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 수주 급증...후판가 협상서 철강업계 ‘한판승’
조선사 수주 급증...후판가 협상서 철강업계 ‘한판승’
  • 임준혁 기자
  • 승인 2021.04.06 17:58
  • 수정 2021.04.06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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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 수주 랠리‧철광석 값 폭등...톤당 10만원 인상키로
日‧中 수입물량 감소...가격 협상력서 철강업계 주도권 획득
조선업계 “후판 원가 20% 차지...1% 인상시 영업익 2% ↓”
[출처=현대제철]
[출처=현대제철]

최근 국내 대형 조선사들의 몰아치기 수주로 철강업계가 선박의 주재료인 후판(厚板·두께 6㎜ 이상의 두꺼운 강판)의 가격을 인상할 명분이 생기면서 조선업계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조선 업황 부진을 이유로 후판 가격 줄다리기에서 번번이 졌던 철강업계지만, 최근 대형 조선사를 중심으로 한 몰아치기 수주에 원료인 철광석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철강업계가 오랜만에 이기게 된 것이다.

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조선 3사와 상반기 선박용 후판 가격 협상을 마쳤다. 현대제철도 한 조선사와 조선용 후판 공급가격을 톤당 10만원 이상 올리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량을 더 많이 공급하는 조건이 따라붙었지만 철강업계의 주장이 상당 부분 받아들여진 가격이다.

후판 공급가격은 각 철강사와 조선사가 반기마다 협상을 통해 결정한다. 현대제철뿐만 아니라 포스코, 동국제강도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이른바 조선 ‘빅3’ 업체와 올해 상반기 공급 가격을 협상하고 있다.

후판가 인상폭을 두고 조선업계는 톤당 7만원, 철강업계는 톤당 13만원 수준을 제시하며 줄다리기를 해왔는데, 양 측이 절충안을 내서 톤당 10만원 이상 올리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상반기 가격 협상은 연초부터 시작했지만 조선사와 철강사 간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협상이 7월까지 지연됐다. 조선 업황 부진을 감안해 현대제철은 지난해 상반기 3만원을 인하하고 하반기에 동결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포스코도 3만원 미만 범위에서 후판 가격을 인하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부터 조선업계에서 연이어 수주에 성공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에서 총 1024만CGT(표준선 환산톤수)가 발주된 가운데 한국은 532만CGT를 수주했다. 이는 전년 동기 수주량인 55만CGT보다 10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동시에 2008년 이후 13년 만에 1분기 최대 기록이다.

실제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 3’는 현재까지 123억9000만달러(약 14조440억원)를 수주했다. 올해 빅 3 전체 수주목표 304억달러의 40.4%를 채웠다. 신조선가지수도 130포인트를 기록하며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지난해 1월 수준을 회복했다. 선종별로 30만~200만 달러 가량 가격이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업계로서는 신규 수주 부진을 이유로 후판 가격을 동결하거나 인하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후판의 원료인 철광석 가격이 치솟은 것도 가격 인상에 톡톡히 한 몫 했다.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1분기 톤당 평균 90달러였지만, 올해 1분기는 평균 167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에는 178달러까지 육박했다. 1년도 안 돼서 두 배 가량 급등한 것이다. 중국의 감산 조치로 2분기에는 철광석 가격이 다소 내리겠지만 150달러 안팎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두 산업계는 공생하는 관계”라며 “지난해 조선업계가 어려울 때는 조선사들의 목소리를 많이 반영했던 만큼, 올해는 철강업계의 입장을 고려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철강업계의 이같은 자신감은 동북아 후판 수급 상황에서 비롯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본과 중국산 후판 수입물량이 줄고 있어 철강업계가 주도권을 쥐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 물량 확보가 중요한 만큼 조선업계가 후판 공급가격 협상을 빠르게 마무리 지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사들은 인상폭을 두고 밀고 당기기를 더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후판 가격은 배 한 척을 만드는데 드는 총 비용 가운데 약 20%를 차지한다. 후판 가격이 1% 오르면 조선사의 영업이익이 2% 가량 감소하는 구조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철광석 가격이 크게 올라 후판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철강업체들의 주장을 이해한다”면서도 “작년 연말부터 수주가 봇물 터지듯 성사되고 있지만 여전히 조선업계는 수익구조, 재무제표 측면에서의 사정이 어렵다. 가격을 두고 (철강사와의) 협상은 더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임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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