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하늘에서 ‘만나’ 대신 '물고기'가 내리는 온두라스 요로지역
[WIKI 프리즘] 하늘에서 ‘만나’ 대신 '물고기'가 내리는 온두라스 요로지역
  • 최석진 기자
  • 승인 2019.02.13 07:30
  • 수정 2019.04.14 0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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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두라스 요로 지역에 쏟아진 물고기들 [ATI]
온두라스 요로 지역에 쏟아진 물고기들 [ATI]

1850년대 어느 날 스페인의 호세 마누엘 수비라나 신부는 온두라스의 요로를 방문했다.

요로 지방 사람들의 가난과 궁핍을 목격한 수비라나 신부는 3일 밤낮을 들여 먹을 것을 보내달라고 신에게 기도했다. 그러자 곧바로 하늘에 먹구름이 일고, 그의 기도에 응답이라도 하듯이 하늘에서 물고기들이 비처럼 내려 마을 사람들을 먹여주었다.

이 모습은 요로 지방에서 ‘루비아 데 페스세스(lluvia de pesces)’ 또는 ‘물고기 비’라고 불리는 자연현상이 처음으로 기록된 묘사이다. 적어도 ‘물고기 비’의 전설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하지만 현재의 요로 주민들에 따르면 ‘물고기 비’는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소량의 은빛 나는 물고기들이 5~6월이면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져 내린다는 것이다.

이런 기록들은 과학적으로 설명 가능할까, 아니면 신화에 더욱 가깝다고 보아야할까?

‘물고기 비’의 기록들

요로는 18개로 나뉘어져 있는 온두라스 지역 중 한 곳이다. 온두라스 북중부에 위치한 요로는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는 지역 중 한 곳이다. 그 지역에는 농토가 있는 계곡이 있어서 주로 농사를 지어 생활을 한다. 그러나 요로는 ‘물고기 비’ 때문에 더 잘 알려져 있다.

지역 주민들은 ‘물고기 비’가 봄이 끝나갈 무렵이면 매년 발생하는 현상이며, 어떤 해에는 한 번 이상 내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루비아 데 페스세스(lluvia de pesces, 영어로 직역하면 rain of fish)’는 지독한 폭풍이 지나간 다음에만 일어난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급히 집으로 대피한 다음 발생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폭풍이 지나가고 나면 주민들은 서둘러서 바구니를 들고 거리로 몰려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정어리처럼 생긴 물고기들이 여기저기 뿌려져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한 점은 이 물고기들이 요로 지방 수로에는 서식하지 않는 종이라는 사실이다.

이 지방 사람들은 이 물고기들이야말로 다름 아닌 신이 개입해서 기적을 하늘에서 내려주는 것이라 믿고 있다.

“이건 기적입니다.”

지역 주민 중 한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이 현상을 하나님의 축복으로 여깁니다.”

실제로 이 지방의 많은 사람들에게 ‘물고기 비’는 일 년 중 생선을 맛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기 때문에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요로 지방에는 가난이 가실 줄 모른다. 옹색한 진흙벽돌 집에서 가족들이 비좁게 살고 있다. 일부 사람들의 주식은 옥수수나 콩, 또는 스스로 농사 지은 곡물 뿐이므로 ‘물고기 비’야말로 신선한 바다 생선을 맛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된다. 그들에게는 ‘물고기 비’야말로 정말 기적이다.

“이것은 우리 주님만이 알고 계신 비밀입니다. 우리의 하늘에서 내리기 때문에 이것은 너무나도 커다란 축복입니다.”

요로의 라 유니온 지방 복음주의 교회 아우델리아 헤르난데스 곤잘레스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기적 뒤에 감춰진 과학

1970년대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파견한 일단의 과학자들이 임무 수행 중 우연한 기회에 요로를 찾아 ‘물고기 비’를 경험하게 되었다.

이 과학자들은 물고기 강우 자체는 목격하지 못했지만 커다란 폭풍우가 지나간 다음 길바닥에 떨어져있는 물고기들을 볼 수 있었다. 그 때부터 과학자들은 이른바 연례행사를 밝힐 수 있는 가장 합당한 설명을 제공해왔다.

