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해외사업 기자재 발주계획 발표…원전생태계 정상화 계획
“국내 원전 운영 경험, 글로벌 시장서 핵심 성공요인으로 작용“
K-원전의 경쟁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체코와 폴란드에 우리 기술로 만든 원전 수출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등 중부유럽과 동유럽 국가들과 경제·안보 협력을 더 공고히 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사장 황주호, 이하 한수원)은 지난 12일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에 위치한 루마니아 원자력공사(SNN)에서 캐나다 캔두 에너지(Candu Energy), 이탈리아 안살도 뉴클리어(Ansaldo Nucleare)와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1호기 설비개선사업 공동 수행을 위한 컨소시엄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 원전은 월성 2,3,4호기와 동일한 CANDU-6(700MW) 노형으로, 운영허가 기간이 30년이다. 이번 컨소시엄에서 캔두와 안살도는 각각 원자로 계통과 터빈발전기 계통의 설계와 기자재 구매를 담당한다. 그리고 한수원은 전체 시공뿐만 아니라 방사성폐기물 보관시설 등 인프라 건설을 담당할 예정이다.
컨소시엄 협약의 의의
그렇다면 이번 협약은 어떤 의의를 담고 있을까. 한수원은 이번 컨소시엄 협약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협약 그 이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수원은 올 6월 2600억원 규모의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 삼중수소제거설비 건설사업을 수주했고, 앞서 2021년에는 체르나보다 원전 대형 기자재 공급 사업도 수주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수년간 발주사인 루마니아 원자력공사와 돈독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신뢰를 구축한 상황“이라면서 “체르나보다 1호기는 원 공급사가 캐나다와 이탈리아 회사임에도 이번에 한수원이 컨소시엄에 함께하게 된 것은 이와 같은 공고한 신뢰 관계가 바탕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루마니아 원자력공사와 캔두 에너지와 안살도 뉴클리어가 한수원이 월성1호기 설비개선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던 경험과 우수한 사업관리 능력 등 역량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라고도 덧붙였다.
지난 2009년부터 2년 정도 걸린 월성1호기 계속운전을 위한 설비개선에는 약 7000억원이 소요됐으며 주요 공사실적은 압력관 교체, 터빈-발전기 구성품 교체, 제어용전산기 교체 등이 있다. 압력관은 경수로 노형의 원자로와 유사한 설비로, 우라늄의 핵분열이 일어나는 장소다. 한수원에 따르면 월성1호기와 동일한 700MW급 중수로형 원전의 압력관 교체에는 평균 41개월이 소요된 반면, 월성1호기는 27개월만에 압력관이 교체 완료됐다.
한수원 관계자는 “이번 컨소시엄 협약은 한수원과 한국의 원전 산업계가 대규모 설비개선 시장에서도 주요 공급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했다“면서 “또한, 체르나보다 원전이 캐나다가 개발한 중수로인 점에도 불구하고 한수원이 참여하게 된 것은 국내에서의 원전 운영 경험이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핵심 성공요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방사성 폐기물(방폐물) 저장시설, 목업(Mock-up, 실물모형) 및 훈련시설, 정비 및 제염시설, 업무용 건물 등 약 20개 시설의 인프라 건설을 맡게되며 체르나보다 원전 1호기의 안전성 증진과 계속운전을 위해 원자로 계통의 압력관 교체, 내환경 검증 안전등급 케이블 교체 및 증기발생기 1차 습분분리기 개선 등 약 190개 항목 등 다양한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나아가 한전KPS와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자로 계통 및 터빈-발전기 계통의 설비개선 시공 및 일부 기자재 공급을 담당하게 된다.
한수원은 “한수원이 공급하는 일부 기자재에 국내 제작사들이 참여할 수 있다“면서 “한수원이 컨소시엄의 핵심 멤버인 만큼 국내의 우수 기업들이 최대한 참여할 수 있도록 캔두 에너지, 안살도 뉴클리어와 지속적으로 협의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원전 생태계 복원을 위한 정책 뒷받침
루마니아와의 원전 협력 강화는 지난 7월 윤석열 대통령과 클라우스 베르네르 요하니스(Klaus Werner Iohannis) 루마니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8월 정부의 원전 수출 성과를 원전 중소·중견기업들이 체감하고 일감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전 아트센터에서 ‘원전 수출 일감 통합 설명회’를 개최하고 총 104개 품목 8000억원 규모의 해외사업 기자재 발부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정부는 원전 생태계의 완전한 정상화를 위해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원전 10기 계속운전 추진, 2023년 3조5000억원 규모 일감 공급, 2000억원 규모 금융지원과 인력양성 방안 마련, 소형모듈원전(SMR) 기술개발 및 산업기반 구축,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 마련 등 모든 정부 차원의 정책 역량을 집중해 추진하고 있다. 폐기와 계류를 반복한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가 지지부진하자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9월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산업부와 한수원은 발주 속도를 높여 대규모 수출 일감을 국내 원전산업계에 조속히 공급하고 해외사업 참여에 대한 기업의 부담을 낮춰 국내 원전생태계 복구를 총력 지원할 예정이다. 체르나보다 삼중수소 제거설비 사업을 비롯한 이집트 엘다바 사업의 기자재 발주를 10월부터 시작해 내년 6월까지 지속 공급하고 발주 후 6개월 내 계약체결을 신속히 완료하기로 하는 등 정책 뒷받침이 이뤄지고 있다.
루마니아 원전설비 수출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한수원이 추가 성과 창출을 위한 총력전에 돌입한 상황이다.
한주호 사장은 “앞으로 발주사 및 컨소시엄 구성원 간 긴밀히 협력해 최종 계약에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위키리크스한국=안준용 기자]
junyongahn0889@wikileaks-kr.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