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줌인] 우크라이나의 더딘 반격이 미국 정치권에 던지는 함의... 전쟁 장기화, 미 정치에 치명적 악영향 가능성
[우크라 줌인] 우크라이나의 더딘 반격이 미국 정치권에 던지는 함의... 전쟁 장기화, 미 정치에 치명적 악영향 가능성
  • 유 진 기자
  • 승인 2023.08.12 06:53
  • 수정 2023.08.12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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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 [사진 =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전이 될수록 러시아에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가시화되면서 우크라이나가 큰소리 친 대반격 작전에 대한 서방의 평가가 점점 냉정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CNN방송은 이같은 상황과 관련, 우크라이나의 더딘 반격 또는 실패가 미국 정치에 던지고 있는 함의(含意)를 분석하는 기사를 11일(현지시간) 내보냈다. 다음은 이 보도의 전문이다.

대반격 작전을 펼치면서 아직까지 스스로의 희망은 물론 서방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가장 큰 비극 중 하나는 자국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정부는 미국과 서방의 대규모 군비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이, 역사적 사명감과 개인적인 권력 추구에 사로잡혀 끔찍한 우크라이나 전쟁을 야기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결단에 달리게 될 가능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따라서 희생의 규모와 우크라이나가 얼마나 많은 영토를 회복할 것인지가 비례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전쟁의 결과는 미국, 러시아 및 서방의 정치 판도를 포함한 외부 요인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의 공세가 정체되고 동절기를 맞아 교착 상태에 빠지면, 이 문제가 미국의 치열한 대선 시점과 맞물리면서 이 전쟁에 대한 지지를 놓고 미국 정치권에 의문이 고조될 수 있다.

미국인들은 내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나토(NATO) 회의론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패가 혹시라도 푸틴의 결단에 좌우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우크라이나의 가장 확고한 지지자이면서 서방 동맹 부활의 핵심 주자인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토를 무시하고, 푸틴을 존중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24시간 안에 끝낼 수 있다고 큰소리를 치고 있다. 그리고 트럼프가 2024년 공화당 후보가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전쟁에 대한 대중의 지지가 줄어들면 바이든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런 정황을 배경으로, 정치적, 전략적 목표를 위해서라도, 올 여름 우크라이나가 절치부심하던 대반격에 상당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엄청난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공세는 전격전이라기보다는 악전고투에 가깝고, 전쟁은 최소한 내년까지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정세 분석이 정확하다면, 우크라이나의 전투 수행 능력, 수십억 달러 규모의 지원 패키지에 대한 미국의 여론, 끔찍한 사상자를 내고라도 목표를 성취하겠다는 푸틴의 야망 등과 관련된 모든 쟁점의 탄성 방정식(elastic equation)은 훨씬 더 팽팽해질 것이다.

미국과 서방의 고위 관리들은 우크라이나군의 영토 회복 능력에 대해 점점 더 ‘냉정한(sobering)’ 평가를 내리고 있다. 관련해서 한 고위 서방 외교관은 우크라이나가 진전을 이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몇 주 안에 힘의 균형이 바뀔 가능성은 “매우, 대단히 희박하다”고 우울하게 말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내외의 관리들도 반격의 추세가 그들이 기대했던 것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음을 이제는 인정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분전(奮戰)과 막대한 전투력 손실은 부분적으로 러시아가 공들여 건설한 튼튼한 다층 방어 전술과 참호 및 지뢰의 위력 때문이고, 이러한 난관을 돌파하는 데 필요한 병력의 숫자도 부족한 현실에서 비롯되고 있다. 러시아군은 침공 초기에는 전력이 노출되어 키이우 돌파에 실패했지만, 현재의 판세는 우크라이나에게 더 어려운 국면임이 사실이다.

지난 5월 G7 정상회의에서 대화하는 바이든과 젤렌스키 [사진 = 연합뉴스]
지난 5월 G7 정상회의에서 대화하는 바이든과 젤렌스키 [사진 =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지쳐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러시아가 공포에 떨고 있다고 주장하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외부의 시각이 얼마나 중요하지 잘 알고 있는 젤렌스키는 반격이 실망스럽다는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첨단 무기가 더 필요하다는, 그의 특유의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반격은 분명 쉽지 않습니다. 일부가 원하는 만큼 빠르게 진행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젤렌스키는 화요일 방송된 남미 국가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실토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동맹국들에게 인내심을 요구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이 사기가 떨어진 러시아인들을 물리칠 것이라고 다짐했다. 

“우리의 눈에는 피로가 있지만, 그들의 눈에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분명한 차이는 거기에 있습니다.”

한편, 군대의 기동을 더 어렵게 만드는 가을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의 대공세가 성공하기에 시간이 부족하다는 주장은 아직은 이르다는 평가도 있다.

미 육군 중장 출신의 마크 허틀링 퇴역 장성은 화요일 CNN과 인터뷰에서 “이 전쟁 초기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믿었던 군사 전문가들이 많았지만, 그들이 틀렸음이 입증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가 워싱턴과 보스턴 사이의 거리에 해당하는 지역에 걸쳐 대규모 공세를 벌이고 있으며, 목표 도달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의 전황과 관련되어 부정적 평가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분명한 사실은 우크라이나가 하고 있는 일은 정말로 쉽지 않은 임무이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할 수 있습니다.”

