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다시 시작된 美·中 경제전쟁… ‘위기를 기회로’ 삼성전자의 전략 주목
[포커스] 다시 시작된 美·中 경제전쟁… ‘위기를 기회로’ 삼성전자의 전략 주목
  • 정예린 기자
  • 승인 2020.05.18 07:29
  • 수정 2020.05.1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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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 제한 '화풀이성' 경제제재
中 정부 "권리 단호히 방어"… 애플, 퀄컴 등 보복조치 만지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최고 상태였던 미국 경제는 중국에서 전염병이 날라들면서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국은 전염병의 근원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는데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여론에 시달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화살을 중국에 돌리면서 지난해 세계경제를 얼어붙게 했던 ‘G2 전쟁’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미국이 지난 15일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초강도 압박 정책을 내놓자 17일 중국도 미 애플, 퀄컴, 보잉 등에 대한 보복을 예고했다.

미 상무부는 해외 기업이 미국산 장비로 생산한 반도체를 화웨이 등에 수출할 때 승인을 받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제3국 반도체 회사들도 미국기술과 장비를 부분적으로 활용했다면 화웨이와 거래를 할 경우 미국 정부의 허가를 했다. 이전에는 미국 기술 활용도가 25% 이하라면 화웨이와 거래할 수 있었지만, 이를 원천 차단한 것이다.

대만 최대 반도체업체 TSMC 등이 화웨이에 반도체 칩을 공급하는 것을 제한해 화웨이를 압박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미 행정부는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통신장비의 미국 내 판매를 막는 행정명령도 1년 연장했다. 미 연방공무원 퇴직연금인 ‘연방공무원 저축계정’(TSP)의 중국 주식투자를 차단하기로 하는 등 자본시장에 대한 규제도 검토 중이다.

또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NASDAQ)에 상장된 중국 상장사들이 미 자본시장에서 자본 조달을 막는 방안도 실시한다. 중국에 있는 생산기지를 미 본토로 옮기는 ‘리쇼어링’(제조업의 본국 회귀) 정책도 계속 밀어붙인다는 계획이다.

이에 중국 정부는 △애플, 퀄컴, 시스코 등 미 기업에 대한 중국 내 제한 및 조사 △보잉 항공기 구매 중단 △미국 관련 기업을 중국판 블랙리스트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 포함 등 보복조치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미국의 조치는 세계적 차원의 공급망을 파괴하는 행위”라며 “우리는 중국 기업의 합법적이고 정당한 권리를 단호하게 방어할 것”라고 맞섰다. 특히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중국 정부가 애플과 퀄컴, 보잉 등 미국 기업을 ‘신뢰할 수 없는 기업’(블랙리스트)에 올릴 준비가 됐다”고 보도했다. 중국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중국시장 내 접근이 사실상 차단된다.

중국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15일 논평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제정신이 아니다”며 “양국이 관계를 끊는다면 미국이 더 큰 고통을 받을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삼성전자가 1일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사진은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코로나19 책임론으로 악화한 양국 관계가 ‘기술패권’을 둘러싼 경제전쟁으로 비화할 경우 삼성전자를 비롯해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요한 축을 맡고 있는 국내기업들은 초긴장 상태에서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미국의 제재 방침에서 한국의 주력 반도체 수출품인 메모리 분야는 비껴갔지만 장기적으로 스마트폰 생산 감소 등으로 국내 업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화웨이가 반도체 조달 애로 등을 이유로 스마트폰 등의 생산을 줄일 경우 화웨이에 D램과 낸드플래시 등을 공급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도 상당한 영향이 불가피해진다.

화웨이는 코로나19 사태 확산 전까지 최근 2년간 삼성전자의 5대 고객이었으나, 현재는 중국 스마트폰 공장 가동 중단 등으로 반도체 수요가 줄면서 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중국 기업에 제품을 조달해온 미국 퀄컴, 인텔 등이 타격을 입는 경우 파장은 더욱 복잡해진다. 이들 기업은 삼성전자의 경쟁사이기도 하면서 주요 고객사이기 때문이다.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미국이 메모리 반도체 수출까지 규제할 경우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인 D램과 낸드플래시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SK하이닉스는 D램 2위, 낸드플래시 5∼6위 권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D램, 낸드플래시 3위, 4위인 마이크론이 미국 업체인 만큼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압박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메모리 분야 수출까지 막으면 미국이 자국 기업을 죽인다는 내부 반발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미 미국 반도체 기업은 기존의 화웨이 제재만으로도 상당한 피해를 본 상황이다. 지난해 5월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시작한 뒤 미국의 반도체 회사는 분기별로 4~9%가량 매출이 감소했다.

한국의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번 조치가 화웨이의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 기업 대만 TSMC에 가장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TSMC는 화웨이 매출이 전체의 14%를 차지하는 글로벌 1위 파운드리 업체이며, 삼성의 가장 큰 경쟁사다. 삼성전자는 현재 앞으로 10년 내에 TSMC를 따라잡고 이 분야 세계 1위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조치로 TSMC가 매출에 악영향을 받게 된다면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목표달성 시기가 한층 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에 이은 글로벌 2위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화웨이의 침몰이 삼성전자에 또 다른 득을 안길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화웨이가 미국 제재로 구글 서비스를 탑재하지 못하면서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유럽 시장 점유율이 2%포인트 상승한 전례가 있다.

네트워크 장비 사업에서도 삼성전자의 수혜가 기대된다. 화웨이는 글로벌 네트워크 장비 1위 업체다. 지난해 말 기준 점유율은 30%에 달한다. 장비 분야 후발주자인 삼성전자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 이후 5세대(5G) 이동통신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해왔다.

화웨이가 미국 시장 공략이 어려운 틈을 타 버라이즌, AT&T, 스프린트, US셀룰러 등과 장비 공급 계약을 맺었다. 덕분에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기준 5G 시장 장비 점유율을 23%까지 끌어올렸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중국간 경제전쟁이 본격화하고 장기화하면 국내 기업들도 엄청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정부와 기업들이 면밀하게 상황을 주시해가면서 장기적 차원에서 전략적 결정들을 내려가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 정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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