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선박을 발주해야 하나?…해운업계, 친환경 눈치 게임 시작
어떤 선박을 발주해야 하나?…해운업계, 친환경 눈치 게임 시작
  • 이현규 기자
  • 승인 2024.04.09 17:36
  • 수정 2024.04.09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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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운항중인 HMM 컨테이너선. [사진=HMM]

친환경 선박 확보에 나선 국내 해운업계가 고민에 빠졌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친환경 선박 중 어떤 종류가 탄소배출 감축에 유리할지 판단이 서지 않고 있어서다.

해운업계는 국제해사기구(IMO)가 지난해 탈탄소화 목표치를 설정한 데 따라 탄소배출 감축에 나서고 있다. IMO 설정 목표에 따르면 해운업계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20% 감축하고 2050년까지 100%를 달성해야 한다.

HMM 등 국내 해운사들은 아직까지 친환경 선박에 쓰이는 연료가 과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수익 문제점도 있다며 친환경 연료를 이용한 차세대 선박 발주 계획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해운업계는 2030년 탄소배출 감축 목표인 20% 달성과 IMO가 요구하는 다양한 친환경 규제를 맞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

우선 선박 엔진의 배기가스에서 황산화물을 제거하고 공기와 수질을 보호할 수 있는 스크러버 장착을 추진하고 있다. 스크러버를 장착한 선박은 엔진과 보일러에서 배출되는 가스 중 황산화물을 제거해 청정가스를 배출할 수 있다. HMM 관계자는 "현재 스크러버 장착 선박 비율이 85%가량"이라고 밝혔다. 

또 5000톤 이상 선박이 1톤 화물을 1해리 운송할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을 수치화해 등급을 부여하는 CII 역시 HMM이 한척을 제외하고 모두 통과하는 등 순조롭게 대응하고 있다.

차세대 연료 선택의 어려움

현대미포조선이 건조한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의 모습. [사진=해수부 제공]

문제는 차세대 선박이다. 일단은 해운사들이 앞으로 사용할 친환경 연료를 선택해 차세대 선박을 발주해야 하는데, 연료마다 장단점이 있다보니 섣부르게 대량발주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한국선급 조사에 따르면 2045년 즈음에 암모니아 연료가 LNG보다 저렴해지는 시점이 올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운사들이 일제히 LNG선박 대신 암모니아 선박 발주를 계획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암모니아 엔진 등 기술 불확실성, 독성 문제, 생산 문제 등이 여전히 산재해 있고, 언제 해결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수소 연료와 메탄올 역시 문제가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수소 연료는 기본적으로 밀도가 매우 낮아 큰 저장소가 필요하다. 거기다가 냉동 상태로 유지해야하기 때문에 상당한 비용이 발생한다. 

이에 반해 메탄올은 상온에서 액체 상태를 유지해 LNG와 달리 초저온 연료탱크가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아직 생산설비 투자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경제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친환경 연료가 가진 이런 장단점들이 결국 탈탄소 정책을 실행해야 하는 당사자인 해운업계에 고민을 더 키우고 있다.

HMM관계자는 "일단 HMM은 메탄올 선박 9척을 지난해 발주했다"면서도 "그렇다고 2050년까지 메탄올만 바라보기에는 고려할 문제가 너무 많아 HMM뿐만 아니라 해운업계 전체가 복잡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친환경 연료 과도기가 언제쯤 끝날 것 같냐는 질문에 HMM 관계자는 "그걸 알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며 "과도기 기간이 얼마나 갈지 아무도 예상을 못하니 다들 답답해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눈앞의 이익 문제

한편 해운업계에 따르면 올해초 홍해 사태와 러시아산 원유 수입 제재로 인해 최근 원유운반선(VLCC) 선호도가 이례적으로 높아졌다. 원유 수입에 소요되는 이동 거리가 늘어나면서 친환경선이 아닌 유조선 발주량이 급증했다.

이런 상황에서 해운사들은 당장의 이익을 위해 친환경선보다 유조선 확보에 공을 쏟고 있다. 본래 장금상선이 691억원에 구매했던 유조선을 팬오션이 962억원에 구입했다는 업계 소식이 나올 정도다.

이런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수록 해운업계의 탈탄소화가 더 늦춰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친환경이 중요해도 돈을 벌어야 해운사가 유지된다"며 "해운업체들은 경쟁력 유지와 수익을 고려하며 선박 '세대교체'에 나설 수밖에 없어 매우 복잡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과도기인 친환경 연료 문제에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해운시황까지 겹치면서 해운업계에는 고민거리만 늘고 있는 셈이다.

[위키리크스한국=이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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