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용자 경험, 의미있는 혁신 중요…"긴장감 늦추지 않을 것"
IM부문, 조직 구조 및 제품 포트폴리오 개선…"A시리즈 가시적 성과 보여"
“(일본 수출 규제 관련) 3~4개월은 준비가 되어 있지만 이후 사태가 장기화되면 영향이 없다고 말하기 어렵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 사장이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삼성 갤럭시 언팩 2019’ 행사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고 사장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와 관련해 스마트폰 사업이 전혀 문제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현재로서는 직접적으로 갤럭시 폴드 등 하반기 신제품에 대해 영향이 있다고 말하지 않아도 되지만 당장 3~4개월 뒤에 벌어질 일에 대해 예측하고 있는 게 아니라 그 부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마트폰에서 1차 벤더가 있고 1차 벤더의 또 벤더가 있고, 통상적으로 우리가 파악하고 있는 범위에서 4차 벤더까지 있다”며 “부품까지 감안하면 여러 원재료 등 영향이 없을 수 없지만 어떻게 하면 이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게 우리의 일이다. 최선을 다하고 있고 대응할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지난 7일 각료회의를 통해 최종적으로 한국의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시키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로 인해 한국은 매번 까다로운 수출 확인 절차를 통과해야 하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삼성전자는 일본의 수출 규제뿐 아니라 미중 무역전쟁, 스마트폰 시장의 역성장 등 대내외 불확실한 사업 환경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는 5년만에 스마트폰 판매량이 3억대 이하를 밑돌고, 글로벌 판매량 1위를 화웨이에 잠깐 내주기도 하는 등 부침을 겪어 왔다.
시장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 섞인 질문에 고동진 사장은 “입사 이후 31년 동안 매년 ‘내년은 위기다’라는 말을 들어 와서 사장이 되고 난 다음에 한번도 임직원들에게 그런 말을 써본 적이 없다”며 “그러나 올해 말이 되면 조심스럽게 이 얘기를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고 사장은 “세계 경제 침체,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직간접적 영향, 일본 문제까지 더해져 한치 앞을 내다보기가 힘들다”며 "지난주와 이번주가 다르고, 오늘 아침과 오늘 오후가 다르기도 하다”고 우려했다.
다만 고 사장은 “어떤 경우에도 좋은 제품, 좋은 사용자 경험, 의미있는 혁신, 비용면에서 소비자가 감당할 수 있는 제품 등을 선보이고, 고객들이 갤럭시 에코시스템을 경험 했을 때 삼성이 노력하고 있구나 하고 시장에서 받아들여 질 거라고 생각한다”며 “어떤 어려운 상황이 있어도 조심스럽게 헤쳐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황이 어둡고 힘들 것이라는 걸 알지만 지난 몇 십년간 삼성에 들어와 직장 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이 아무리 어려워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며 "우리가 잘하면 고객이 인정해줄 것을 알기 때문에 더욱 겸손한 마음으로 노력할 각오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약 1년 반 전부터 조직 체질 개선 및 제품 포트폴리오 변화를 추진해 왔다. 갤럭시 S시리즈, 노트 시리즈 등 플래그십 제품에 신기술을 가장 먼저 탑재했던 과거와 달리 A시리즈에 혁신 기술을 먼저 탑재해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전략도 내세웠다.
고동진 사장은 “작년에 조직의 체질을 바꾼 이후 혁신 제품, 특히 A시리즈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오고 있고 이 부분은 올바른 의사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삼성만의 로드맵, 삼성만이 제공할 수 있는 사용자 경험 등을 갈고 닦아 혁신에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경쟁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 사장은 다만 “작년, 제작년 하반기부터 A시리즈의 디자인 등 상당 부분을 많이 바꿔 나가면서 3월 중순까지 기존 모델을 팔고, 시장에서 새로운 A시리즈로 교체하는데 시간이 걸렸고 수익에도 영향을 미쳤다”며 “다행히 3월 이후 도입된 A시리즈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키리크스한국=뉴욕(미국) 정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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