[사진 = 연합뉴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 =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문제에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는 미국 정치권

현 시점에서 서방은 우크라이나에게 필요한 시간을 줄 수 있는 관용을 지니고 있을까? 서방의 정책 전문가들은 앞으로 몇 주 사이 뚜렷한 돌파구 마련이 어렵다고 보기 때문에, 전쟁의 끝은 보이지 않지만, 전쟁의 또 다른 측면들을 고려할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어 보인다.

지난 주말 동안 평화 정착 방안을 찾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고위급 국제 평화회담이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휴전을 향한 명확한 해법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1991년 국경으로의 복귀를 고집하는 우크라이나는 양보할 의지가 거의 없고, 러시아가 합병한 크림반도에서 병력을 철수할 것이라는 전망도 현재로서는 제로에 가깝다. 그리고 사실상 우크라이나를 지도에서 없애버리려던 푸틴의 야심은 공들인 만큼의 성과를 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러시아 국내의 여론을 확실히 장악할 수 있는 만큼의 승기도 잡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궁극적으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이 전쟁에서 얼마나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느냐가 양측의 합의 시점을 결정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공산이 크다.

이런 시나리오의 결말은 미국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원을 계속할 수 있느냐와 언제 쯤 우크라이나 지원을 놓고 엇박자가 날 것이냐에 달려있을 것이다. 이 부분은 우크라이나의 무장(武裝)뿐만 아니라 나토 결속과 유럽 결의를 유지하는 데에도 똑같이 적용될 만큼 중요한 문제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든 안 하든 적어도 그의 치적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대한 대응과 냉전 끝 무렵의 조지 H. W. 부시 이후 미국 대통령으로 서방에서 보여준 가장 중요한 리더십으로 평가를 받을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벌써 의회에 연말까지 우크라이나 추가 자금 지원 법안을 제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 법안은, 회의론을 제기하는 공화당 의원들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수십억 달러를 계속 투입하려는 하원 공화당 다수의 의지를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공세가 교착 상태에 빠질 조짐은 이 전쟁을 바라보는 미국 정치권의 장기적 관점에 회의론을 심화시킬 것이다. 

미국 대선에서 외교 정책이 결정적인 요인이 되는 경우는 드물고, 우크라이나 전쟁은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핵심 의제가 아니지만, 아이오와와 뉴햄프셔 같은 조기 투표 주의 일부 공화당 지지자들은 이 문제를 거론하면서 미국이 몇 달 동안이나 높은 인플레이션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계속 지원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주 CNN과 SSRS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는 우크라니아 전쟁을 둘러싼 미국의 정치적 복잡성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유권자의 55%가 의회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추가 자금을 승인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또, 응답자의 약 51%는 미국이 이미 충분히 도와줬다고 답했고, 48%는 더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수치는 2022년 2월 러시아 침공 직후 62%가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답한 것과 대비되는 수치이다. 

미국의 여타 쟁점들과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문제도 심하게 양극화되어 있다. CNN 여론 조사에 따르면 공화당원의 71%는 의회가 새로운 자금을 승인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반면, 민주당원의 62%는 승인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는 새로운 자금 지원에 대해 공화당과 민주당이 합의할 수 있는 영역이 존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문제는, 하원에서 간신히 과반을 차지하고, 친 트럼프 세력의 기쁨조 역할만 하고 있는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대규모 원조 법안을 초당적으로 통과시킬 의지가 있느냐에 달려있다. 미국 하원의 아슬아슬한 정치적 역학 구조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서는 불안정한 기반이 되면서, 더딘 반격이 젤렌스키에게는 정치적 재앙으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국내에 문제에서도 전략적 손실을 가져다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악관은 우크라이나가 힘을 잃고 있다는 주장을 일축하면서 아직은 시간이 충분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존 커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 커뮤니케이션 조정관은 화요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조만간 지뢰 제거 장비와 히마르(HIMAR) 로켓 발사기 등의 새로운 무기 지원 패키지가 이번 주에 발표될 수 있음을 암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미국 여론이 식고 있는 상황에서 바이든은 내년 재선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목표 앞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장기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복잡한 과제에 직면할 수 있다. 현재는 어떤 미군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있으며, 대통령은 오랫동안 미국이 해외 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반대해 왔다. 그는 러시아와의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는 것을 핵심 전략으로 채택하고 있지만, 트럼프는 미군의 직접 파병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트럼프는 전쟁 범죄로 기소된 푸틴 대통령에게 굴복했다는 정치적 약점이 무색하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바이든의 태도 때문에 제3차 세계 대전이나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큰 소리로 경고해 왔다. 그리고 트럼프가 공화당의 대선 후보가 못 된다 하더라도 지난주 키이우를 방문한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등 공화당에서 우크라이나 문제로 목소리를 크게 내는 정치인들이 다음 주자로 대기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 유권자들이 2024년 11월에 자신들의 미래를 결정할 때 그들의 결정은 우크라이나의 운명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위키리크스한국 = 유 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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