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너무 뿌옇다못해 앞이 안보일 정도다. 이건 이미 누구 탓이냐를 따지는 단계를 넘어서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모르겠는 상황이 되고있다. 공기청정기가 불티나게 팔리고 아이들은 더이상 놀이터에서 뛰어놀지 못하는 세상이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나 보던 먼지폭풍이 더이상 영화 속의 일 만이 아니다.
하지만 요리를 하는 주부나 요리사들에게 미세먼지는 늘 곁을 지켜오던 존재이다. 가스 불을켜고 생선을 굽고. 감자를 볶고, 주방에서 생성되는 오염물질이 현재의 대기 농도보다 진하니 이정도 미세먼지야 별것 아니지 않냐고 요리사들끼리는 농담도 건넨다. 그렇더라도 요즘처럼 안팎으로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정말 숨을 쉴 구멍이란 게 없다.
이럴 때 모두 솔루션을 음식에서 찾으려고 한다. 먹은 게 미세먼지일지언정 일단 먹었으니 내보내야 하는 법이니까. 그래서 내보낼 궁리를 하다보면 잘 먹는게 우선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가 없다.
전부터 미세먼지의 천적은 삼겹살로 알려져 있었다. 탄광촌의 광부들이 몸 속 노폐물을 뺀다고 삽을 달궈 삼겹살을 구워먹는 퍼포먼스는 보는 것만으로도 뭐든 빼내줄 기세다. 시뻘건 석탄이나 장작을 땐 튼실한 불에 지글지글 구워지는 섬겹살에 뚝뚝 떨어지는 기름들. 하지만 그걸 굽는 삽은 고기를 굽는 용도로 적당한지, 저 활활 타오르는 불은 해가 없는지 혹은 우리는 그저 삼겹살을 너무 좋아해서 이런 저런 이유를 달고 삼겹살을 먹고싶은 건 아닌지 생각해본다.
미세먼지를 몸 속에서 빼내주는 역할을 하는 좋은 음식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자신있게 “물” 이라고 대답하겠다.
인간 몸의 70%를 차지하는 물. 체내 노폐물을 실어 나르고 대사활동을 원활히 하는데 도움을 주고 배출을 용이하게 하는 물.
이 물이 어떤 물인가는 지금 같은 오염물질의 세대에 중요하지 않다. 불과 20~30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물을 사먹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수돗물이나 약숫물을 받아 태운 보리를 넣고 끓여주는 '엄마표 보리차'가 주종을 이룰 때나 '삼다수'냐 '에비앙'이냐를 따지며 플라스틱 물병을 사서 들고다니는 지금이나 물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 다만 환경이 변하고 계속해서 열악해지기때문에 우린 점점 더 물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갈 뿐이다.
요즘은 미세먼지 덕분인지 사람이 섭취하는 모든 음식물이 상위 1%를 지향하며 성장하는듯 하다. 앞으로는 사먹는 물도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는 일이다.
그렇게 되기 전에 몸속의 독소배출을 위해 특별한 고기나 쥬스나 약품을 구입하는데 시간과 노력을 버리지말고 쉽게 손에 잡히는 물을 마시자.
한 세기가 지나고나면 지금처럼 자연속의 물을 마시는 것 조차 허용되지 않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미세먼지를 흘려보내는데 물보다 더 좋은 음식은 없다. 사족을 붙이자면 플라스틱 병 사용도 줄이고 분리수거도 좀 제대로 하면 당장 내일부터도 사정이 좀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글·사진=요리연구가 홍신애]
yooka@wikileaks-kr.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