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필현의 시선] ‘의약보국’ 초석 놓은 제약 1세대
[조필현의 시선] ‘의약보국’ 초석 놓은 제약 1세대
  • 조필현 기자
  • 승인 2022.08.24 15:10
  • 수정 2022.08.2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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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필현 의료·제약산업 부장
조필현 의료·제약산업 부장

“저 유럽 가운데 있는 조그만 나라 스위스처럼 대한민국이 제약 강국이 되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습니까.” 고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은 2016년 1월 한미 오픈이노베이션 포럼에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제약·바이오 혁신기업으로 우뚝 서겠다는 포부였다. 임 회장은 생전에 제약산업계의 연구개발(R&D) 선구자라고 해도 무색할 만큼, R&D 투자를 강조했다. ‘R&D 승부사’ 기질은 2000년 의약분업 당시 확연히 드러난다. 국내 대부분 제약기업이 R&D 투자를 축소할 때, 임 회장은 역발상으로 투자를 확대한다. 이때 2000년 전후로 해서 제약산업 R&D 지형을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5년에는 한 해 동안 총 7건의 대형 신약 라이선스 계약을 글로벌 제약기업과 잇따라 성사시키며, 한국을 역동적인 제약 국가로 탈바꿈시켰다. 한미약품 R&D 비율은 총매출액 대비 20%대에 달한다. R&D 비율이 20%대를 유지하는 곳은 국내 제약사 중 유일하다. R&D 20%대 투자는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 화이자, MSD 등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R&D 투자 결실은 확연하다. 현재 한미약품이 자체개발한 개량신약 중 연매출 100억원이 넘는 품목은 모두 20여개 이른다.

고 윤영환 대웅제약 명예회장은 1974년 국내 최초로 ‘우루사’의 연질캡슐, 1988년 국민 소화제 ‘베아제’를 출시한다. 2001년 국내 바이오 신약 1호 ‘이지에프’를 순수 국내 생명공학 기술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코엔자임큐텐’과 개량 복합신약인 ‘올로스타’,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 등 자체개발 의약품을 잇달아 선보였다. 특히 윤 명예회장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 차원에서 사재를 출연, 대웅재단과 석천나눔재단을 설립해 글로벌 인재 육성에도 투지를 아끼지 않았다. 고 어준선 안국약품 회장은 2009년 한미FTA, 생동시험 파문, 포지티브 리스트 등 제약산업이 ‘삼중고’를 겪을 때 한국제약협회 회장을 역임하면서 제약산업 발전에 많은 역할을 했다. 제15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 IMF 외환위기 상황에서 국내기업이 외국에 헐값에 팔리는 것을 막는 ‘자산재평가법’ 개정안을 발의해 통과시켰다. 1981년 먹는 시력감퇴 개선제 ‘토비콤’을 발매해 국민 눈 건강을 위한 제품을 선보였고, 업그레이드된 ‘토비콤-S’를 개발해 블록버스터 품목으로 키웠다. 국내 천연물 5호 신약 ‘시네츄라’를 발매해 연매출 300억원대 제품으로 성장시켰다.

‘좋은 약으로 국가를 돕는다’는 의약보국(醫藥報國)에 힘써온 제약 1세대 경영진들이 잇달아 퇴진하고 있다. 이달(8월)에만 어준 안국약품 명예회장과 윤영환 대웅제약 명예회장이 영면에 들었다. 앞서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은 2년 전 영면에 들었다. 1세대 경영진들은 한국 제약산업의 R&D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면서 초석을 다졌다는데 의미가 깊다. 제약 강국을 향한 담대한 도전에 일생을 헌신한 1세대 경영인들. 그 담대한 걸음을 멈추지 않고 선대 회장의 유지를 잇는 것은 우리의 몫으로 남았다.

[위키리크스한국=조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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