신기하게도 과학자들은 깨끗이 씻겨진 물고기들이 모두 앞을 못 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과학자들은, 이 물고기들이 지하에 흐르는 강이나 지하 동굴에 살다가, 빛을 보지 못해 눈이 멀게 되었다는 가설을 내세웠다. 그들은 비를 동반한 강력한 폭풍우와 뒤이은 홍수로 인해 땅 속의 물고기들이 지상으로 나올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고기 비’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가정은 용오름이다.

용오름은, 물 위에 형성되었다가 소용돌이나 토네이도처럼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깔때기 모양의 구름들을 가리킨다. 용오름은 응축된 상태를 공기 중으로 빨아올리는데, 물 위의 작은 동물들을 들어 올려 지상에 내려놓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 이론은, 용오름이 물고기를 먼 거리까지 이동시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 않고, 요로의 도로에 뿌려진 물고기들이 그 지역 수로에 사는 종류가 아니기 때문에 설득력이 약하다.

이 물고기들은 아마도 100마일 이상 멀리 떨어진 대서양에서 날아왔을 가능성이 크다. 이 거리라면 용오름이 물고기들을 이끌고 도달하기에는 너무 멀다.

‘물고기 비’ 또는 ‘동물 비’ 현상은 멕시코, 중국, 태국, 그리고 호주 등지의 세계 다른 지역에서도 보고되어 왔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생물들로는 물고기와 개구리가 가장 흔하지만 거미, 새, 뱀, 쥐, 그리고 해파리들도 간간히 보고된다.

이 현상이 직접 발생하는 현장의 사진이 없는 것은, 그런 악천후 속에서는 아무도 감히 밖으로 나갈 엄두를 못 내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하늘에서 내리고 있는 물고기의 사진 증거들은 없지만 폭풍우가 지나간 다음 끈적끈적한 물고기들이 널브러져 있는 신기한 사진들이나 동영상들은 존재한다.

사실, 하늘에서 물고기들이 내리는 현상을 직접 목격한 증인들이 없기 때문에, 왜 이 작고 눈이 먼 물고기들이 지난 100여 년간 큰 비가 지나간 다음 요로의 도로에 모습을 드러내게 되는지에 대한 설명으로는 강물의 범람이나 지하 동굴에서 나왔다는 설명이 가장 논리적인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이는 당연히 이 지역 주민들에게 그저 무미건조한 설명일 뿐이다.

‘루비아 데 페스세스’ 기념일

요로 주민들이 ‘루비아 데 페스세스’에 대한 이러한 과학적 설명에 대해 잘 알고 있든지 그렇지 않든지, 또 그들이 그런 설명들에 신경을 기울이는지의 여부를 떠나 요로 공동체는 자신들의 신비스러운 전통에 대해 자부심이 대단하다.

“우리는 스스로를 소개할 때 ‘저는 물고기 비의 고장 출신입니다’라고 말을 합니다.”

전 생애를 요로 지방에서만 살아온 루이스 안토니오 바렐라 무릴로는 한때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힌 적이 있다.

약 93,000명의 인구를 지닌 요로 지방에서는 ‘물고기 비’를 기념하는 축제가 해마다 벌어진다.

기념일은 첫 번째로 커다란 강우가 기록되는 날에 따라 달라진다. 기념행사에는 축제와 행진, 그리고 ‘루비아 데 페스세스 아가씨(Senorita Lluvia de Peces)’의 영예를 획득하기 위한 경쟁이 여성들 사이에서 벌어진다. 승리자는 인어 복장을 하고 차에 올라 행렬을 누빈다.

지역 주민들의 상당수는 ‘물고기 비’에 대해 19세기에 있었던 호세 마누엘 수비라나 신부의 전설을 신봉한다.

“이건 기적입니다.”

2017년 지역 주민인 루치오 페레즈는 이렇게 말했다.

“이곳 요로에서는 하나님이 이 물고기들을 선물로 보내주셨다는 말들을 주로 합니다.”

이 물고기들이 신의 선물이라는 믿음이 강하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이 물고기들을 파는 행위는 금지되어 있다. 대신에 요로 공동체는 나눔을 실천한다. 다른 사람들보다 많은 물고기를 획득한 사람들은 제 때 길거로 나서지 못해서 거두지 못한 사람들과 수확을 나눈다.

수비라나 신부의 유해는 요로 중심부 광장에 있는 가장 큰 가톨릭 성당에 묻혀 있다. 신부의 전설이 들려주는 영적인 경이로움과 그가 요로 사람들에게 묘사했던 성령의 자비로움은 아직 분명히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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