이다. 갑과 을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기관에 맞는 원칙과 기준을 세움으로써 청렴 문화 확산에 기여하고자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을질은 새롭게 급부상하고 있는 사회적 이슈다. 고위직 직원들이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상대적 약자로 취급되는 부하 직원들에게 부당 지시를 내리는 행위를 '갑질'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반대인 '을질'은 상급 직원의 정당한 지시를 부하 직원이 의도적으로 거부하고 피해를 호소하는 등과 같은 사례를 예로 들 수 있다.
대한적십자사가 '을질 자가진단'에 높은 점수를 준 것을 두고 몇몇 관계자들은 "내일도 팀장한테 을질이나 하러 가야지", "정말 시대를 역행하는 곳이다"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대한적십자측은 이와 관련, 임직원간 상호 존중과 배려를 장려해 동행관계를 확대하고자 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기관 관계자는 "세대간 인식 차이, 소통 부재 등 직장 내 갈등을 예방하고 구성원 사이 더욱 존중하고 배려하는 분위기를 만들자는 취지가 높이 평가돼 제안대회 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우수상으로 선정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매년 쳥렴제안대회 최우수작에 한 해 여러 요건을 고려해 청렴 정책 반영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을질 자가진단'은 청렴 정책 반영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대한적십자사는 직장 내 폭행 피해자에게 가해자를 옹호하는 부적절한 발언을 행하고, 이 사건과 관련된 피해자 문답서를 가해자에게 제공해 비밀 누설 혐의로 벌금형을 맞은 모 직원을 기관장으로 발령해 질타를 받은 바 있다. 당시 대한적십자사는 이 사안에 대한 언론 인터뷰에서 해당 고위직 직원이 기관장으로 발령받기 전에 발생한 일이란 이유로 어떠한 후속 조치도 취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위키리크스한국=최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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