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제품 아니냐는 질문에 "시제품일 뿐"
'혁신 없다' 비판 이어지는 CES…"짝퉁 홍수 속 혁신 어불성설"
중국 기업들의 ‘베끼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차별화된 신기술로 건강한 경쟁이 이뤄져야 할 공간에서 아무렇지 않게 ‘짝퉁’을 대표 제품, 미래 기술로 내세우고 있다.
올해 CES는 유독 와우 포인트, 즉 새로움이 없다는 평가가 많이 나오고 있다. 그 해의 혁신 제품과 기술을 전시해 향후 10년을 내다 보는 세계 최대 가전·IT이지만 명성이 예년만 못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짝퉁 제품이 주를 이루는데 상황에서 관람객이 혁신을 느끼지 못하는건 당연한 결과라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 중국 기업들의 부스를 방문했을 때 다른 의미로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개발하고 출시한 각종 신제품들이 버젓이 중국 기업의 미래 기술로 소개되고 있었던 탓이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의 라이프스타일 TV와 LG전자의 LG 오브제 TV, 트윈워시 세탁기가 TCL, 하이센스, 창총 등 중국 기업들의 기술로 둔갑해 전시돼 있었다.
삼성과 LG의 제품과 너무 유사한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현장 관계자들은 “아직 판매되고 있는 제품이 아니라 시제품에 불과하다”며 말을 아꼈다.
삼성전자가 최초 고안해 작년 개발한 ‘더 세로’는 가로 형태의 전통적인 TV 모양을 과감하게 깨고, 모바일 디바이스 환경에 적용할 수 있도록 가로·세로 방향 전환이 가능한 제품이다. 스마트폰 사용량이 높은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시도해 올해 ‘CES 혁신상’을 포함해 각종 상을 휩쓰는 등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이처럼 가로·세로 방향 전환이 되는 ‘로테이트 TV’는 TCL, 하이센스, 창총 등 대부분의 중국 기업에 전시돼 있었다. 다만 삼성전자는 하단에 스피커 기능을 하는 스탠드가 있는 반면 중국 제품들은 벽에 부착해 회전되는 방식이 다수를 이뤘다.
다양한 아티스트, 박물관 등과 협업해 명화를 TV 속으로 넣은 ‘더 프레임’ 또한 중국 기업의 카피 대상이었다. 그러나 너무 조악한 미완성 형태였다. 화면이 겹쳐보이는 것은 물론 한 프레임안에 그림이 꽉 차지 않는 등의 문제도 발생했다.
또 창총은 가구와 가전을 결합해 공간과의 조화를 강조한 ‘LG 오브제 TV’를 카피한 제품을 전시했다. LG 오브제 TV가 가로로 열려 뒷편 수납공간을 제공하는 것과 달리 창총의 제품은 TV가 위로 들려지는 형태를 갖췄다.
TCL은 삼성전자의 ‘더 세로’, ‘더 프레임’ 뿐 아니라 LG전자의 트윈워시 세탁기와 유사한 제품 ‘안티 폴루션 듀플렉스'도 전시했다. 트윈워시는 세탁기 하단에 통돌이 세탁기 ‘미니워시’를 결합해 동시 세탁과 분리 세탁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TCL의 제품은 상단에 초음파 세탁이 가능한 미니 세탁기를 더해 안경, 보석 등을 세척하거나 양말 등 간단한 세탁이 가능하다. 이 제품은 현재 아시아 일부 지역과 유럽에 판매되고 있다. 미국 시장에는 내년에 대용량 제품으로 출시된다.
[라스베이거스(미국)=위키리크스한국 정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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