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6조원 불과
지난해 중국 기업들의 배터리 분야 투자액이 한국의 7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비투자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배터리 산업구조에서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기업들의 이 같은 ‘돈질’에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시장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4일 중국 배터리 전문 매체 뎬츠왕(電池網)이 발표한 자체 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공식 발표된 중국 내 리튬이온 배터리 투자 규모가 2,484억 위안(약 41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소재 생산업체와 전기차 기업을 포함한 전체 배터리 산업의 투자액은 무려 7,419억 위안(약 124조2,500억원)에 달했다. 이는 2018년의 5,710억위안(약 95조6,300억원)보다 30% 가까이 늘었다.
중국 배터리 업체는 2018년 105개사에서 최근 80여개사로 눈에 띄게 줄었다. 에너지분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의 자료에 의하면 중국업체들의 배터리 사용량도 8월부터 11월까지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럼에도 투자규모가 한국의 7배에 달한 것은 중국 정부의 자국기업 일감 몰아주기 정책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선두기업에 힘을 실어 주면서 CATL, 비야디 등은 급속 성장하고 있는 반면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업체들은 점차 밀려났다”며, “(이번 결과는)비대해진 선두 업체들이 더욱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배터리 시장점유율 3위였던 옵티멈나노에너지가 자금부족에 따른 소극적 투자가 이어지면서 지난달 결국 파산을 신청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소수의 선두권 기업들을 집중 육성해 세계적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의 경우 지난해 약 6조원의 투자를 단행했다. 중국의 7분의 1 수준이다.
LG화학은 작년 초 시설 투자액 6조2,000억원 가운데 절반 수준을 배터리에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삼성SDI는 2018년의 1조8,000억원과 유사한 수준의 투자 계획을 세웠다고 언급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도 컨퍼런스콜에서 지난해 시설 투자를 약 1조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으며 전체 투자의 30% 가량을 차지한다고 공개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대규모 투자로 경쟁력을 높여가는 동안 지난해 국내 배터리 업계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전과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사고 등 악재들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며, “다만 지난달에만 LG화학의 미국 오하이오주 공장 설립, SK이노베이션의 중국 창저우 공장 준공 등 해외 배터리 생산기지 구축 소식을 전하는 등 시장경쟁력 선도를 위한 신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위키리크스한국=양철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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